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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불광지에도 북암스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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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길상화 작성일09-06-29 15:39 조회2,111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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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는 독수리 새끼를 낳는다
 
마음으로 떠나는 산사여행 / 작아서 아름다운 문수산 축서사 북암
 
 
   
 
 
▲ 연이어진 축서사 기와지붕의 모습이 마치 독수리의 날개짓 같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2008년의 봄과 2009년의 봄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봄이 왔어도 봄 같지 않은 이유가 어디서 오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내 몸과 마음이 진짜 봄다운 봄을 간절히 갈망하고 있다는 것밖엔.
 
그 때문일 게다. 우수 경칩도 한참 지나고 꽃샘추위의 꼬리도 빠져나갔건만 축서
 
사(鷲棲寺)에 깃든 독수리는 아직도 날개를 웅크리고 있었다. 보광전 옆의 개나리
 
는 꽃망울을 전혀 머금지 않았고, 멀리 보이는 소백산 정상엔 아직도 흰 눈이 두
 
텁게 쌓였다.

 
   
 
 
▲ 축서사 전경.  
   
 
 
▲ 북암 화장실. 암주인 기후 스님의 모습처럼 고요하고 염결하다.
 

그래도 우리가 기어이 사랑해야 하는 이유

북암(北庵) 암주인 기후 스님이 잠시 출타중이라는 말에 먼저 축서사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리고 대웅전에 입정하고 앉아 배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한기가
 
등골을 치고 갔다. 그 한기를 따라 마더 테레사의 시 한 방이 방(棒)이 되어 내 뒤
 
통수를 정통으로 갈겼다. 

     사람들은… 

    
불합리하고 비논리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그래도 사랑하라. 

     당신이 선한 일을 하면
 
    
이기적인 동기에서 하는 것이라고 비난받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은 일을 하라. 

     당신이 성실하면 

     거짓된 친구들과 참된 적을 만날 것이다. 

     그래도 사랑하라. 

     당신이 정직하고 솔직하면 상처받을 것이다. 

     그래도 정직하고 솔직하라. 

     당신이 여러 해 동안 만든 것이 하룻밤에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만들어라.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하면서도 도와주면 공격할지 모른다. 

     그래도 도와주어라.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주면 당신은 발길로 차일 것이다. 

     그래도 가진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나누어 주어라. 

     - 마더 테레사의 시 「그래도 사랑하라」 중에서

그렇다. 축서사의 봄이 아직도 침묵하고 있는 것은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이었다.
 
나와 내 주변을 서로 사랑하고 살지 못한 내 사랑의 결핍 탓이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것일까. 나의 숨길이 배꼽 밑에서 코끝까지 오르락내리락 하는
 
동안 내 마음의 겉볼안이 세상과의 화해를 시작했다. 아니 문수산 독수리의 지혜
 
가 마음의 겉볼안에 깃들기 시작했다. 독수리 축(鷲), 깃들 서(棲), 축서사의 독수
 
리가 ‘독수리의 큰 지혜(문수보살)’로 봄이 와도 해빙되지 않은 나의 중생심을 따
 
뜻이 녹여주었다.

 
   
 
 
▲ 축서사 북암. 축서사 북암은 독수리 품에 깃든 또 한 마리의 독수리다.
 

소설을 쓴 독수리의 후예

그 축서사엔 재미있는 연기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666년 신라 문무왕 13년의 일
 
이다. 당시 문수산 아래쪽에 지림사라는 절이 있었다. 어느 날 그 절의 스님이 앞
 
산을 바라보니 휘황찬란한 빛이 뿜어 나오고 있었다. 지림사 스님은 부리나케 앞
 
산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그곳에 한 동자가 잘 조성된 불상 앞에서 절을 하고 있
 
다가 자신은 청량산 문수보살이라며 구름을 타고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
 
리에 불상만 남았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의상 스님은 현재 축서사의 대웅전 터에
 
법당을 짓고 그 불상을 모셨다. 그리고 절 이름을 축서사라 한 뒤, 축서사 뒷산을
 
독수리의 큰 지혜가 깃든 산이라 해서 문수산이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축서사 북암은 독수리 품에 깃든 또 한 마리의 독수리다. 그리고
 
그 암자를 지키고 있는 기후 스님 또한 그 독수리 속의 독수리 속에 다시 깃을 튼
 
독수리의 후예다.
 
