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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고요하면 보이는 모두가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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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암 작성일11-03-25 09:56 조회2,339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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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를 향해 떠났다.
넉달만에 찾는 축서사의 마음찾기 여행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세계는 지금 괴로운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리비아의 하늘에는 전투기들이 폭탄을 안고 맴을 돌고 있고,
튀니지에서 촉발된 민주화운동이 중동 전역을 휩쓸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피흘리고 싸우고 있다.

지금 일본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연의 대재앙을 맞이하여
그 후유증으로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억세게도 추웠던 지난 겨울
삼백만 마리에 달하는 소와 돼지들이 구제역이라는 이름으로
추위와 함께 죽어갔다.

죽어간 그들의 명복을 간절하게 빌어보지만 마음은 참으로 아프다.


붓다께서는 2500년전에
"태어난 것은 반드시 소멸한다. 이것은 진리다"라고 설파했다.


그리고 붓다 스스로도 이 진리앞에서 자신을 소멸시켰다.
이것을 붓다의 열반이라고 부른다.


붓다의 남김없는 열반을 후세의 사람들은 무여열반이라고 했다.
음력 2월 15일. 우연하게도 축서사를 향하는 날이 바로 그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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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열반일답게 보름달이 숲과 구름을 헤집고 벌겋게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이번의 달은 지구와 달이 가장 가깝다고 한다.

하지만 하늘에는 구름이 겹겹히 두르고 있어서
가장 밝다는 슈퍼문도 어쩔 수 없이 꼬랑지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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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밤 우리들의  스승님인 큰스님께서는 고요에 대하여
예의 그 나긋나긋한 음성으로 일러주셨다.


큰스님은 눈이 고요하면 보이는 대상 모두가 고요하고 한가롭다고 하셨다.
귀가 고요하면 모든 소리가 고요하고, 싫고 좋은 소리가 없다 하셨다.


귀가 고요하면 모든 소리가 편안하고 고요하며
혀가 고요하면 맛에 대한 분별과 차별심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셨다.


몸이 고요하면 몸의 괴로움이 느껴지지 않으며
뜻이 고요하면 만사가 편안하고 안락해진다고 하셨다.

이처럼 행복을 위한 마음찾기 여행에는 고요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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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란 그런 것이다.
고요하지 못한 마음으로 마음을 닦으려 하면
아무리 애써도 되지 않을 일...

하여 오늘도 고요해지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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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으로 다가가자 어둠 속에 봄비가 세차게 흩뿌리고
수조에서는 밤새 물소리들이 새벽새들을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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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초기말씀이 가득한 '숫다니파타'라는 경전에서는..


아름다운 연꽃의 줄기와 꽃만을 즐기지 말고
그것에 대한 집착을 말끔히 제거하여
허망한 것을 허망한 것으로 제대로 알아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가라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무들 조차 홀로 서기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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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자욱한 축서사를 뒤로 하고 고요를 안은 채 서울로 향했다.
치악에 이르르자 치악의 산세가 우리를 설경으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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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암합장
 

 

댓글목록

마하심님의 댓글

마하심 작성일

참선법회에는 참선만 하는 줄 알았더니 그 외의 것들이 더 묘미를 주는군요.^^
보이는 모든 정경들이 평화롭습니다....
좋은 글과 사진 감사드립니다._()_

초윤RV님의 댓글

초윤RV 작성일

치악산으로 상경하신시간에
소백산으로 하향하고 있었던터라
근간 본 설경중에 가장 넉넉하였고
난분분하던 마음자락이 자연히 자리를 잡아,

춘설을 이고선 나무들 가지쳐지는 소리가.......

달리는 차창밖으로 순풍순풍 내리는 솜자락들...
올겨울 내동 보아야만 했던 눈만 보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귀인으로 부터 받은
선물 보따리를 푸는 상쾌한 기분이더이다~

아~ 서암은 그리 사라지고
초윤 또한 그리 사라졌나니

스쳐 멀어져간 인연이라
그대를 남이라고 부르오리다...

남서암~! ㅎㅎㅎ

영영님의 댓글

영영 작성일

붓다의 말씀도 여러 결집을 통하여 우리에게 왔듯이
큰스님의 말씀도 서암님을 통하여 그대로 전달되는 군요.

맑고 깨끗한 서암님의 글에
눈도 마음도 대상도 한꺼번에
고요해 지고 평정이 되는군요.

정말 좋은 시절입니다.^^

*추신 : 인도 순례기는 언제 올라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