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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기도 그리고 이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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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화현 작성일12-11-06 16:47 조회2,891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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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수능의 계절입니다. 몇 년 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딸이 고3이 되어 수능을 보게 되자 엄마는 열심히 기도했다고 합니다. 우리 딸 시험 잘 보게 해 달라고.. 그렇게 열심히 기도를 하다 보니 어느 날 문득, 딸 친구 생각이 나더랍니다. 그래서 딸을 위한 기도에 그 친구도 곁들여 기도를 했습니다. '우리 딸 시험 잘 보게 해주세요. 그리고 그 친구도요..' 그렇게 기도하다 보니 딸 친구 여러 명, 같은 반 친구들이 또 마음에 걸리더라고 합니다. '아이구, 걔네들은 또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할까..' 그렇게 기도 대상이 자꾸자꾸 늘어나고 범위가 넓어지더니, 백일기도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는 이젠 아주 확 넓어져서 모든 수험생들이 시험 잘 보기를.. 아프지 말고.. 실수 없고.. 결과 때문에 너무 상심하지 말기를.. 이렇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처음엔 오직 자기 딸만 위해서 하던 기도가 모든 수험생으로 확대되고, 처음엔 오직 높은 점수만 바라던 것이 차차 마음의 평온을 기원하는 기도로 되고.. 그래서 뜻밖에 아주 좋은 마음공부가 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그 얘기가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저는 '기복불교'라는 표현으로 다소 우려하는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 이야기를 소개하곤 합니다. 처음엔 아주 평범한, 어찌 보면 편협한 집착에 의한 기복적인 기도로 출발하였지만 결국엔 그 '기복'을 넘어서 자비랄까 정법이랄까.. 그런 경지로까지 승화될 수 있는 가능성.. 저는 그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점점 더 마음이 넓어질 수 있을까? 그것이 늘 궁금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는데, 바로 이효리씨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김제동씨와 이효리씨가 대화를 나눈 내용인데, 김제동씨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할 생각을 했지? 그전에는 고아원, 양로원에 주로 갔었잖아?” “그랬지. 그런데 틱낫한 스님이, 너무 할 일이 많을 때는 내게 와 닿는 것을 먼저 하면 된다고 하셨어. 그래서 내 마음에 와 닿는 것을 먼저 시작한 거야. 굳이 도울 사람도 많은데 왜 동물이 먼저냐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어.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까 그전에 안 보였던 불쌍한 사람들이라든지, 열악하게 사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채식도 시작했어. 지구환경과 생명존중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됐고, 예전에 ‘패밀리가 떴다’를 촬영할 때 닭 잡는 장면도 많이 나왔잖아? 그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했다는 생각도 들어.”
이효리씨도 우선 가장 마음에 끌리는 것부터 시작을 했는데 자연히 마음이 넓어져 간 것입니다.
처음엔 생각조차 못했을 정도로 넓어지고 깊어진 것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점점 더 마음이 넓어질 수 있을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기도를 하든 봉사를 하든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마음이 안정돼 간다는 것,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은 바로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은 주위를 둘러볼 겨를이 없지만, 여유가 있는 사람은 주위를 둘러볼 수가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히 보입니다.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등산을 할 때에도 쫓기듯 서두르는 발길에는 길가에 작은 꽃들이 보이지 않는 법이죠. 내가 편안해야 비로소 다른 사람의 불편이, 이웃의 불편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이것이 마음의 작용원리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선 사회문제를 논하기 이전에 '내 마음'의 문제를 말씀하셨고, 내 마음의 문제 중에서도 '고통'에 대한 처방부터 집중적으로 설하신 게 아닐까요? 내 고통이 해결돼야 내가 안정되고.. 여유가 생기고.. 나의 내면으로부터의 힘이 생기고.. 그 여유와 에너지야말로 비로소 가족과 이웃과 나라와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힘이니까요. 만일 그렇지 않고, 내 문제를 그대로 끌어안고 먼저 남의 문제, 사회문제부터 해결하려 한다면 결국 힘이 딸릴 수밖에 없고, 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수능 시험도, 그저 점수에만 매달린다면 오히려 점수는 도망갈 것이지만, 나의 내면으로부터 우러나는.. 안정된 마음에서 솟아나는.. 어떤 에너지 랄까, 내공이랄까.. 그런 힘을 바탕으로 깔고 시험에 임한다면 더욱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모든 수험생과 부모님과 가족과 친지, 그리고 선생님과 이와 관련된 모든 분들이 아무런 초조나 불안이나 후회 없이, 아무런 괴로움 없이 평안하기를.. 부처님 전에 두 손 모아 합장기원 드립니다.
<월간삼운 11월호 '이달의 칼럼'>

댓글목록

영영님의 댓글

영영 작성일

시작은 다른 곳이었지만
한 곳에서 만났군요.^^

보현행님의 댓글

보현행 작성일

오늘은 수능일 입니다
모든 수험생들의 좋은결과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_()_

반야월님의 댓글

반야월 작성일

어제가 수능시험치는 날이었군요.
모두들 고생한 보람이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시험은 끝났으니까,당분간 수험생들은 마음의
힘겨움을 잠시라도 내려놓고 쉬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