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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편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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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능엄화 작성일09-07-02 10:52 조회1,970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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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왔습니다.

「여보시오? 그기 조상 모시면 평생 안 없어지는 기 있다면서요?」

「그 절 신도 아이래도 해도 되니껴?」

「그기 얼마니껴?」

설명을 해드리고 전화를 끊은지 일주일 정도 지난

오늘, 종무소 미닫이 문이 열리며 보살님 두분이 들어오셨습니다.

옆집 이웃사촌인 두 분은 축서사가 좋다는건 알지만 멀고 교통비(택시)가 많이 들어서 못다닌다며 그래도 받아주어서 고맙다고 합니다.

만년위패를 모시러 오신겁니다.

한 분은 연세가 일흔아홉이시고, 또 한분은 예순셋으로 아직은 젊으신 편인데 만년위패를 모시기겸 노보살님을 부축하기 겸겸으로 함께 오셨다고 합니다.

자리에 앉으신 두 분중 노보살님이 말문을 여셨는데, <만년위패>를 모시려고 벼르고 별러서 오늘에야 왔다시며 접수증 석장을 써 달라고 하십니다. 연유를 여쭈어보니 할머니 혼자 임대아파트에 사시고 며느리와 손녀 둘이 따로 살고 있는데 돈은 보살님이 내고 위패를 모시지만 앞으로 참배는 며느리와 손녀들이 다녀야 할테니 각기 하나씩 보여줘야 한다는 겁니다. 누구를 모실거냐고 여쭈자

「내가 아들을 먼저 앞세웠다」시며 이내 눈시울이 붉어지시는 노보살님.

눈물을 닦느라 말문을 잇지 못하십니다.

순간 미안하고 당황하여 어쩔줄을 모르는 나를 보고 옆에 계신 보살님이

「영감님도 하신다면서요?」하고 말을 돌리자

「응, 그래야지. 그래 둘이라.」하십니다. 그리고,

「영감하고 아들하고 둘 해주소.」하시며 만원짜리를 모은 지페 봉투를 내미십니다. 노인으로서는 오랜 날을 모았을 금액이어서 받는데도 왠지 숙연해져서 봉투를 받고「애쓰셨습니다 보살님. 이거 마련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지요?」하자 다시 또 눈물이 맺히시는 보살님.

「제가 보살님 마음그대로 위패 적어서 잘 모셔드릴게요 보살님.」하자

눈물이 번진 얼굴에 화색이 돌며 감사하다고 나를 향해 꾸벅꾸벅 절을 하십니다. 남편과 자식을 향한 지극한 마음이 부처님은 물론, 종무일을 보는 보살에게까지도 그토록 고마움으로 절을 하게 하는가 봅니다.

엄마 노릇, 아내 노릇이 무엇일까요?

그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평생을 바치시고도 저승에 가신 뒤까지도 걱정이 돼서 꼬깃꼬깃 모으고 모아 만년위패를 모시고자 여기까지 오신 노보살님의 마음!!

거기에 어려웠던, 풍랑 많았던 지난 시절 한국의 여성이 보입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보입니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신 이 땅의 전형적인 어머니. 그 어머니 중에 한분이 노구를 이끌고 와 지금 내앞에서 먼저 보낸 자식의 재를 의뢰하며 눈물을 흘리고 계신겁니다.

그 노모의 모습이 눈물겨워 가슴이 뭉클합니다.

그 모습을 보니,

당신은 고생해도 괜찮다며 오직 자식 잘 돼기만 바라시고 노심초사 하시던 이미 돌아가신 내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어머니 모습이 떠오릅니다.

말씀을 끝내신 보살님들이 일어선 시각이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두 분을 공양간으로 안내하고 책상에 앉았는데, 노보살님과 우리 어머니 얼굴이 겹쳐 눈앞이 뿌애지더니 접수대장에 이름을 올리는데 글자가 두 개씩 세 개씩 보입니다.

오전이라 아직은 전자파에 시달릴때도 아닌데 글자가 흐려서 얼굴이 자꾸 모니터 앞으로 갑니다.

심호흡을 하고 눈을 감습니다.

흘릴 눈물은 흘려야 멈추어지는가 봅니다.

돌아가신지 10년. 그동안 어머니 생각 많이 했는데

어머니 앞으로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은 듯 합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문득 생각이 스칩니다. 그 어머님들 맨손으로 보낸거. 어머, 세상에....

공양을 드시게는 했지만 그래도 집에 가시는 길에 드시라고 음료수 한 병씩이라도 손에 쥐어드렸어야 했는데.....

그냥 보낸것이 못내 아쉬워 하루종일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젠 절을 떠나셨을 두 보살님,

‘그 어머님들 잘 가셨는지?’

생각할 수록 안스러워 코가 먹먹해 집니다.

비가 오락가락 하며 날씨가 어지럽습니다.

흐린날엔 석양도 보이지 않고 깜깜하게 어두워집니다.

하루를 정리하며 피곤한 몸 자리에 누이지만 선뜻 잠이 들지 않습니다.

구름이 꽉 채인 별도 없는 밤.

소쪽새 슬피 우는 밤입니다.

댓글목록

바람이야님의 댓글

바람이야 작성일

그저 ~~짠해져옵니다~~ _()_
참으로 고우신 부처님마음이시네요
축서사 소쪽새~^^ 우는 밤  저는 햇볕부서지는 대낮에 눈물이 납니다 _()_

釋 玄 琇님의 댓글

釋 玄 琇 작성일

축서사를 찾으신 보살님들

佛 心 에 敬 拜 올리며

두 손 모읍니다.

成 佛 하십시오

_(i)_

초윤님의 댓글

초윤 작성일

자식을 먼저 앞세운다는건 마음의 죄인인 심정인가 봅니다.
어른들 그런일 한번 겪으시면 안타깝게도 한 십년정도는 앞당겨지는것 같습니다.
다른분들은 더이상 자식을 앞세우는 그런 비운은 없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노보살님의 심정은 충분히 읽고도 남습니다.
하지만 또한 그분들은 복받으신 겁니다.
덕 높으신 스승님 계시는 곳에 만년위패를 올릴수 있는 복위자가 된다는것.
그것만도 아무나 할수 없는 일이며,
먼저 가신분들 또한 좋은 회상에서
음양으로 많은 덕을 베푸실 것이라 믿어지기 때문입니다.

먼저가신 님들의 명복을 빌며 아울러 노보살님 이하 가족 모두에게
부처님의 가피가 늘 함께 하시길 두손 모아 기도합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

어린왕자님의 댓글

어린왕자 작성일

앞산 노을질때까지 호미자루 벗을 삼아
화전밭 일구시고 흙에 살던 어머니
땀에 찌든 삼베적삼 기워 입고 살으시다
소쩍새 울음따라 하늘가신 어머니
그 모습 그리워서 이 한 밤을 지샙니다

무명치마 졸라매고 새벽이슬 맞으시며
한평생 모진 가난 참아내신 어머니
자나깨나 자식 위해 신령님전 빌고빌며
학처럼 선녀처럼 살다가신 어머니
이제는 눈물말고 그 무엇을 바치리까

사모곡 가사가 오늘따라 가슴에 와닿네요..
우리 어머님도 자나깨나 자식걱정,
눈물 마를날이 없었는디..

生老病死가 우리네 인생사..
깨달을때 까지.. 지심귀명례...

성불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