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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편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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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능엄화 작성일09-07-09 18:35 조회2,058회 댓글4건

본문

 

          부처님 뵈러 가는 길

 

 

 

서류봉투를 들고 계단을 올라갑니다.

서류를 들고 나설때부터 가슴이 두근 두근, 콩닥 콩닥 뜁니다.

큰스님께 업무보고 하러가는 길입니다.

도착도 하기전에 숨이 턱에 차오릅니다.

숨을 가다듬고 좀 서 있다가 안으로 들어가

「큰스님, 능엄화입니다.」아뢰고 뒤로 물러나 서 있습니다.

큰스님께서는 환하게 웃으시며 나오셔서 언제나와 같이 낮으막한 목소리로

「수고 많았지요?」하십니다.

준비해간 서류를 보여드리고 보고를 하는 동안이 그리 길지도 않은데 얼굴에 땀이 흐르고 온몸이 굳어지는것 처럼 뻣뻣해 집니다.

보고를 다 들으신 스님께서는 「수고했구만. 그런데 많이 덥나?」하고 물으십니다.「아니요. 긴장이 돼서 그렇습니다, 스님.」

큰스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고 어깨를 토닥이시며

「쉬어. 쉬어. 마음을 푹 쉬어.」하십니다.

「네. 스님」하고 반배를 올리고 나와서 숨을 몰아쉽니다.

그리고 혼자 중얼거립니다. <큰스님, 그게 맘대로 안됩니다. 그게 맘대로 되면 왜 야단도 안듣는데 긴장이 되겠습니까? 큰스님께 오기만 하면, 큰스님 앞에만 서면 무조건 긴장이 되는 걸 전들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리고 혼자 미소짓고 해방된 듯이 가뿐하게 종무소로 돌아옵니다.

 

* * * * * * * * * * * * * * * * * * * * * *

 

비 오는 날 아침 종무소에 잠시 들리신 큰스님께서 간단한 지침을 내려주시고 나서시는데, 우산을 펴니 우산살이 뒤로 훌렁 제쳐집니다. 여래심보살이 깜짝 놀라 다시 접어 펴보고 「스님, 우산하나 새걸로 쓰셔야 겠어요.」하고 말씀드리자 「괜찮아. 아직 쓸만해.」하시고는 그대로 그 우산을 받쳐들고 가십니다.

언제나와 같이 조촐하고 깨끗한 차림, 고요하게 자분자분 걸어가시는 발걸음!

걸어가시는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부처님께서 2,600년전 만약 우리나라에 계셨다면 저렇게 신발을 신으셨으리라.

그리고 저렇게 조용히 말씀하시고 저렇게 조용히 걸으셨으리라.

무엇이든 자비의 눈으로 보시고, 아픔을 쓰다듬으셨으리라.

부처님께서도 분명 교단이 자율로 운영되도록 하셨을 것이고,

공평하게 하셨으리라. 당신을 위한 것은 하나도 없이,

오직 법을 바로 펴기위하여만 애를 쓰셨으리라.

저렇게 늙으신 몸으로도 끊임없이 다니시며 중생 구제를 위해 애쓰셨으리라.

큰스님에게서 부처님 향기가 납니다.

부처님 사후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그대로 행하는 사람이 과연 있겠느냐는 수보리존자에게 부처님께서는, 앞으로 500년이 지난뒤 오탁악세에도 계를 지니고 복을 닦는자가 있으면 불경의 한 귀절만을 듣고도 능히 깨달을 것이므로 진리는 언제까지라도 이어질 것이다(금강경) 라고 말씀하셨는데, 바로 지금 앞에 걸어가시는 저 어른께서 그 법을 이어받아 지니고 베푸시며 구제하시는 그 제자이시기에 부처님의 모습이 보여지나 봅니다.

공양하러 가시는 모습을 볼때,

법당에서 절 하시고 경내를 가만히 둘러보시는 모습을 볼때,

고요히 깊은 사유를 하실 때,

듣는 사람 마음 다칠까봐 상좌들에게도 말끝을 가다듬어 높임말로 말씀하실 때,

곤란한 일이 있어도 차마 박절하게 끊지 못하실 때,

누구에게나 똑같이 차별없이 대하실 때, 큰스님에게서는 부처님의 향기가 납니다.

