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고, 바라보며 마중하기 여름이라는 계절 속에 준비되었던 8월이 장마와 휴가철, 그리고 폭염 이라는 겉옷을 몇 번씩 갈아입으면서 떠들썩하게 야단법석을 떨더니 이른 아침 촉촉한 이슬 늦저녁 선선한 바람 앞에 부끄러움을 탓 나 봅니다. 이제 서서히 그 속내를 감추고 정해진 운명 1년 후의 해후를 위하여 보따리를 싸고 있습니다. 떠들썩하게 내리던 비바람은 걱정 반 기쁨 반으로 우리들의 삶에 간섭이 되었고 수은주 터져라 끌어올리던 날들 낮이나 밤이나 욕(?)먹는 일은 더위에게 미뤘더이다. 그래놓고도 상심으로 한숨짓는 인간사 모르는 채 시치미로 밀어대고 태연하게도 제 갈길 가겠다고 길을 나서겠답니다. 보내줘야겠지요? 밉기로야 붙잡아 놓고 가까이 와 있는 또 다른 우리들의 9월과 맞서게 하고 싶지만 어찌 이 녀석이 우리에게 몹쓸 짓만 했겠어요. 착한일도 많이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는 거 우리가 잘 알잖아요. 그러니까 고이 보내주자고요, 대신에 꼭 1년 후 다시 만날 때는 순하고 부드럽게 다듬어진 희망과 알뜰살뜰 계획된 미래의 보람을 한 아름 벅차게 안고 돌아오라는 부탁을 숙제로 주기로 합니다. 보이세요? 설익은 사과 알에 빨강색 단맛을 넣어주기 위해 너무 진해 세상천지 구분 없는 진초록 평원에 빨 주 노 초 파 남 보 고운 물감 드리워 아하! 이것이 하얀색 국화요, 저것이 노란색 벼 이삭이요, 허 따, 저것은 검붉은 대추알이구나 하고 우리들에 눈 속에 한가지, 두 가지... 점 점 점 시절을 알려주기 위해 9월이 저기 저 언덕을 넘어오고 있잖아요! 반갑게 얼른 달려 나가 9월을 마중하고 싶지만 조금만 참아요, 우리 그전에 우리가 보내줘야 할 8월이 보따리를 쌀 때 까지 기다렸다 보내주고 그 뒤 아름다운 계절의 앞자리에 마련될 9월을 바라보며 마중하여도 늦지는 않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