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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참선參禪법 - 만공 스님[滿空]
1. 세상에는 나를 찾는 법을 가르쳐 주는 선생도 없고, 장소場所도 없고
다만, 선방禪房에서만 나를 찾는 유일한 정로正路를 가르쳐 주나니라.
2. 수도修道<參禪>한다는 것은 각자가 자기 정신精神을 수습해 가는
그 공부를 한다는 말인데, 누구에게나 다 시급時急한 일이 아닐 수 없나니라.
3. 세상의 학문은 당시 그 몸의 망상에서 일시의 이용으로 끝나고 말지만, 참선학參禪學은
세세 생생世世生生에 어느 때, 어느 곳, 어느 몸으로, 어느 생활을 하던지 구애됨이 없이
활용活用되는 학문學問이니라.
4. 선방만 선방禪房이 아니라 참선하는 사람은 각각 자기 육체가 곧 선방이라, 선방禪房에
상주常住 하는 것이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에 간단間斷없이 정진할
수 있나니라.
5. 참선은 절대로 혼자는 하지 못하는 것이니, 반드시 선지식善知識을 여의지 말아야 하나
니, 선지식은 인생 문제를 비롯하여 일체 문제에 걸림이 없이 바르게 가르쳐 주나니라.
6. 선지식을 만나 법문 한 마디 얻어 듣기란 천만겁千萬劫에 만나기 어려운 일이니,
법문 한 마디를 옳게 알아 듣는다면 참선할 것 없이 곧 나를 깨달을 수 있나니라.
7. 법문法門 들을 때는 살얼음 밟듯 정신을 모아 간절한 마음으로 들어야 하나니라.
8. 선지식은 선생이니 박사니 하는 막연한 이름뿐이 아니라, 일체 이치에
요달了達된 사람으로 불조佛祖의 혜명惠命을 상속相續 받은 분이니라.
9. 이理와 사事는 같은 원圓이라, 어느 각도에서 출발하든 쉬지 않고 걸어가면 그 목적이
이루어질 수 있기는 하지만, 나를 발견<自覺>발견하기까지는 선지식의 가르침이 없이는
될 수 없나니라.
10. 선지식의 법문을 듣고도 흘려 버리고, 신행信行이
없으면 법문을 다시 듣지 못하는 과보果報를 얻나니라.
11. 선지식을 믿는 그 정도程度에 따라 자신의 공부가 성취成就되나니라.
12. 장맛이 짠 줄을 아는 사람은 다 공부工夫할 수 있나니라.
13. 공부가 잘 되지 않는 것은 전생前生에 놀고 지낸 탓이니,
그 빚을 어서 갚아야 수입收入이 있게 되나니라.
14. 남음 없는 신심信心만 있으면 도道의 기반基盤은 이미 튼튼해진 것이니라.
15. 신심信心·분심憤心·의심疑心 세 마음을 합合하여야 공부를 성취할 수 있나니라.
16. 신심만 철저하면 나의 정기正氣에 대상을 곧 정당화시켜서 자율적 성취가 있게 되나니라.
17. 법문을 듣고도 신심信心이 동動하지 않는 인간이라면
내세來世에는 다시 인간의 몸을 받기가 어려우니라.
18. 공부하는 사람이 제일 주의해야 할 것은 먼저 나를 가르쳐 줄 선지식을
택擇하여야 하고, 나를 완성한 후에 남을 지도할 생각을 해야 하나니라.
19. 명안 종사明眼宗師의 인가印可도 없이
자칭 선지식으로 남을 가르치는 죄가 가장 크니라.
20. 이 법은 언어가 끊어지고 심행처心行處가 멸滅한 곳에서 발견되는 도리라,
다만 마음과 마음이 서로 응답應答하여 상속하는 법으로, 선지식의 직접
가르침이 아니면 배울 수 없는 도리道理니라.
21. 공부는 발심發心 본위라 별로 제한 받을 것은 없으나,
학령學齡으로는 이십세로 부터 삼십세 까지가 적령適齡이니라.
22. 참선법은 평범한 연구나 공부가 아니요, 대對가 끊어진 참구법參究法
곧 터럭 끝 하나 얼씬거리지 못하는 경지에 이르러야 하나니라.
