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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편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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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능엄화 작성일09-06-18 11:55 조회2,016회 댓글2건

본문

 

                보탑에 걸린 달              

 

보탑에 달이 떴습니다.

새벽예불 보러 갈 때 보탑을 바라보면 탑 끝에 하현달이 떠 있습니다.

하현달은 지는 달입니다.

지는 달은 늦게 뜹니다.

지는 달은 하얗게 바랜 달입니다.

지는 달은 하얘서 처연합니다.

반도 안 남게 스러진 달이 허공을 비춥니다.

보탑 끝에서 회색 구름과 숨바꼭질을 합니다.

달옆에 별이 하나 있습니다.

별은 멉니다.

보탑을 돌며 먼 먼 옛날로 갑니다.

맨발로 걸으셨던 부처님을 생각하며 한발 한발 떼어 놓습니다.

아스라이 먼 그 옛날 부처님이 이끄시던 교단, 그 행렬을 따라서 맨 뒤에 나도 갑니다.

새벽 바람이 슬쩍 지나갑니다.

전등이 꺼지고 순간 어두움이 희미한 달빛과 교차합니다.

군데 군데 떠 있던 구름은 바람이 데리고 갔습니다.

서서히 밝아지는 여명에 어둠에 묻혀 숨 죽이고 있던 주위 사물들이 살아납니다.

주위가 살아날수록 달빛은 흐려집니다.

밝아오는 아침에 지는 달은 아련합니다.

보름날밤 온 세상을 비췄던 월광은 한동안 추억이 됩니다.

걷다가 멈춰서서 희미한 달의 그림자를 봅니다.

볕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지라도 달은 하늘에 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서쪽으로 갑니다.

반달은 정말 서쪽나라로 갑니다.

탑을 돌다 바라보니 한뼘을 지나 있습니다.

금방 가기 아쉬운 듯 달은 계속 보탑을 지키고 있습니다.

내일 모레 토요일밤 참선법회때는 이미 사라져 버렸을 달과 인생을 화두로 삼아야 될 것같습니다.

댓글목록

혜명화님의 댓글

혜명화 작성일

^^ 능엄화보살님 안녕하세요

^^ 역시 보살님께서 글을 올리시니까
    축서사 지대방의 품격이 여실히 드러나네요

^^ 늘 좋은글 마니 마니 부탁드립니다.

능엄화님의 댓글

능엄화 작성일

어머나, 이게 누구 십니까?
세상에 이렇게 반가울수가~
엊그제 만났는데도 글을 통해 만나니 다시 반갑고 또 새롭네요.
잘 지내시지요?
혜명화보살님이 방문하시니 축서사 홈피가 멋있어졌습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이 되십시요.
보살님 생각 날때마다  기원합니다.
자주 자주 들려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