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비유경] 그림자 때문에 싸운 부부
옛날에 한 사람이 부인을 맞이하여 서로 사랑하고 존경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부인에게 말했다.
부인은 부엌에 있는 술독을 열다가 그 속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는
곧장 남편에게 달려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당신은 술독 안에 여자를 감추어두고는 왜 또 저를 맞이한 것입니까.?
어안이 벙벙해진 남편은 부엍에 달려가 술독을 열었다.
그랬더니 그 속에 왠 남자가 보이는게 아닌가!
그것은 자신이 비친 모습이었지만 그것을 모르는 남편은
도리어 부인에게 외간 남자를 숨겨두었다고 불같이 활를 냈다.
그렇게 해서 부부는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살림살이를 집어던지며 싸우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남편 친구인 한 바라문이 그 집에 들렀다가
까닭을 묻고는 부엌에 갔다 돌아와선 친구를 원망했다.
"자네는 친한 친구를 따로 숨겨두고
또 뭘 잘했다고 그렇게 싸우는가?"
그리고는 씩씩거리며 나가버렸다.
부부가 계속 난리를 피우자 한 스님이 달려와
그 모든 일이 그림자에세 비롯된 사실을 알고는 탄식했다.
"세상 사람들은 어리석기 그지없어
공(空)을 도리어 실(實)이라 생각하는구나."
스님은 부부를 데리고 함께 부엌으로 들어가 말했다.
"내가 당신들을 위해 독 속에 있는 사람들을 없애 주겠소."
그리고는 돌로 술독을 깨뜨려버렸다.
그제야 부부는 독 안에 든 사람이
자기 그림자였던 사실을 알고 얼굴을 들지 못했다.
부처님은 이야기를 마치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림자를 보고 서로 싸우는 것은
삼계(三界)의 중생들이 오온(五蘊)과 사대(四大)가
괴롭고 공한 것임을 알지 못하고
삼독심(三毒心)으로 생사가 끊이지 않음을 비유한 것이니라."
*삼계 : 중생이 생사에 유전(流轉)하는 미혹한
욕계(欲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의 셋을 말한다.
*오온 : 색(色)-물질, 수(受)-감각, 상(想)--개념,
행(行),-의지, 식(識)-의식을 함께 이르는말
*사대 : 이 세상 민유(萬有)를 구성하는 4대 원소로
지(地),수(水),화(火), 풍(風)을 가리킴
*삼독심 : 욕심 성냄 어리석음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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