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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주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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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여심 작성일06-06-20 19:12 조회3,917회 댓글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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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虛空)스님 이야기/ 공양주 보살


심안군(心眼郡) 정견리(正見里) 혜인사(慧仁寺)에는 군기 반장이 있다. 그 분은 바로 공양주보살(절간에서 스님들께 밥을 해주는 사람)인데 큰스님 조차 공양주 보살에게는 못 이기신다.


공양주 보살이 군기반장으로 이름을 알려진 까닭은 평소에는 말도 없다가 스님들이 게으름을 피고 밥값을 못한다 싶을 땐 바로 입에 담기 힘든 말을 하기 때문인데, 그 때문에 스님들은 공양주 보살 앞에서는 꼭 고양이 앞에 쥐처럼 꼼짝을 못한다. 이는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아니 감히 상상 조차 못할 일인데 혜인사에서는 공양주 보살의 권력(?)이 대단하다.


공양주 보살은 학교라곤 문턱도 넘어 보지 않았고 글도 재대로 읽지 못하는 까막 눈인데 큰 스님의 법문이 있을 때는 법당 구석에 자리 잡고 큰스님의 말을 열심히 경청하면서 명상 수행 또한 열심히 하는 보살이었다.


꽤 오래 혜인사에서 공양실에서 일 해온 보살은 평소에 불심도 깊을 뿐 아니라 말도 없기로 유명하고 그의 손맛은 깔끔하고 정갈하여 무엇 하나 나무랄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공양주 보살이 군기 반장으로써 명성을 날렸던 일은 과히 혜인사에 놀랄만한 사건이었는데 다음과 같았다.


어느 동안거(冬安居:불교에서 음력 10월 보름부터 정월 보름까지 승려들이 바깥 출입을 삼가하고 수행에 힘쓰는 일.)에 큰 스님 지도하에 모든 스님들이 좌선에 열중이었는데 점심 공양이 끝나고 큰 스님이 자리를 비우자 스님들은 하나 둘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엄따스님을 제외한 모든 스님들이 졸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는 코를 고는 스님도 있었다. 그때였다. 모든 스님들이 벼락같은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잠에서 깬 까닭은 공양주 보살의 노발대발한 소리였다.


" 야 이놈들아..!! 밥값 내놔라. 이 도둑놈의 새끼들아. 너거가 무슨 귀족들이냐?. 신도들의 정성으로 보시한 돈으로 먹고 자고 똥만 싸게? 야이 도둑놈의 새끼들아..내일부터 탁발(스님들이 밥을 빌어 먹는 일)가서 밥 얻어 쳐먹어라.."


그리고 한 숨쉬고 다시 내 뱉는다.


"열심히 수행해서 깨달음을 얻어 그 공덕을 보살들에게 나눠주지 못할 망정 이 도둑 놈의 새끼들아.. 배 부르고 방바닥이 따슷하니 졸음이 오니? 야이! 이 개새끼들 보다 못한 놈들아!! 낼 부터 다른 공양주 보살을 구해라. 이놈들아! 야이 썩을 놈들아...."


스님들은 이 황당한 상황을 어찌해야 할 지 몰라 서로의 눈만 쳐다볼 뿐 어느 누구하나 공양주 보살에게 말을 할려는 스님이 없었다.


겨우 엄따스님이 무릎을 꿇고 공양주 보살에게 잘못을 빌고서 공양주 보살을 진정시키고야 법당은 고요해 졌다.


다음 날 아침 공양 시간이 되었는데도 공양실에는 차가운 공기만 흐르고 밥 짓는 내음이라든지 부스럭 거림이 없었다.


엄따스님은 다시금 공양주 보살에게 스님들이 잘못했노라고 말하며 수행 정진하겠노라고 말을해도 공양주 보살은 요지부동이었다.


하는 수 없이 엄따스님은 큰스님께 달려가서 사실을 알리고 해답을 얻기를 원하였다.


엄따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큰스님은 큰소리로 하하하 웃으시며 모든 스님들을 공양주 보살이 거처하는 방 앞으로 모이라고 하셨다.


조금 후에 엄따스님이 모든 스님들이 모였다고 말하자 큰스님은 공양주 보살이 거처하는 방 앞에서 스님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 꿇고 앉는 것이 아닌가?


놀란 엄따스님이 큰 스님을 일으키려하자 큰스님은 엄따스님의 손을 뿌리치면서 공양주 보살에게 들으라는 듯 말씀하셨다.


"공양주 보살님 모두가 제 부족함에서 생긴 일이니 한번만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시는 스님들이 게으름을 피우지 않도록 제가 감시하며 열심히 정진하게 하겠습니다. 제가 잘못하였으니 이제 노여움을 푸시길 바랍니다" 하시며 큰 절을 올리시는게 아닌가?


엄따스님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큰스님께 왜이러시냐고 하자 큰스님께서는 모든 스님들을 불러서 공양주 보살님께 무릎 꿇고 잘못을 구하라고 하신다.


이에 모든 스님들이 큰 소리로 잘못을 구하자 방 문이 열리면서 공양주 보살은 큰스님과 스님들을 보지도 않고 공양실로 가서 공양 준비를 하는 듯 했다.


그 후 동안거는 수행이 더 집중적으로 되었을 뿐 아니라 게으름 피우는 스님들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스님들은 큰스님보다 오히려 공양주 보살을 더 무서워하게 되었다.


큰스님은 엄따스님에게 웃으시며 공양주 보살에 대해 이렇게 결정을 내리셨다.


"엄따스님! 우리 스님네들보다 공양주 보실님이 더 빨리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하하하"

댓글목록

제제님의 댓글

제제 작성일

처음부터 끝까정 모두 잘 읽었또염.매우 시사성 있는 느낌글 감사해효^^

제제님의 댓글

제제 작성일

음~헉시 오널  디카속에 괜찮은 사딘 있음 사딘방에 올려 쥬시믄 얼릉 퍼갈게요.

혜산님의 댓글

혜산 작성일

저는요!!  공양주보살님, 사무실보살님들, 법당보살님 다 무서버 죽겠어요.

해월화님의 댓글

해월화 작성일

저는요~~ 일이 많아 바쁘신 공양주 보살님의 표정이 쪼매 ....  공양시간 지나고 난 후의 공양주 보살님의 표정 또한  쪼매 .... 그러나 다음의 준비때문에 잠시 휴식을 하셔야 하기에 ....^___^

심자재님의 댓글

심자재 작성일

집안에는 엄마가 군기 반장이듯, 절에는 공양주님이 유일한 군기 반장이 아닐까요?  스님? 무서워 하시지 마세요...^^자율적인 단체에도 기강은 제대로 있어야 ..우리절 공양주님 진짜 수고 하십니다. 감사드리고요, 성불 하세요()_

여여심님의 댓글

여여심 작성일

절에 와서 보니 고개숙여 감사하고 감사해야 되는 분이 공양주보살님 같습니다. 합장.

연화심님의 댓글

연화심 작성일

깨달은 자 만이 깨달은 자를 알아 보나 봅니다...축서사는 설거지 하는 계수대 입식으로 하면 안되나요?  자주 하신분들한테는 민구스러운 이야기지만 한번 해보니 등판 빠지는것 같든데요 허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