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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편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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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능엄화 작성일09-06-12 17:42 조회2,006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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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양간앞 소나무

 

축서사 공양간앞에 고령의 소나무가 있습니다.

수령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꽤 많은 나이일거라는 생각이 드는 그 소나무는 굉장히 크고 생김새가 좋은데다 기품도 있어 정말 멋있습니다.

한겨울 삭막한 겨울산에도 파란잎을 그대로 달고 추위와 맞서 당당하게 서있던 그 푸른 소나무는 우리절 경관을 빛내주는 일등공신임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 소나무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날이 풀리고 따뜻해 지면서 생긴 현상인데요,

굵은 나뭇가지 한가운데에 소나무잎이 아닌 동글동글하고 넓적한 잎이 나온 것입니다.

무슨 일 인가하여 살펴 보았더니, 글쎄 소나무에서 다른 나무가 자라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머, 무슨 이런 일이?’

하도 이상한 일이라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았는데, 조그맣게 싹이 나오던 그 작은 식물이 이제 제법 가느다란 가지를 뻗어 어엿한 나무로 자라며 소나무위에서 자리를 확보하고 있어 더 이상 의심을 할 수 없는 명확한 사실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죽은나무에 뿌리를 내리는 일은 있을 수 있겠지만, 산 나무에, 그것도 나무 몸통에 뿌리를 내리고 다른 종(種)의 나무가 버젓이 자라난다는 것이 분명 눈앞에서 벌어진 확실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무엇보다도 자기몸에 파고드는 뿌리의 고통을 그대로 감내하며 다른 종자를 키워내고 있는 소나무가 기이하다못해 신비롭기까지 한 것입니다.

나무들이 땅속에서도 서로 뿌리를 뻗어가려고 치열하게 경쟁을 한다는데,

자기몸에 뿌리를 내리도록 놔둔다는 것,

뿌리를 내리고 양분을 빨아먹도록 놔 둔다는 것,

그러면서 점점 더 깊이 소나무 속으로 침투해 들어가도록 놔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는 겁니다. 큰 나무이기에 조그만 새끼종자가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그런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인가?

아무튼 소나무도, 거기서 자라고 있는 나무도 모두 싱싱하고 활기차게 살고있는 것만은 분명한데 하루 세 번, 공양간을 갈 때마다 보게되는 그 기이한 두 나무는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지만 기도하겠다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온 이 중생의 가슴에 뭉클한 울림을 줍니다.

살아서 몸에 생나무를 키울 수 있는 소나무의 그 자비로움이 업생(業生)에 허덕이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나를 경책합니다.

하릴없이 바라보며 감탄만 하는 내게 소나무가 묻습니다.

‘너는 누구인가?’

나는 부끄러워 그냥 돌아섭니다.

그리고 속으로 물어봅니다.

‘나는 누구인가?’

댓글목록

이순간을.님의 댓글

이순간을. 작성일

몸소 보살행을 하는 소나무의 자비로운 마음을 느낄수가 있네요.
그런데 소나무는 그렇다치고
더불어 살아가는 저나무의 이름은 무엇인지를 모르겠으니.....
아시는 분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ㅎㅎ

.님의 댓글

. 작성일

.은 왜 아무런 관심도 없을까요?
아무래도 뭔가 모자라는가봐요.
이런 바보가 나하고 붙어있다고 생각하니 할말이 없군요....
이젠 널 바보라고 부르겠다.
이 바보야 !

나바보님의 댓글

나바보 작성일

바보라는 말이 정겹게 들리니.....
제가 좀 이상해졌나 봅니다.  바보처럼, 벙어리처럼, 소경처럼, 어린아이처럼 ......
그렇게 바보처럼 살아야 한다고 옛성인은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나 바보야^^

능엄화님의 댓글

능엄화 작성일

-  공 모 -
안녕하세요?
여기도 바보가 하나 있습니다. 나도바보~ ㅎㅎ
함께 할 도반이 있어서 아주 기쁩니다.
그런데 소나무에서 자라는 저 조그맣고도 철모르게 당당한 저 나무는 이름이 무얼까요?
저 나무의 이름을 공모 합니다.
아시는 분 종무소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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