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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아두고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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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법융 작성일12-10-24 21:44 조회2,623회 댓글3건

본문

 

병상에서 배우다 - 놓아두고 가기

 

내 지갑에는 자동차 운전면허증과 도로 공사에서

발행한 고속도로 카드와 종이쪽에 적힌

몇군데 전화번호 그리고 약간의 지폐가 들어 있다.

또 올해의 행동지침으로 적어 놓은 초록빛 스티커가 붙어 있다.

연초에 밝힌 바 있듯이 금년의 내 행동지침은 이것이다.

첫째, 과속 문화에서 탈피

둘째, 아낌없이 나누기

셋째, 보다 따뜻하고 친절하기

그런데 최근에 와서 한 가지를 더 추가하기로 했다.

넷째, 놓아두고 가기

그 사연은 다음과 같다.

 

여름 안거 결제 날.

우리들 영혼의 스승 조주 선사의 가풍을 이야기한 끝에

여러 대중 앞에서 내 결심을 밝혔다.

길상사를 드나들면서 나는 너무나 많은것을 얻어 간다.

그때마다 마음이 개운치 않고 아주 무겁다.

 

말로는 무소유를 떠벌이면서

얻어 가는 것이 너무 많아 부끄럽고 아주 부담스러웠다.

늙은 중이 욕심 사납게 주는대로 꾸역꾸역 가지고

가는 꼴을 이만치서 바라보고 있으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지난 초파일 밤, 음악회를 등지고 빗속을 달려오면서

현재 나 자신의 살림살이를 냉엄하게 살펴보았다.

나는 지금 나 자신답게 살고 있는가?

자기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출가수행자의 분수를 지키고 있는가?

혼자서 살고 있는 사람은

시시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어야 한다.

 

밖에서 간섭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자기 자신이 만들어 가야 한다.

누가 되었건 개인이 수용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음식물이 되었건 그 밖의 일상용품이 되었건

개인이 쓸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

15년 가까이 그 고장에 살다 보니 이웃이 몇 집 생겼다.

주로 오두막에 일이 있을때 불러다 쓰는 일꾼들이다.

 

얻어온 물건을 묵혀 두면 변질이 되기 때문에

그때그때 3,40리 밖에 있는 일꾼들 집을 찿아가 두고 온다.

집을 비우고 일을 나가기 때문에 개들만 집을 지킨다.

사람은 만나지 못하고 개가 보는 앞에서 물건을 두고 와야 한다.

 

'아낌없이 나누기'의 행동지침이

요즘에 와서는 조금씩 그 빛이 바래져 가는 것 같다.

한마디로 이런 일이 이제는 지겹게 느껴진다는 소리다.

그날 법회에 모인 여러 불자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은 보다

간소하고 단순하게 살려는 내 중노릇을 도와 달라는 뜻에서였다.

 

오늘부터 내 차에는 아무것도 싣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도 그런 뜻에서였다.

공덕으로 따진다면, 어떤 한 사람에게 하는 보시나

공양보다는 여러 대중에게 하는 것이 훨씬 크다.

왜냐하면 대중공양이 곧 제불공양,

여러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대중의 한 사람으로 그중 한 몫을 받으면 된다.

올 여름 일이 있어 길상사에 나갈 때는

내 손으로 가꾼 상추을 뜯어 가지고 간다.

혼자서는 자라 오르는 채소를 감당 할 수도 없거니와

대중과 함께 공양하기 위해서다.

 

여럿이서 함께 먹고 있으면

혼자서 먹을 때보다 훨신 더 맛이 있고 즐겁다.

놓아두고 가기!

때가 되면, 삶의 종점인 섣달 그믐날이 되면,

누구나 자신이 지녔던 것을 모두 놓아두고 가게 마련이다.

 

우리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나그네이기 때문이다.

미리부터 이런 연습을 해 두면 떠나는 길이 훨씬 홀가분할 것이다.

 

 

법정스님의 글을 모셨습니다..()

 

법정스님 다비식 그행사를 TV에서 보면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던 그날을 회상하게 됩니다.

어느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야할 모두인데

대체 어디서부터 생겨난 탐욕심들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지옥으로 몰아넣는지,

 

그 탐욕심은 자타에게 고통과 괴로움을 안겨주고

생명까지도 빼앗아 가는 그 과보,

육도윤회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길은 오직

탐욕심을 버리는 삶임을 우리는

부처님과 인연이 닿아서 비로서 알게 되었습니다.

 

불자들의 삶은 불자가 아닌 사람들과는

일상생활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법정스님은

글을 통해서, 법문을 통해서 실천을 통하여 무소유의 참 향기를

온 세상에 뿜어 주셨습니다.

스님은 물론 모든 불자들에게 자긍심을 갖게도 해 주셨습니다.

 

법정스님의 글처럼

우리불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많다고 생각을 합니다.

좋은 생각, 좋은 말, 참 바른 행동으로

베푸는 마음, 비우는 마음을 실천수행하신

법정 큰스님을 닮아가는 삶을

우리도 살아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다져봅니다.

 

모두 부처님 됩시다..()

댓글목록

맑은하늘님의 댓글

맑은하늘 작성일

네!!!!
노력하겠습니다^^

아침의 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울릴때
그 안에는 분명 생동감이 있어 시간을 느끼게 해주던가요.

그 소리 뒤로하고 이곳을 들었더니
인간 본연의 자성을 아름다이 주시고 가신 법정스님을
이 아침에 뵈었습니다.
가슴한켠에 우두커니 그 무엇인가가 자리하며
고운 미소지으며 감싸안아주는 이 느낌마져
가만히 내려 놓으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화현님의 댓글

화현 작성일

버리고 떠나기............._()_

영영님의 댓글

영영 작성일

그러하다면.......
가벼워지는 즐거움이 있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