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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신문에는 법정스님도 나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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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길상화 작성일09-06-06 01:38 조회2,3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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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

                                           < 조 선 일 보 >
법정(法頂) 스님

법정스님 법문집 출간

"제 이야기는 여기서 마칠 테니,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는 저 찬란히 피어나는 꽃과 나뭇잎에게 들으십시오."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서울 성북동 길상사(吉祥寺)에서 정기법회를 갖는 법정(法頂) 스님은 법문(法門)의 말미를 이렇게 장식하곤 한다. 그 순간 길상사 앞마당을 가득 메운 청중들의 시선은 일제히 신록과 단풍을 향한다. 스님은 법문 중에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놓치지 말라고 일깨워주는 것이다.

법정 스님의 사자후(獅子吼)를 모은 법문집 《일기일회(一期一會)》(문학의숲)가 출간됐다. 2003년부터 지난봄까지 길상사 정기법문과 동·하안거 결제·해제, 부처님오신날 등에 행한 44회의 법문을 풀어서 엮었다.

'모든 것은 생애 단 한 번'이라는 뜻의 책 제목처럼 법문집을 관통하는 단어는 '지금 여기'와 '이 순간'이다. 고통과 어려움의 바다에서 유한(有限)한 삶을 살아가는 청중들에게 법정 스님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때로는 위안이, 때로는 질책이 된다. 스님은 "이 삶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모든 것이 한 번의 기회, 한 번의 만남입니다. 이 고마움을 세상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또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살든 한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매 순간 마음을 맑히는 일로 이어져야 합니다"라고 한다.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그 순간이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이라는 이야기이다.

스님의 법문은 농경사회에서 산업화, 정보화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혼란스러운 우리에게 '느림'과 '여백'의 아름다움을 새삼 일깨워준다. "흔히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이 말이 얼마나 무례한 표현인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한정된 지구 자원을 가지고 인간들이 끝없는 욕심을 부리면 결국 지구에 파국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쌓아두기 때문에 지구가 병이 듭니다. 내가 하는 일이 지구환경에 득이 되는 일인지 해가 되는 일인지 그때그때 따져야 합니다" 자신의 삶을 늘 돌이켜보며 반성하는 점도 법정 스님 법문의 특징이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니 '중노릇이란 다른 게 아니라 마치 장애물 경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살아가면서 매사에 좀 더 너그럽지 못하고 옹졸하게 처신한 점을 뒤늦게 후회했습니다" 등의 고백이 그렇다.

중병을 앓고 치료를 받았던 법정 스님은 최근 병이 재발하자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을 도우라"며 치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겨울 병원에 입원했을 때 법정 스님은 제자들에게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그 시간을 무가치한 것, 헛된 것, 무의미한 것에 쓰는 것은 남아 있는 시간들에 대한 모독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덕인 덕현 덕진 스님 등 법정 스님의 상좌들과 류시화 시인은 서문에서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스승이 육체의 건강을 회복해 더 오래 우리 곁에 머물기를, 다시 여러 계절을 더 맑은 가르침으로 채워 주기를 바라며 이 법문집을 펴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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