23. 백년百年 연구가 일분간 무념처無念處에서 얻은 한 낱 이것만 같지 못하다.
24. 일체 중생은 날 때부터 이성異性의 감응感應으로 말미암아 세세 생생에 익히는 것이
음양법陰陽法이니, 정신을 모으는 데는 이성적異性的 장애가 제일 힘이 센 것이니,
공부하는 사람은 이성異性을 가장 멀리 해야 하나니라.
25. 일체 생각을 쉬고 한생각<一念>에 들되, 일념이라는 생각조차
잊어 버린 념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나를 발견發見하나니라.
26. 소아적小我的 나는 소멸되여야 하기 때문에 공부를 성취 하기 전前에는 썩은
그루터기같이 되어 추호도 돌아보지 않을 만큼 나의 존재<自我>를 없애야 하나니라.
27. 나를 완성시키는 데는 삼대 조건이 구비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도량(道場)·도사(道師) ·도반(道伴)이니라.
28. 도道를 지키는 사람은 도절道節을 지켜야 하는 것이니, 도道는 하나이다.
도道를 가르치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도절道節을 지키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시간적으로 손실을 보게 되느니라.
29. 짚신 한 켤레를 삼는 데도 선생이 있고, 이름 있는 버섯 한 송이도 나는 땅이 있는데,
일체 만물을 총섭總攝하는 도道를 알려는 사람이 도인의 가르침 없이 어찌 도인道人이
될 수 있으며, 천하정기天下正氣를 다 모아 차지한 도인이 나는 땅이 어찌 특별히 있지
않을 것인가.
그리고, 도반道伴의 감화력은 선생의 가르침보다도 강强한 것이니라.
30. 참선을 하여 인생 문제만 해결되면 억생億生 억겁億劫에 지은 갖은 악, 갖은 죄가 다
소멸되나니, 그 때는 사생육취四生六趣에 헤매는 고생을 다시는 받지 않게 되나니라.
31. 수도修道 중에는 사람 노릇할 것은 아주 단념해 버리고 귀먹고 눈먼 병신이 되어,
일체 다른 일에 간섭이 없게 되면 대아大我는 저절로 이루어 지나니라.
32. 참선법은 상래上來로 있는 것이지만, 중간에 선지식들이 화두話頭 드는 법으로 참선하
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하여 그 후로 무수 도인無數道人이 출현하였나니, 화두는 천칠백
공안公案이나 있는데, 내가 처음 들던 화두는 곧
「만법萬法이 귀일歸一이라 하니 하나는 어디로 돌아갔는고一歸何處」를 의심하였는데,
이 화두는 이중적 의심이라 처음 배우는 사람은 만법이 하나로 돌아갔다고 하니,
하나는 무엇인고? 하는 화두를 들게 하는 것이 가장 좋으리라. 하나는 무엇인고?
의심하여 가되 의심한다는 생각까지 끊어진 적적寂寂하고
성성惺惺한 무념처無念處에 들어가야 나를 볼 수 있게 되나니라.
33. 하나라는 것은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요, 이 정신 영혼도 아니요, 마음도 아
니니, 하나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고? 의심을 지어 가되 고양이가 쥐를 노릴 때에 일념에
들 듯, 물이 흘러갈 때에 간단間斷이 없듯, 의심疑心을 간절히 하여 가면 반드시 하나를
알게 되나니라.
34. 참선한다고 하면서 조금이라도 다른 데 미련이 남아 있거나, 인간으로서의 자랑 거리인
학문이나, 기이奇異한 재주 등 무엇이라도 남은 미련이 있다면 참선하기는 어려운 사람
인 것이니, 아주 백지白紙로 돌아가야 하나니라.
35. 크게 나의 구속拘束에 단련을 치른다면 그 대가代價로 큰 나의 자유를 얻게 되나니라.
36. 예전에는 선지식의 일언지하一言之下에 돈망頓忘 생사生死하는 이도 있고, 늦어야
삼일, 칠일에 견성見性 한 이도 많다는데, 지금 사람들은 근기根機도 박약하지만
참선을 부업副業으로 해 가기 때문에 이십년, 삼십년 공부한 사람이 불법佛法의
대의大義를 모르는 이가 거의 전부니라.
