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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기-바라나시,,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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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암 작성일07-04-11 20:17 조회2,355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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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 시환이의 바다요리 /
http://cafe.naver.com/watershed



인도에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은 신이 있다고들 한다.


소, 말, 독수리, 코끼리, 원숭이등 모두가 신이다. 심지어는 쥐도 신이고 뱀도 신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다 신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다.


어디 이뿐이랴? 돌도 신이요, 나무도 신이요, 물도 신이요, 불도 신이다.


강도 신이요, 하늘도 신이요, 바람도 땅도 공기도 별도 모두 신이다.



-이광수의 "인도는 무엇으로 사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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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어디까지가 신(神)이고, 어디까지가 인간인지 구분하는 것은


부질없는 노릇이다. 사람과 신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신이 될 수 있다는 뜻이고,


신이었다가도 아무 것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나는 사람들의 흐름에 묻어서 떼밀리듯이 흘러흘러 갠지스 강가에 도착했다.


강물은 이미 어둠에 잠기고 강변에는 사람들이 가득 모여 그들의 신에게 기도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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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장식된 자그마한 유등을 파는 아이들이 강변에 도착하는 사람마다 둘러싸


흥정을 한다. 소원을 비는 일에도 흥정을 해야하는 일이 별로 내키지 않지만


갠지스 강으로 흘려보내는 인도인들을 흉내를 내기위해


나도 하나를 사 작은 불을 바쳐든다.



이 날은 추석 전야. 한국의 보름달처럼 둥근 그 달이 갠지스 강 위에도 똑같이 떴다.


그리고 강물 위로 산산히 부서져 흩어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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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경전에서 갠지스강은 중요한 비유로서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금강경에서도 어김없이 갠지스 강의 비유가 나온다.


"만약 어떤 사람들이 있어 아침에 갠지스 강가의 모래의 수만큼의 몸으로써 보시를 하고,


다시 점심에 갠지스 강가의 모래 수만큼의 몸으로 보시를 하며,


다시 저녁 때에도 갠지스 강가의 모래 수만큼의 몸으로 보시하더라도...


다시 어떤 사람이 있어


이 금강경전을 듣고 믿는 마음으로 거슬리지 아니하면 그 복이


저보다 더 수승하리니..."



갠지스 강은 히말라야의 산에서 흘러내려와 인도의 북부의 반을 거쳐


바다로 흘러나가는 거대한 강이다. 그 것을 둘러싸고 있는 강가의 모래알의 수는


우리들의 상상을 그저 뛰어넘고 또 뛰어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셀 수 없을 만큼의 몸으로 셀 수 없는 만큼의 보시를 한 것이라 하더라도...하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의 보시는 이미 사랑이라든가 자비라든가 하는 말의 뜻을 이미 넘어서는 것이다.


그러나 경전에서는 그것조차 깨달음을 이루어 짓는 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내쳐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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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서 벌어지는 힌두인들의 축제를 보기 위하여 관광객들은


갠지스 강 안쪽으로 배를 타고 나간다.


스무명은 족히 탈 수 있는 큼지막한 나룻배에 뱃사공이 삿대를 들어 강바닥을 긁는다.



그런데 웬걸...


뱃사공은 아주 어린 소년이었다.


그리고 소년의 머리 위에도 둥근 달이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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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둥근 달은 소년의 두 눈동자에도 박혀 첨벙하는 소리를 낸다.


나의 눈에도 저처럼 맑은 소리를 내며 둥근 보름달이 박힐까?



아니다. 나의 과거는 늘 지치고 괴롭고 슬펐었다.


세상사는 일에 푹 처박혀서, 누구나 그러하듯이 한시간 반이나 되는 출근길에


담배를 퍽퍽 피워물고, 작은 신호등의 막힘으로도 짜증을 내고,


적(경쟁자)들의 잔머리들을 눌러 이길 만한 굳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에 만족하고 광고주와 실없는 술자리에 내 인생을 걸고 마셔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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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마시지 않으면 나 혼자라도 마셔야 했다.


삶은 고달픈 것이므로, 그리고 늘 외로워서 몸서리를 친 것이므로


그래서 마시고 취했다. 그 때의 그 삶은 삶의 진정한 모습이 아니었으므로


나는 나를 잊기 위해 마셨다. 세상을 잊기 위해 마셨다.


그러나 세상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삶은 지쳐갈 뿐이었다.



그래서 떠난 길이었다. 그리고 이 길을 십년 넘게 걷고 있다.


삶의 참 모습을 보기 위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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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안쪽으로 나간 배 탄 사람들과 강변에서 앉아서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 사이에


표정들이 사뭇 진지하면서도 편했다.



인더스 문명은 어느날 갑자기


지구에서 사라졌다. 인더스 문명이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불과 70여년전의 일이다.