그 독수리의 후예가 얼마 전 일을 저질렀다. 소설이라고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스님이 4년 전 위암 수술을 받은 뒤 뜬금없이 『꿈속의 인연』이라는 자전적 구도
 
소설을 펴낸 것이다. 이에 대한 기후 스님의 변(辯)이 참 인간적이다.
 
“위암 수술 후, 생동하고픈 끈적한 명줄을 붙잡고 내다본 새벽녘의 희미한 가로등
 
불빛들…. 저 불빛처럼 곧 사라져야 될 이 색신(色身), 그 알 수 없음의 쫓기는 듯
 
한 실 가닥 마음에 뭔가를 남겼으면 하는 한 조각 중생심이 일었다. 모든 것이 변
 
하기에 그 실체가 없다는 말을 밥 먹듯 해오고 있는 출가 사문의 행색에 지울 수
 
없는 얼룩이 되는 오점 말이다. … 거기엔 많아진 흰 머리와 아래 위의 이를 틀니
 
로 해 넣은 세월의 두께와 생전 처음 긴긴 시간을 수술실에 몸을 맡기게 된 절망
 
적 오기가 일조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기후 스님의 자호(自號)는 무구자(無口子)다. 1971년 기림사 북암에
 
서 6년 묵언정진을 한 뒤 말의 천근 무게를 깨닫고 스스로 경책을 삼기 위해 입이
 
없다는 뜻으로 무구자라 칭한 것이다.
 
기후 스님의 얼굴은 곰보다. 그러나 그 얼굴은 얽었으되 이제 그냥 얽은 얼굴이
 
아니라 부처님의 자비와 문수보살의 지혜가 촘촘히 박힌 얼굴이다. 기후 스님이
 
마지막으로 일침을 주었다. “진심(眞心)과 청정(淸淨)이 바로 보배로운 꽃뿌리(필
 
자의 한자 이름인 珍英을 비유함)입니다.” 맑게 얽은 기후 스님의 곰보 얼굴 위로
 
춘래불사춘의 봄볕 한 가닥이 비로소 뻗쳐들었다.

 
   
 
 
▲ 축서사 석등 화창으로 내다본 소백산. 소백산 정상엔 아직도 흰눈이 두텁게 쌓여 있었다.
 
   
 
 
▲ 필자 일행을 배웅하는 기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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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이진영-  영광 군남출신,군남초47회,군남중25회. 1986년서울신문에 시와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각각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수렵도』, 『퍽 환한 하늘』 ,『아무도 너의 깊이를 모른다』 등과 동화책으로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 ,『발가락이 꼬물꼬물』 등이 있다.
 
 
[월간 불광4월호]
 


댓글목록

마하심님의 댓글

마하심 작성일

부처님의 자비와 문수보살의 지혜가 촘촘히 박힌 스님의 얼굴이 처음에는 뵙기에 어색하더니
이젠 다른 어느 분의 얼굴보다도 편안합니다.그래서 좋습니다.우리의 기후스님이...^^

모두 성불하십시오._()_

심자재님의 댓글

심자재 작성일

즐거운 일들입니다.
행복한 일들입니다. 우리들 옆에는 이토록 훌륭하신 스님들이
기둥처럼 우뚝 서 계십니다.
우리 모두 성불합시다..()_

조형합장^^님의 댓글

조형합장^^ 작성일

공경하는 기후스님
옥체일향망강 하시온지요.

불광책에서 뵙고 여기서 다시 뵈오니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길상화님 감사드립니다.
제 방에서도 소개말씀 올렸습니다.

모두 성불하십시요...
조형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