37. 밥을 자기가 먹어야 배부른 것과 같이, 참선도 제가 하지 않으면
부처님도 선지식도 제도濟度해 주지 못하나니라.
38. 참선하려면 먼저 육국六國 전란戰亂을 평정平定시켜
마음이 안정되어야 비로소 공부할 준비가 된 것이니라.
39. 가장 자유롭고 제일 간편한 공부이기 때문에 이 공부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염라국閻羅國 차사差使의 눈도 피할 수 있나니라.
40. 한 생각이 일어날 때 일체가 생기고,
한 생각이 멸할 때 일체가 멸하나니라. 내 한 생각의
기멸起滅이 곧 우주의 건괴建壞요 인생의 생사生死니라.
41. 말이 입에서 나오기 전에 그르쳤다 함은
물질 이전의 마음을 지적한 것이니라.
42. 공부가 잘 된다고 느낄 때 공부와는 벌써 어긋난 것이니라.
43. 꿈 속에서 공부해 가는 것을 증험證驗하여 선생으로 삼을 것이니라.
44. 꿈도 없고 생시도 없이 잠이 푹 들었을 때에
안신 입명처安身立命處를 어디에 두는지 알아야 하나니라.
45. 꿈이라 하는 것은 업신業身의 동작인데, 깨어 있을 때는 생각만으로 헤매다가
잘 때 업신이 제 몸을 나투어 가지고 육신肉身이 하던 행동을 짓는 것이니라.
46. 꿈과 생시<夢覺>가 일여一如하게 공부를 해 나아갈 수 있어야 하나니라.
47. 산 몸이 불에 탈 때에도 정상적正常的 정신을 가질 수 있겠나? 헤아려서 미치지
못한다면 사선死線을 넘을 때 자기 전로前路가 막막하게 될 것을 알아야 하나니라.
48. 공부인工夫人이 공부를 아니하는 공부를 하여야 하는데,
공부工夫 아니하기가 하기보다 더욱 어려우니라.
49.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문제보다도 이 공부밖에
할 일이 없다는 결정적 신심信心부터 세워야 하나니라.
50. 오전悟前이나 오후悟後나 한 번씩 죽을 고비를 넘겨야 하나니라.
51. 참선은 모든 업장業障과 습기習氣를 녹이는 도가니<甕>니라.
52. 사람을 대할 때에는 자비심慈悲心으로 대하여야 하지만, 공부를 위하여서는 극악
극독심極惡極毒心이 아니면 八만 四천 번뇌마煩惱魔를 쳐부수지 못하나니라.
53. 사형이 집행될 시간 직전에도 오히려 여념餘念이 있을지 모르지만,
정진精進중에는 털끝만한 어른거림이라도 섞여서는 아니 되나니라.
54. 공부하는 데는 망상보다도 수마睡魔가 두려운 것이니,
수마를 먼저 조복調伏 시켜야 하나니라.
55. 인신人身을 얻기가 극히 어려운 일이니 사람 몸 가졌을 이 때를 놓치지 말고
공부에 힘쓰라. 사람 몸 한 번 놓치게 되면 또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이니라.
56. 공부에 득력得力을 못하였을 때 안광 낙지眼光落地하게 되면
인업人業만 남아 짐승도 미남·미녀로 보여서 그 뱃속에 들기 쉬우니라.
57. 참선하는 사람의 시간은 지극히 귀중한 것이라,
촌음寸陰을 허비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58. 변소에 앉아 있는 동안처럼 자유롭고 한가한 시간이 없나니,
그 때만이라도 한생각에 든다면 견성見性할 수 있나니라.
59. 공부가 늦어지는 까닭은 시간 여유가 있거니 하고 항상 미루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니라.
자고 나면 오늘은 죽지 않고 살았으니, 살아 있는 오늘에 공부를 마쳐야지 어찌 내일을
믿으랴! 하고 날마다 스스로 격려激勵해 가야 하나니라.