이집트문명이나 메소포타미아 문명 그리고 황하의 문명은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고


그 다음 문명으로 이어져 내려왔지만 인더스 문명은 어느 순간


깜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기원전 1500여년경 어느 즈음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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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사라지고 땅 속에 묻힌 채 4,000년이나 지나서야


인더스 문명은 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이야기는 아주 재미있는 일화를 전해주고 있다.


이 당시의 영국 통치자들은 지금의 파키스탄에 있는 라호르라는 곳과 물탄이라는 곳을


연결시키기 위해 철도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인도인 인부들이 공사 책임자에게서 받은


벽돌 구입비를 빼돌리고 대신 지하 어디에선가 벽돌을 가져왔다.


이 사실을 알게된 영국인들은 곧바로 공사를 중지시키고, 본국으로 전보를 쳤다.


영국에서 고고학자들과 발굴대가 도착했고 그들이 공사를 시작한지 십년만에 드디어


이 유적이 세계 4대 고대 문명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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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문명은 비록 땅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들의 문화는 수천년이 흘러가면서


새로운 모습의 신들을 첨가하면서 힌두의 신들로 자리를 잡아갔다.



기원전 560년경 붓다가 출현하면서 불교가 성행하기 시작한 이래


기원전 250년경에는 인도 전역이 불교였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불교는 기원후 십세기경 이슬람 침공 이후 급격하게 세력이 쇠퇴되면서


그 자체로 힌두가 되어버렸다.


그러므로 인도사람에게는 붓다는 단지 비슈뉴의 화신일 뿐이다.


붓다가 그대로 힌두가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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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힌두는 엄청난 흡수력이 있다. 이 세상 어떠한 것이라도 모두 힌두가 삼켜버린다.



그러므로 인도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힌두교라는 말은 인도에 없어요! 다만 인도가 있을 뿐이예요."



오래 전부터 인도일 뿐 서양사람들이 인도를 서양식대로 힌두라고 부르고 힌두 사람들의 생활을


힌두교라고 부를 뿐, 더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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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면 밤마다 벌어지는 그들의 신을 위해 바쳐지는 영혼들의 불꽃들.


지위의 높고 낮음, 신분의 높고 낮음, 부의 많고 적음, 남녀와 노소


그 어느 할 것 없이 모두가 신들 앞에서는 평등해지는 것이다.


이 평등 앞에 지금 금생에서는 불평등해지는 비논리를 감수하는 것이다.



이분법으로 공부한 서양 지식인들이 어찌 이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므로 우리들은 어찌할 바 없이 그저 바라보고 혀를 찰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게중에 인도를 제대로 바라보려고 하는 사람들 조차 결국에는 손을 들고 마는 철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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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신뚜는 말한다.


"저의 아버지께서는 일년에 한번 성지 순례를 합니다. 그런데 고생을 무지하게 많이 하셔요.


제가 돈을 많이 드려도 아버지는 고생을 하면서 가요. 친구분들하고 일반 열차 타고, 일반 버스 타고,


잠도 못자고 좁은 열차안에서 그렇게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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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둑에는 향이 연막처럼 피어오르고, 불을 든 손들은 어둠의 강을 신비스러움으로 더욱 옥죈다.


나는 강물 소리를 들으면서 작은 유등 하나를 강물로 흘려보낸다.


그리고 소원을 빈다. 나의 화두를 위해....



"만법 귀일 일귀하처"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진제선사는 이 화두를 던지면서 주장자를 내리쳤다.



"이 것을 아는 사람에게 내 이 주장자를 내 주리라"



하지만 그 주장자는 여전히 선사가 가지고 있다. 나는 그저 흘러가는 유등의


작은 불빛만 쫓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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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 강물 위에 뜬 힌두의 보름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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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보름달을 젓는 뱃사공들이여...



"만남이 깊어지면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 사랑으로부터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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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를 뒤로 두고 길을 되집어서 돌아나온다. 돌아나오는 길 늦은 밤에도


갠지스로 가는 사람들의 물결을 끊이지를 않는다.


밤 새도록 사람들이 갠지스로 들어가고 밤새도록 사람들이 갠지스로부터


나오고 있었다. 보름달도 사람들처럼 갠지스의 새벽으로 넘어가고 또 넘어오고 있었다.



서암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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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융님의 댓글

법융 작성일

넓은 국토에 많은 인구, 그리고 세계가 부러워 할 만큼의 환경과 자원 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렵게 살아가는 나라, 인도는 현실세계보다 미래세계를, 먹고살아갈 문제보다도 이상세계를 쫓고 있는 국민들이 주로 살고있는 나라란 것을 알 것 같습니다. 언젠가 TV에서 본것 같은데 사람하고 쥐들이 같은 집안에서 아무렇지도 않은듯 함께 살고 있는것을 보고 혐오스럽다는 생각을 한 것을 기억합니다. 왜 그나라는 그렇게 많은 신들을 제각기 섬기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군요, 불교가 생성한 나라에 다른 종교가 더 세력이 왕성하게 된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는 생각을 버릴수 없겠습니다. 오늘도 서암님의 글을 따라 인도 여행 잘 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