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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편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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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능엄화 작성일09-07-24 10:16 조회1,961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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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탑 청소 하는 날

 

빗자루를 들고 보탑을 씁니다.

자고나면 의례히 청소를 하듯이 이틀에 한번씩 아침 일찍 보탑을 씁니다.

특별히 깨끗하게 넣어 두었던 싸리비로 허리를 구부려 가로막이 쳐진 보탑안 바닥을 쓸어 냅니다.

검은 대리석이 깔린 바닥은 언뜻 보기엔 깨끗해 보이지만 비로 쓸면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모래, 흙등 여러 가지 쓰레기가 잔뜩 나옵니다.

그동안 여러차례 비가 와서 바닥이 깨끗하게 씻긴줄 알았는데 하루 볕이 나고 난 뒤, 오늘 비질을 하니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겁니다.

여래심보살과 둘이 탑 양쪽에서 쓸어와 한 곳에 모은 쓰레기를 쓰레받이에 담을 때 여래심보살이 한마디 합니다.

“보살님. 겉에서 볼 땐 깨끗해 보였는데 이렇게 쓰레기가 많이 나오네요.

우리 마음도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쓸어내면 버릴게 많겠지요?”

“그럼요.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아마도 탐진치로 덮여 있는 우리 마음을 쓸어내면 이 보다도 더 많을 겁니다.”

서로 쳐다보며 웃고는 이번엔 걸레질을 합니다.

마포걸레로 양쪽에서 닦기 시작하여 역시 한 곳에서 만납니다.

걸레질을 하면 대리석 바닥이 반짝반짝 윤이 납니다.

그런데 바닥이 많이 더럽지도 않은데 동글동글 자잘한 무늬가 사방에 잔뜩 나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엊그저께 슬쩍 내린 비로 바닥이 깨끗하게 씻겨지질 않고 오히려 먼지와 때가 뭉쳐 바닥에 얼룩이 진 것입니다.

그런데 걸레질을 해도 벗겨지지를 않아 만져보니 말라 붙어서 왠만해서는 닦이질 않습니다.

생각 끝에 비 온뒤에 바로 닦기로 했습니다.

마침 다음 날 아침에 가랑비가 내려 비를 맞으며 걸레질을 합니다.

어제 보다 훨씬 잘 닦입니다.

지나시던 스님 한 분이 왜 비 오는 날 탑을 닦느냐고 물으십니다.

“얼룩이 빗물에도 안 씻기네요.”

대답하고는 걸레질을 합니다.

더러운 것은 그때 그때 닦아내야 됩니다.

놔 두면 지금처럼 단단하게 굳어 얼룩을 만듭니다.

우리 마음도 그러겠지요.?

잘못된 일이 있을때 바로 참회하고 돌이키지 않으면 그대로 얼룩이 져 더럽게 눌어 붙겠지요?

걸레질을 하며 내 마음을 닦습니다.

나도 모르게 생기는 해주기 바라는 마음,

자꾸 생기는 욕심을 닦아냅니다.

“우리절은 보탑이 중심이야. 보탑 잘 관리해요.”라고 하시던 큰 스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이제 보니 보탑관리는 바로 내 마음 관리입니다.

 

댓글목록

마하심님의 댓글

마하심 작성일

절에 계시는 분들이라 청소를 하시면서 나누는 대화도 품격이 있네요.^^
"보탑 관리=내 마음 관리"라는 말이 많이 와 닿습니다.

보탑을 돌때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큰스님이 아니라, 부처님이 옆에 계셔도
미동도 하지 말고 오직 간절"절"자만 생각하고 한마음으로 돌아야 원이 이루어 진다는
혜융스님의 말씀이 다시 떠 오릅니다.

성불하십시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