60. 밤 자리에 누울 때 하루 동안의 공부를 점검하여 망상과 졸음으로 정진 시간보다
많이 보냈거든 다시 큰 용기를 내어 정진精進하되, 날마다 한결 같이 할 것이니라.
61. 공부하다가 졸리거나 망상이 나거든 생사 대사大事에 자유롭지 못한
자신의 전정前程을 다시 살펴 본다면 정신이 저절로 새로와질 것이니라.
62. 사선을 넘을 때 털끝만큼이라도 사심私心의 여유가 있다면
참선하는 기억조차 사라져 없어지느니라.
63. 생사 윤회의 생활을 면免하려고 출가出家한 중僧이니 만큼
참선법을 여의고 하는 일은 모두가 생사법生死法을 익히는 것이니라.
64. 도道라는 것이 따로 있는 줄 알고 구求하는
마음으로 참선한다면 외도外道에 떨어지게 되나니라.
65. 설사 도인이 온갖 신통神通·변화變化를 부리고, 죽을 때에도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이적
異蹟을 보일지라도 이는 상법相法이니, 이런 상법이란 하나도 가히 취할 바는 아니니라.
66 .믿음은 부처를 찾아 오르는 발판이기 때문에 몰아적沒我的 믿음의
발판을 딛고 부처님을 넘어 각자의 자기 정체正體를 찾아야 하나니라.
67. 선학자禪學者는 선학자의 행위를 엄숙嚴肅히 가져서
입을 열지 않고서라도 남을 가르치게 되어야 하나니라.
68. 공부의 과정課程에는 지무생사[知無生死]·계무생사[契無生死]·체무생사[體無生死]
·용무생사[用無生死]의 네 가지 단계가 있는데 용무생사에 이르러야 비로소 이무애
[理無碍]·사무애[事無碍]하게 되는 대자유인大自由人이 되나니라.
69. 공부할 때에 짐짓 알려는 생각을 말고,
정진력精進力력만 얻으면 공부는 저절로 성취되나니라.
70. 공부가 완성되기 전에 미리 알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정진을
게을리하다가는 불법인연佛法因緣마저 떨어지기 쉬우니라.
71. 물체에 의존依存하지 아니하는 정신은 한 모양도 없는 자리에서
일체 행동으로 능能히 현실화할 수 있나니라. [無依道人]
72. 정신은 물질의 창조자이지만, 물질이 아니면
정신의 존재存在와 효과가 나타나지 못하나니라.
73. 물질은 각자 그 이름에 따르는 한 가지 책임을 할 뿐인데, 정신은 이름도 형상도 없지만
만유萬有의 근본<바탕>이라, 어디서 무슨 일에나 절대 능력자이니, 이 정신精神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이 정신精神만 도로 찾으면 만능萬能의 사람이 되나니라.
74. 정신이라는 전당殿堂 안에는 생사와 선악이라는 두 배우가 순번順番으로 삼라
만상森羅萬像이란 배경 앞에서 희비극을 무한한 형태形態로 연출하고 있나니라.
75. 아무리 문명이 발달한 나라라 하더라도 도인이 없으면 빈 나라요, 아무리 빈약貧弱한
나라라 하더라도 도인道人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 나라는 비지 않은 나라이니라.
76. 도인道人은 도인이라는 대명사代名詞에 지나지 않는 도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명상名相이 생기기 이전 소식을 증득證得하여, 도인이라는 우상偶像도 여의고,
계戒니 수행修行이니 하는 구속에서 벗어나 완전 독립적 인간이 되어야 육도에
순력巡歷하면서 고苦를 면免하게 되나니라.
◇육국六國= 눈眼·귀耳·코鼻·혀舌·몸身·뜻意.
◇지무생사知無生死= 생사 없음을 아는 것.
◇계무생사契無生死= 생사 없는 경지에 계합하는 것.
◇체무생사體無生死= 생사 없는 경지를 체달함.
◇용무생사用無生死= 생사 없는 경지를 내 마음대로 수용需用하는 것.
§.이무애[理無碍]=이치理致에 걸림이 없는 지무생사知無生死·계무생사契無生死의 경지.
§.사무애[事無碍]=사물事物에 걸림이 없는 체무생사體無生死·용무생사用無生死의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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