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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바로 서면 좁은 아파트도 불국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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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현수 작성일09-12-18 10:49 조회2,412회 댓글3건

본문

마음이 바로 서면 좁은 아파트도 불국정토"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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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과 소백산맥 사이 첩첩산중에 자리한 경북

봉화 축서사(鷲棲寺)에 봄바람이 불자 온 산을 가득

채운 초록빛과 절 마당의 오색연등이 물결쳤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지난 6일 축서사에는 불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을 맞는 노승은 방문객들의

3배(拜) 인사에 이마가 방바닥에 닿도록 맞절한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도 떠나지 않았고, 한마디씩

덕담을 건네는 낮은 목소리에 '하심(下心)'이 절로

묻어난다.

 

출가 후 40년을 올곧은 참선수행의 길로 매진해온

축서사 주지 겸 선원장 무여(無如·68) 스님이다.

현재 한국불교의 대표적 선승 중 한 명으로 꼽히며

 '큰스님'으로 불리지만 여전히 출가 당시의 초발심

(初發心)을 되새긴다는 무여 스님을 만나 부처님 오신 까닭을 들었다.


―12일은 부처님오신날입니다. 평생 수행을 해오신 스님에게 이날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아주 특별한 날이지요. 부처님은 누구나 가진 불성(佛性)을 발견하고 깨달은

분입니다. 그뿐 아니라 모든 중생이 참된 삶, 진리의 삶을 살게 하려고

오셨습니다. 저는 매년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다시 출가하는 마음으로 수행과

교화를 제대로 해야겠다고 재발심(再發心)합니다."

―스님은 어떻게 출가했습니까?

"저는 온실의 화초처럼 자랐습니다. 중학생 때까지 제 손으로 사탕 하나

사본 적 없고, 남의 집에서 밥도 먹어보지 않았습니다. 대학에선 경제학을

공부했는데 졸업하고 군대 다녀오고 직장에 다녔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고민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럴 즈음, 해인사로 여행을 가다가 경북 고령의

한 암자에서 한 달 정도 지낸 것이 출가의 계기가 됐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었나요?

"길을 지나는데 캄캄한 밤중에 작은 불빛이 보여요. 가보니 작은 암자에 노장
한 분이 계시는데 고향 같고, 내 집 같아서 눌러앉았지요. 그런데 사흘째
아침 공양(식사)하다 말고 노장이 제게 '자넨 누군가?'라고 물으셨어요.
턱 막혀서 대답을 못하니 윽박지르듯이 거푸 물으셔요. 그 질문에 그대로
빠져서 '이뭣고?'가 자연스레 지금까지 화두(話頭)가 됐고 결국 송광사를 거쳐
상원사로 출가했습니다."

―스님의 치열한 정진(精進)과정도 수행자들 사이에 유명합니다.

"저는 수행을 제대로 못한 사람입니다. 다만 젊었을 때는 열심히 수행하려고
한 적은 있지요. 오대산 북대(北臺)에서 혼자 살 때는 이태 동안 눕지 않고
세수도 삭발도 목욕도 하지 않고 옷도 빨지 않고 그대로 참선수행만 했어요.
방안에 올가미를 세 개 만들어서 천장에 매달아 놓았지요. 방바닥에 앉아서,
의자에 앉아서 또는 서서 참선하다가 졸면 올가미가 목에 걸리게 한 것이지요.
겨울엔 몹시 추운 곳이었는데 매일 밥하는 것도 번거롭고 부끄러워 한번에
보름에서 20일치를 해서 얼려놓고 시장하면 조금씩 칼로 잘라서 데워 먹었어요.
거지도 상거지 같았지만 그때는 수행 이외의 것은 모두 사치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참선수행이 좋으신가요?

"그럼요, 이렇게 좋은 공부가 없어요. 가장 좋은 점은 마음을 쉬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참선수행은 분주하고 번잡한 마음을 쉬게 하고, 우리 모두가 가진
본성을 발굴하게 해 줍니다. 현대인들은 무엇보다 마음을 쉬어야 합니다.
그러면 흙탕물에서 진흙이 가라앉고 원래의 맑은 물로 변하게 됩니다.
삼매(三昧)가 되고 보면 어렵고 고통스럽고 괴롭던 일이 일시에 봄눈 녹듯
사라지면서 뿌듯한 자부심과 긍지가 생깁니다. 이 공부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꼭 해야 하는 공부입니다. 하루 1시간 만이라도
수행을 한다면 내 삶이 달라지고 나아가 세상이 달라질 겁니다."

―지금 사회적으로는 대운하 문제,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 등으로 갈등이
있습니다.