아침에 큰스님 뵌 날은 기쁜 날입니다.

하루종일 일을 하면서도 큰스님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 이어서 부처님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컴퓨터 앞에 꼬박 앉아서 전화 받아가며 하루를 보내고 일어설 때면 허리가 아파서 한동안 두드려야 되고 잠도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한없이 뿌듯하고 행복한 것은 이 곳에서 큰 스님을 모시는 일의 한 부분을 담당하며 살고 있다는 기쁨 때문입니다.

큰 스님과 같은 경내 같은 울안에 살아 그 분과 함께 숨쉴 수 있다는 그 감동이 어떤 어려움이나 불편함도 다 녹여버리기 때문입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나는 무슨 복이 있어 이곳에서 살아계신 부처님을 뵙고 사는가?

다겁생래 지은 업이 끝없이 참회해도 모자라게 많을텐데 어떻게 이런 복을 받을 수 있을까?

그러나, 대답은 간단합니다.

자식을 위해 부처님께 지극하게 정성 드리고 기도하셨던 돌아가신 어머님의 공덕이 지금 현시대에 큰 스님으로 화현하신 부처님을 만나는 은혜로 돌아온 것일테니까요.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나 큰 스님 이 땅에 계시는 날까지 모시고 살다가 떠날 수 있다면 왔다가는 이 인생이 헛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오늘도 해지는 저녁,

종무소 문을 닫고 하루를 마감합니다.

댓글목록

마하심님의 댓글

마하심 작성일

저는 큰스님 앞에만 앉으면 배에서 꼬르륵,꼬르륵 소리가 유난히 더 크게 들립니다.
아무리 밥으로 배를 채우고 가도...
그것은 아마 큰스님 앞에만 서면 배움이 부족한,허기진 저의 모습이 아닐까?생각합니다.

성불하십시오._()_

법융님의 댓글

법융 작성일

"자식을 위해 부처님께 지극하게
 정성 드리고 기도하셨던
 돌아가신 어머님의 공덕이
 지금
 현 시대에 큰스님으로 화현하신
 부처님을 뵐 수 있는 은혜로 돌아온 것일 테니까요"
 -마음이 숙연해 지는 글 대목 입니다.

 능엄화 보살님 !. 여래심 보살님 !
 바깥세상을 잊으시고 열심히 컴퓨터와 씨름하시며
 고생 하심에 신도 된 한사람으로 항상 머리숙여 감사를 드리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열심히 빈틈없이 일 하시면서도 수행을 하시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숭고하게 보입니다.
 
 사람몸 받기어려운데 사람으로 태어났고
 부처님법 만나기 어렵다는데 우리는 만났고
 또한 훌륭하신 선지식을 가까이서 모시고 살아갈수 있는
 복 도 갖추었으니
 우리 들이야 말로 무량대복을 누리고 산다고 할수 있겠지요 ?
 
 신도 가족들을 위해 일해주시고
 큰스님 뜻을 잘 받들어주시는 대중스님들께와
 두분 보살님께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소원 성취 하십시요.

여래심님의 댓글

여래심 댓글의 댓글 작성일

국장님이하 신도님들의 배려속에서 이러한 무량대복을 누리고 있지않나하는 생각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어느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이겠으나  지금의 소중한 시간과 기회를 놓치지 않고 유종의 미를 거두려 합니다.  부처님과 같으신 모습으로 법답게 살아가시는 큰스님의 모습을 보면서 축서사 또는 봉화지역에 사시는 신도님들은 참으로 복이 많으신 분들이구나 하는 부러운 마음도 드는군요.
  축서사와 무여큰스님과 인연이 있으신 모든분들이 이생이 다하기전에 위없이 바른 깨달음 성취하시길 기원드리며 행복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적잖은 실수로 언짢아하시는 분들도 계셨을텐데 이해해주시고 배려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하루도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 .....()()()

조형합장^^님의 댓글

조형합장^^ 작성일

모두가 부처님의 모습이십니다.
모두가 부처님이십니다.
우리도 부처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