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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卽問卽說)-저는 아직도 '60대 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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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능엄화 작성일09-08-10 10:16 조회1,9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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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卽問卽說)

 

                                             대담-법륜스님

 

        저는 아직도 ‘60대의 가장’입니다

 

세 자녀를 둔 60대의 아버지입니다. 다 큰 아이들이 독립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측은지심이 듭니다. 그래서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하여 각자 생활자금으로 분배하고, 저희부부는 시골로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방법이 해결책이라는 확신이 서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최선인 것 같고 어찌할 수 없어서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스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 네, 지금 생각하신 방법도 한 가지 방법에 속합니다.

제가 늘 이야기하지만, “안녕히 계십시오.”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이것은 달리 표현하면 도망가는 것입니다. 36계 줄행랑이지요. 이것은 최고의 방법이지만 동시에 마지막 방법이기도 합니다. 도망간다는 것은 죽는 것보다는 낫다는 얘기입니다.

온갖 방법을 썼는데도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남은 길은 죽는 것인데, 그래도 살아야 다음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에 도망가는 것은 마지막에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방법인 것이지요. 무조건 처음부터 도망간다는 것은 아무 전략도 전술도 아닙니다.

그것은 맨 끝에 생각해야 할 방법이에요.

어쨌든 그 방법도 한 가지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만 수행 차원의 방법은 아니고 세상의 방법입니다. ‘이렇게 딱 터전을 없애 버리면, 아이들이 더 이상 손을 벌리지 못할 것이고 그럼 나도 괴롭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거든요.

그러면 수행은 무엇인가요?

수행은 아이들이 손을 벌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무렇지도 않아야 하는 거에요. 이것이 해탈입니다.

한번 해 보세요.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아이들하고 같이 살면서 손을 벌리든 말든 죽는다고 하든 말든 그저 무심해지는 연습을 자꾸 해 보세요. “오늘부터 각자 인생 살아라. 나는 너희들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 이런 말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말해 놓고 못 지키면 체면이 서지 않으니까요. 지금부터 아이들이 뭐라 그러든 마음을 딱 잡아서 정진을 하는 겁니다. 그냥 모든 소리를 바람 소리처럼 듣는 거에요. 아이들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그냥 못 본 척하고, 마음이 흔들리면 절에 와서 하룻밤 자거나 여행을 가세요. 이렇게 해서 아이들이 ‘아버지가 변했다. 아버지한테 죽는다고 해도 안 통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한번 해 보는 거에요. 자식에 대한 집착이 놓아지느냐 안 놓아지느냐를 수행의 과제로 삼으라는 말이에요. 온갖 말과 경계에 내가 초연해질 수 있는지 지켜보면 당연히 초연해지지 못해요. 이 때 안 되는 자신을 보라는 겁니다. ‘응, 내가 자식에게 집착하고 있구나, 이것은 내 업이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내려놓지 못하는 내가 문제지 경계를 일으킨 자식이 문제가 아닙니다.

다시 말하지만 수행이 아니라 세상의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니까 이런 아이디어가 나오는 거예요. 공연히 집을 탓하는 거예요. 관점을 분명히 하고 난 후 집착을 끊으세요. 집은 집착을 끊고 난 뒤에 팔아도 됩니다.

여러분들 부부간에 갈등이 심하면 상대방을 수행의 대상으로 삼으세요. 헤어지고 싶더라도 상대를 수행의 대상으로 삼아서 해 보다가, 남편이나 아내를 보는 것이 편안하게 되거든 그때 가서 이혼을 하세요. 그럼 이렇게 말하겠지요. “편안한데 무엇 때문에 이혼합니까?” 그러면 살면 되지요. 불편해서 이혼을 하면,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혼자 살아도 문제가 생기고, 둘이 살아도 또 문제가 생깁니다. 지금 집착이 일어나는 그 자리에서 극복해야 합니다.

그런데 세상사가 반드시 그렇다고만 말할 수는 없지요. 때로는 36계 줄행랑이 더 상책일 때도 있어요. 그러니까 이것저것 다 해 보시고 도저히 안 되면 그때 가서 집을 팔아치우든지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인데, 집을 팔아도 정진을 해서 굳은 마음이 있어야 해결할 수 있어요. 아니면 집 팔아 집만 날리고, 돈만 날리고, 또 본인은 자식에게 매이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서 줄 수 있는 능력이나마 있으면서 줄까 말까 괴로워하지만, 앞으로 줄 처지도 못되는데 아이들이 달라고 하면 더 괴롭습니다. 주긴 줘야 되겠고 줄 것은 없고 이러면 더 괴로워져요. 그렇게 하지 마시고, 그냥 지금부터 딱 끊어 버리세요. 매일 눈으로 보면서 안 되는 것은 ‘내 탓이다. 내 공부다.’ 이렇게 생각하고 연습 삼아 한번 해 보세요. 한 6개월 해 보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그때 가서 집을 팔아 버리세요. 36계 줄행랑치는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최후의 선택입니다.

‘그래 맞다. 내가 집착을 놓지 못하는 거다. 이것이 다 내 바람이고 경계일 뿐이다. 거기에 걸려 넘어지지 않겠다.’ 이렇게 굳게 마음먹어도 실제로는 또 걸려 넘어집니다. 백이면 백 다 넘어져요. 그럴 때 넘어지면, ‘아, 넘어졌구나.’ 하고 알아차려서 일어나고, 또 넘어지면 또 알아차려서 또 일어나고...... 이렇게 수행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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