"새 정부 출범이 좋은 발전의 계기가 돼야 할 텐데 초기부터 이런 갈등이 생겨
안타깝습니다. 늘 남을 배려하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조심하는 대승적
보살심이 절실한 때입니다. 그러려면 모두가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삶이 어둡고 탁하기 때문에 자꾸 욕심(貪)이 늘어나고 그게
조금만 안 돼도 성(瞋)내고, 그러면서 어리석은(癡) 짓을 하는 게 보통 사람들의
생활입니다. 많이 가지려고만 하지 말고, 적게 수확하더라도 남과 나눌 줄 아는
보살심(菩薩心)이 있다면 조용하고 살만한 세상이 될 겁니다."

―나눔과 배려가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법화경에는 상불경보살(常不輕菩薩) 이야기가 나옵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을
부처님처럼 모셨던 분인데, 원체 남을 배려하다 보니 정작 자기 공부할 여가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계속하니 하심(下心)이 절로 생기고 마음이 비워지고 비워져서
나중엔 따로 수행을 하지 않았는데도 깨쳤다고 합니다. 늘 하심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부처님도 '복혜쌍수(福慧雙修)'라 하셨습니다. 지혜도 밝혀야 하지만
복 쌓고 덕을 쌓아야 합니다. 남을 공경하는 어질고 착한 마음, 자비심을 갖는다면
그 자리가 부처의 자리입니다."

―경제가 다시 어려워졌습니다. 세상의 관심도 경제에 몰리고 있습니다.

"1960~70년대에 비하면 우리는 얼마나 풍요로워졌습니까? 그러나 그 이상을
바라기 때문에 어렵다고 느끼지요. 물질 자체는 허망한 것입니다. 아파트,
자동차, 냉장고가 고급화되는 것보다 인간이 고급화돼야 합니다. 곧 소득
3만달러 시대가 될 거라고 하는데 왜 이렇게 어린이 유괴, 연쇄살인 같은
패륜과 악행이 그치지 않겠습니까? 저는 우리나라가 탄탄대로를 질주할 만한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늘 발목 잡는 게 정신문화가 약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바로 서면 좁은 아파트도 불국정토(佛國淨土)요,
그렇지 않으면 고대광실도 지옥이 될 수 있습니다."

―끝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선승들은 화두 하나를 들고 평생 생명처럼 여기며 죽기 살기로 수행합니다.
선불교는 '이 순간' '이 자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숨이
딸깍 넘어가는 순간까지도 화두를 놓지 않았던 스님들은 앉은 채로 입적
(좌탈·坐脫) 하시는 거죠. 보통 사람들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주인 아닌 머슴으로 사는 겁니다. 남도 자신처럼 생각하고
배려하는 일심동체(一心同體) 사상으로 지금 이 순간, 이 자리를 죽기 살기로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합니다."

인터뷰 다음 날 오전 9시 30분쯤, 기자의 휴대전화에 경북지역 번호인 '054'로
시작하는 전화번호가 떴다. 무여 스님이었다. 그는 "참선수행 하라는 이야기를
기사에 꼭 적어 달라"고 했다. 스님이 보통 잠에서 깨는 시간은 새벽 2~3시.
이 한 마디를 전하기 위해 기나긴 새벽 시간을 기다렸을 노선승(老禪僧)의
간절함이 수화기 너머에서 생생하게 전해졌다.


무여(無如)스님은 


194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1968년 오대산 상원사에서 희섭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묘관음사 용주사 송광사 해인사 관음사 칠불사 망월사 등 전국

선원에서 20년간 참선 수행했으며 칠불사, 망월사 선원장을 지낸 정통

선승(禪僧)이다. 고개가 약간 앞으로 굽은 그는 "오래 (참선수행 하느라)

앉아있다 보니 그렇게 된 모양"이라며 웃는다. 축서사는 신라의 의상대사가

673년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이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1980년대엔 작은 법당

하나만 남아있었다. 무여 스님은 지난 1987년 이곳에 들어와 축대 쌓고

건물 20 여 채를 지어 현재의 번듯한 수행처로 변모시켰다. 조계종 기본선원

초대 운영위원장을 역임했으며 간화선 수행의 우수성을 대중에게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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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less Rain(오르골)

댓글목록

보현수님의 댓글

보현수 작성일

우리 큰 스님 글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모셔왔습니다.
훌륭하신 스님을 가까이서 모시고 있는 우리 들은 복 받은 불자인 것 같습니다.

날씨가 많이 매섭게 춥습니다.
홈을 찾으시는 모든 분들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 하세요.

법융님의 댓글

법융 작성일

큰스님의 법문을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불 하세요..

축서사님의 댓글

축서사 작성일

수행외에는 모든것이 다 사치라는거

수행의 도구 '올가미'.....

한번 따라해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모두함께 성불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