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 잘하면 천하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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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지식(善知識) 작성일12-08-01 19:48 조회3,369회 댓글2건본문
“화두 잘하면 천하를 얻는다”
<쉬고 쉬고 또 쉬고> 법문집 낸 무여스님
무여스님을 처음 뵌 것은 3년여 전쯤이었다. 머리도 식히고 스님도 뵐 겸해서 축서사에서 하루 묵었다. 당시 축서사는 복원불사를 마무리하고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절이 상당히 깨끗하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전각과 탑, 작은 건물하나까지 세심하게 살핀 흔적이 느껴질 정도였다. 나중에 사중스님들께 여쭈어 보니 무여스님이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직접 살핀 결과라고 했다. 산사에 하루 머물면서 무여스님의 ‘깔끔한’ 성격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었다.
이렇게 뵈었던 무여스님이 <쉬고 쉬고 또 쉬고>라는 법문집을 냈다. 스님 문하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재가자가 2007년 1월부터 1년간 축서사에서 스님이 진행한 ‘화두 참선법’에 대한 법문을 잘 정리해 엮은 것인데, 이 책에서도 역시 스님의 빈틈없는 성격과 수행에 대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하안거가 진행 중이었지만, 스님은 “간화선(看話禪)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싶어” 산중에서 잠시 나와 책 출판 간담회에 기꺼이 참석해 수행에 목마른 불자들에게 감로수(甘露水)를 내놓았다.
<무여스님>
“간화선, 반드시 해야 하는 것”
“확철대오(廓撤大悟)하려면 최상승 수행법인 간화선을 해야 합니다. 현대인의 삶에서 수행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입니다. 수행은 그렇게 어렵고 힘든 것이 아닙니다. 꾸준하고 진지하게 하면 간화선이야말로 쉽고 빠르게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수행법입니다.”
스님은 법문집의 내용과 수행에 대해 궁금해 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단도직입(單刀直入)으로 간화선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 스님 주장의 요지다. 스님은 “선이 어렵다고 하는 사람은 기본 공부가 잘 안 돼 있어서 그렇다”며 “번뇌망상을 없애려면 마음을 고요와 평화의 상태로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얕은 알음알이로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면서 마음공부를 하라는 얘기다.
“현대인들은 아주 편안한 상황에서 평화로우면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원한다”는 무여스님은 “여행을 하기 전에 느껴지는 ‘설레임’을 가지고 화두를 참구하면 좋은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반드시 스승에게서 화두를 받아라”
그래서 스님은 먼저 간화선 수행의 출발이 중요하다고 했다. 스님은 먼저 마음속에서 ‘고요’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불행하다고 느끼는 순간, 괴롭다고 느끼는 순간, 화가 고개를 쳐드는 순간, 그 순간마다 마음속의 고요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요를 찾아내기만 하면 아무리 못살겠다, 죽을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절박했던 사람들도 얼굴이 저절로 펴지고 맑고 밝은 미소를 짓게 된다”고 스님은 강조했다. 이 마음고요상태에서 화두와의 질긴 싸움은 시작된다.
스님은 “화두 공부를 할 때는 모든 생각과 분별하는 마음을 내서는 안 된다. 화두공부 할 때는 오직 단순하게 의심만 지어가야 한다. 그래야 화두공부를 참으로 잘 할 수 있다. 그리고 반드시 믿을 만한 스승에게서 화두를 받아서 공부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역대 조사들이 그러했듯이 훌륭한 스승 밑에서 제대로 된 납자(衲子)가 나오기 때문이다.
<불자들과 법담을 나누는 무여스님>
“아름다운 매화가 피기까지는…”
그리고 본격적인 화두 참구. 화두는 간절하게 들어야 한다. “정성을 다해서, 안할 수 없는 것처럼, 꼭 필요한 것처럼, 반드시 해야 할 일인 것처럼 해야 한다”고 스님은 강조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간절하게 화두를 들어야 한 걸음의 진전을 경험할 수 있다. “매서운 추위가 뼛속에 사무치지 않으면 진한 매화 향기가 나지 않듯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화두에만 매달려야 참된 수행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고 스님은 덧붙인다. 이와 같은 화두와의 한판 대결에서 대신심(大信心), 대분심(大憤心), 대의심(大疑心)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스님은 “화두공부는 올라가지 못할 산이 아니다. 확고부동한 발심과 신심을 돈독히 해서 애쓰고 애써서 어떻게라도 올라간다는 생각을 하면 의외로 쉽게 또 바로 될 수 있는 것이 화두공부”라고 말했다.
이렇게 열심히 화두 공부를 하게 되면 무엇이 좋을까?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스님은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시원스럽게 내놓았다.
“선을 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머리가 좋아지며 사람에게서 향기가 납니다. 또 일에 능률이 올라 하는 일마다 승승장구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요,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을 얻고 생사를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천하를 얻을 수 있다는 스님의 확신 속에는 어서 빨리 공부를 시작하라는 간절한 당부가 배어 있다. 그래서 스님은 간화선 전파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리라.
“인류를 위해 무엇을 할지 종단은 고민해야”
스님은 인류 최고의 수행법을 가지고 있고, 간화선의 면면을 이어온 조계종이 이제는 수행의 사회화와 함께 인류를 위해 불교가 무엇을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서구에서 이미 불교 수행 열풍이 불고 있고 불교가 21세기 문명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때 종단이 불자는 물론 국민들의 삶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후 수 천 년 간 이어온 찬란한 수행종풍을 이제는 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나눠야 합니다. 그렇게 돼야 비로소 불교는 온전한 모습으로 동시대인들과 호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대산에서의 출가 이후 지난 40여년간 절집 생활을 해오면서 어떻게 선을 보급하고 가르쳐야 현대인들이 쉽게 느낄 수 있을까를 생각해왔다는 스님에게서 또 다른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진정 간화선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무여스님의 간곡한 바람처럼 나와 너, 우리의 사회 속에서 함께 구현되기를 기대해본다.
2시간여 동안 쉼 없이 행복의 열쇠가 든 보따리를 풀어 놓은 스님의 얼굴에 잔잔하고 평온한 미소가 가득하다.
[출처] 6. 축서사 선원장 무여스님|작성자 jajuycj
댓글목록
영영님의 댓글
영영 작성일
책을 내신 것이 엊그제 같으신데 벌써 만 3년하고도
몇 개월이 되셨군요.
처음 펼쳐 보았을 때의 기쁜 기억이 아스라이도 떠오른답니다.
소중한 말씀 잊지 않도록 늘 가까이 두고자 애를 쓰고 있답니다.
이렇게 좋은 내용을 올려 주셔서 정말 감사하답니다.
지금은 우리절 홈피 ‘참선수행방’에서 법융 국장님께서
올려주고 계시지요.
많은 참고가 된답니다.^^
홍련화님의 댓글
홍련화 작성일네네 참 고마우신 우리의 국장님이시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