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학생
버스를 타고 가는데 그날 따라 사람들이 무지 많았습니다. 날도 춥고, 하여튼 그냥 가만히 서 있어도 엄청 짜증나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할머니 한 분이 버스를 타셨어요 그 할머니는 먼저 타시고 돈을 낼 생각이셨나봐요 짐을 발 밑에 내려놓고 호주머니를 뒤적이시는데 당황하시는 눈치가 아무래도 차비가 없는 것 같아 보이더군요.
버스는 이미 출발했고 계속 운전석 옆에서 호주머니를 뒤적이시던 할머니는 결국, "기사양반 미안허이~ 이 노인네가 돈을 안가지고 왔나부이~"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기사님도 화가 났겠지요 버스를 턱 세우고는 할머니에게 뭐라고 막 따지더군요! 돈이 없으면 타지나 말 것이지 타긴 왜 타냐구...내리라구 말이죠.. 그 할머님은 창피 하셨던지 고개를 못 드리구 "미안허이~"라는 말만 하셨어요.
기사 아저씨는 버스도 출발안시키고 계속 뭐라고만 하시고.. 그러자 사람들은 "돈도 없이 왜 버스를 타고 난리야" 하기도 하구, "기사양반 그만 출발합시다" 하는 사람도 있었지요.
차안은 금방 웅성거렸고, 할머님은 더 무안해 지셨습니다. 그런데....갑자기 고등학생 한 명이 앞으로 마구 비집고 나오더니 호주머니에서 만원짜리 한장을 꺼내더니 요금함에 집어넣고는..
기사 아저씨에게 "아저씨, 여기 만원 드릴 테니깐 이 할머니 차비 하시구요. 또 이렇게 돈없이 타시는 어르신들 계시면 아까처럼 욕하지 마시고 여기 남은 돈으로 그분들 차비해 주세요" 라고 말했습니다.
기사아저씨는 그제서야 버스를 말 없이 출발 시켰고, 버스안은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참 멋진 학생 아닌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