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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거운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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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명심 작성일06-02-14 01:37 조회2,945회 댓글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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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부모의 역할 한 집안의 며느리로서 도리를 모두 마쳐습니다.


힘들고 기나긴 인생여정 마라톤을 마치고 관중 떠난 홈그라운드에서


나름대로 우승의 기쁨과 환호성 뒤에 오는


외로움과 허탈감 비슷한 고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그 힘든 날들이 어제로서 모두 끝나는 기분입니다.


男婚女嫁 모두 시키고 텅 빈집에 들어 섰을 때 곳곳에 아이들과 함께 하던


웃음소리 야단소리가 귀에 쟁쟁 울리고 이방 저 방에서


아이들이 튀어 나올 것 같은 착각에 한동안 넋을 놓고 있었습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밉지 않게 생긴 제 자식들 부모 품을 벗어나


망망대해 인생항로에 순탄한 항해가 되도록 빌고 또 빕니다.


나만 아들이 있고 딸이 있는 줄 알고 영원히 내 자식으로 재롱을 볼 줄 알았는데..........


떠나보내면서 너희들과 나는 너무나 좋은 인연, 인연이었다고 허전한 마음을 달랩니다.


소년은 미래에 살고 청년은 현대에 살고 중년은 추억에 산다고 하던가요?


어저께 장가간 우리 똘이녀석 간난쟁이 였을때 정말 누가 훔쳐갈까봐 겁날 정도로

귀엽고 총명하고 영리 했지요.

까맣고 맑은 눈망울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가슴을 헤집고 파고 들때면 나는 아이와 눈

맞추느라 온갖 시름 다 잊어버리고 정말로 행복 했었요.

아이가 밤새 고열에 시달리고 탈수증세로 늘어져 있을때 는

얼마나 힘들고 가엽고 안타까운지 애간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고 내가 대신 아플 수 만


있다면 얼마든지 대신 할 것 같은 심정 이었답니다.

옹알이를 하고 발을 떼고 걸음마를 시작 할 때 앙증맞은 신발에 먼지라도 묻을까봐


털고 또 털고, 조그마한 입으로 엄마 아빠 말을 할 때면 너무나 신기하고 예쁘고



이 세상에는 이렇게 귀여운 아기가 없는 것 같았고,




자라면서 학교에서 상장이라도 하나 받아 오면 천하를 다 얻은 기쁨이었고



나만의 보석이었고 마음에 지주였어요.

바지 단을 한단씩 내릴 때 마다 대견스럽고 쳐다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고



든든했고, 가끔은 엄마를 속상하게 할 때가 있었지만 그건 순간적이었고 언제나

나에겐 흐뭇한 기쁨을 안겨 주었답니다.



객지에 나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후보 1번으로 들어간 녀석이라 혹시 포기 하고 올까봐



노심초사 걱정을 하며 많은 편지를 써 보냈지요.



너는 성적이 오르면 올랐지 절대로 떨어질 확률은 10분의 1도 안된다고...



후보였으니까요. 이 녀석이 나중에는 상위 그룹에 들어서 대학은 특차로 2학년때 갔어요.



학교를 마치고 그녀석이 이렇게 말했어요.



힘들고 외로울 때 마다 학교 옥상에서 엄마 편지 보며 무더위에 밭에서 고생하는 엄마를



생각해서 열심히 공부했다고......나는 눈물을 머금고 아이고 기특한 내새끼



등을 쓸어주며 흔히 하는 말로 애무수와 죽을뽄 했어요.

그 녀석이 정월보름날 장가를 갔는데, 저와 잘 어울리는 짝을 만나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으며 식장으로 들어왔어요.



아들 키운 보람을 느끼면서도 형언하기 어려운 서러움이 복바쳐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 졌어요.



이제 내 역할은 끝났구나, 이제는 폐기처분해야 하는 일회용그릇 같은 존재 같아서요.



연지곤지 찍고 시집오던게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흘러 어느덧 막내 녀석 필혼을



하고 보니 시원 섭섭 하다는 말을 백번 천번 실감하고도 남았습니다.



지금부터는 무엇을 할 것 이며 무슨 기대로 살까, 정말 꿈결 같은 인생이로구나 하고



이제는 모든 짐을 벗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또 다른 짐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누구도 덜어줄 수 없는 나의 육신이 무거운 무게로


나를 향해 돌진 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세월은 자원봉사 였다면 앞으로 세월은 나의수련 기간으로 살아가렵니다.

댓글목록

심자재님의 댓글

심자재 작성일

부회장님 축하드립니다. 거듭 죄송하구요...대표님께서 다녀오셨다는 말을 들었어요.이제 후련하십니까? 자식은 영원한 애물단지라는데...이놈들이 잘 살아야 할텐데 하는 걱정이 또 꼬리를 물고 나타나지 않을까요? 저는 아직 자식을 보내는 경험이 없고 부모님의 걱정을 아직까지 듣고 있는 상태이거든요. 푹 쉬세요 며칠 계속 힘드셨네요. 윷놀이 하려면 힘을 비축 시켜야지요.편안한 밤 되시구요//

혜산님의 댓글

혜산 작성일

월명심님! 오랜만이네요 무척 바쁘시고 힘드셨죠? 저도 무척 바빴답니다. 긴하루를 보내고 늦은시간에 마주한 님의 글을 보곤 갑자기 어머니가 보고싶어지네요. 저 무척 불효자였거든요. 그래서 스님노릇 잘해야 된다고 항상 경책합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님의 마음은 누가보아도 아름답듯이 그아름다운 사랑을 더 한층 아름답게 승화시킬수 있기를......

혜안등님의 댓글

혜안등 작성일

멀지 않아 다가올 나의 청사진을 보는 듯 애절합니다. 품안의 자식이란 말도 있듯이 이젠 한 시름 놓으시고 앞으로의 세월들은 부처님과 함께 하는 월명심님의 행복한 수련 기간이 되시길 빕니다.

금강행님의 댓글

금강행 작성일

한생애를 채웠다 비우고. .비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고 풋풋함이 줄수없는 향기를 느낌니다...()...

연화심님의 댓글

연화심 작성일

부회장님 글 읽고 있자니 어머니들의 애뜻함을 느끼겠습니다 어쩜 이리도 글을 술술 편안하게 잘 엮어 가십니까. 이글 마냥 자연스럽게 부회장님의 앞의 삶도 편안하고 부처님과 함께하는 삶이리라 믿어봅니다.^^*

김극동님의 댓글

김극동 작성일

대작의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듯 감동스럽고 무척이나 부럽다는 생각을했습니다. 훌륭하신 부모이시고 선생님이 십니다

이처사님의 댓글

이처사 작성일

아름다운 한쌍입니다.어머님의 기대를 충족 시키고도 남을 인재들입니다 부럽고 그동안의 보살님의 노고에 치하를 드립니다.

윤정호님의 댓글

윤정호 작성일

자식이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저도 우리 부모님의 자식이면서 내자식들의 부모 입니다마는 제가 자식에게 하는 열과성의를 우리 부모님에게 10분의1이라도 하면 효자소리 듣겠지요.이제는 자신을 위해서 노력하시기 바라며 좋은 수련 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