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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한 부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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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련화 작성일12-08-10 08:22 조회3,198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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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한 성품을 지닌 혜월(慧月) 스님이 파계사에 있을때, 열두어살 되는 동자승을 데리고 있었다.
이 동자승은 세상의 법도를 전혀 몰랐다.
그냥 천진하게만 자랐을 뿐이다.
그래서 혜월스님과 동자승은 서로 말을놓고 장난도 치며 허물없는 사이로 지냈다.
어느날, 한 스님이 혜월스님을 방문하였다.

객승과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스님은 시장에 가기위해 방을 나왔다.

이때 마당에서 뛰어놀던 동자승이 소리쳤다.
"아니, 점심도 안주고 너 혼자 어디 가느냐!"
"큰스님, 시장에 다녀올테니 방에계신 객스님과 재미있게 놀고 계세요."
동자승은 잠시후 방문을 왈칵 열어제치며 소리쳤다.
"어디서 온 중이길래 건방지게 앉아만 있나! 우리 스님은 아침저녁으로 나한테 문안을 올리는데 너는 인사도 할줄 모르느냐?"
객승은 기가막혀 할말을 잃었다가 이윽고 동자승을 방으로 불러들여 꾸짖었다.
"네 이놈! 어디서 그런 못된 버릇을 배웠느냐! 당장에 옷을 벗겨 절 밖으로 쫓아내도 시원치 않을 것이다!"
동자승으로서는 처음 접하는 힘의 두려움 때문에 앉지도 못한채 구슬같은 눈물을 떨어뜨리며 무조건 빌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이리와 앉거라."
앉는 법조차 엉망인 동자승을 바라보며 객승은 말했다.
"오늘부터는 반드시 내가 가르친대로 해야 하느니라."
"예."
"스님이 어디 갔다 오시면 '스님, 다녀오십니까'라고 인사하고 앉을때는 무릎을 꿇고 앉아야 하느니라!"
"예"
한참동안 교육을 받은 동자승은 방을 나왔다.
얼마쯤 있다가 시장에서 돌아온 혜월스님이 절문을 들어서며 동자승을 찾았다.
"큰스님! 큰스님!  스님께서 좋아하시는 엿을 사왔습니다."
마당 한구석에 앉아 있던 동자승이 부르르 일어나며 울음을 터뜨릴것 같은 목소리로 절을 하였다.
"스님, 이제 다녀오십니까?"
스님은 놀라며 동자승을 쳐다보았다.
묵묵히 방으로 들어선 혜월스님은 객승에게 말했다.
"스님께서는 저 아이의 천진함을 깨뜨리셨습니다. 이제 저 아이는 저와 인연이 다한것 같으니 스님께서 데리고 가셔서 훌륭하게 키워 주십시오."
객승을 따라나선 동자승을 보며 스님은 손을 흔들었다.
"큰스님, 공부 잘하셔야 됩니다."
스님은 돌아서서 하늘을 보았다.
'저 중이 천진함을 깨뜨려 부처 하나를 또 잃었구나....'

댓글목록

영영님의 댓글

영영 작성일

맑고 깨끗한 동화 같은 얘기로군요.
천진난만한 유아행이 가장 어렵다고 하더군요.^^

법융님의 댓글

법융 작성일

아름다운 불화를 감상한 듯 합니다
한없는 자비. 칼날같은 계율을 지켜야 됨이
불자들이 가야 할 길이 아니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