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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성산포/이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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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하심 작성일10-05-30 09:43 조회2,171회 댓글7건

본문

                                  


아침 여섯 시
어느 동쪽이나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城汕浦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 피운다
태양은 수만개
유독 城汕浦에서만
해가 솟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
하나 밖에 없다고 착각해 온 해를 보라.

城汕浦에서는
푸른색 이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설사 색맹일지라도 바다를 빨갛게 칠한 순 없다.

城汕浦에서는
바람이 심한 날 
제비처럼 사투리로 말한다
그러다가도 해가뜨는 아침이면
말보다 더 쉬운 감탄사를 쓴다
손을 대면 화끈 달아오르는 감탄사를 쓴다.

城汕浦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술을 마실때도 바다옆에서 마신다
나는 내말을 하고 바다는 제말을 하고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城汕浦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맨 먼저
나는 水平線에 눈을 베었다
그리고 워럭 달려드는 파도소리에 귀를 찢기웠다.
그래도 할 말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저, 바다만의 세상 하면서, 당하고 있었다
내 눈이 그렇게 유쾌하게 베인적이 없었다
내 귀가 그렇게 유쾌하게 찢어진적은 없었다.

모두 막혀버렸구나
산은 물이라 막고 물은 산이라 막고
보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을 때는
차라리 눈을 감자
눈을 감으면 보일 게다
떠나간 사람이 와 있는 것처럼 보일게다
알몸으로도 세월에 타지 않는
바다처럼 보일거다.
밤으로도 지울 수 없는 그림자로 태어나
바다로도 닳지 않는 진주로 살거다.  


- 그리운 바다 성산포(1)/이생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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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성산포2님의 댓글

..성산포2 작성일

그리운 바다 성산포 2



일출봉에 올라 해를 본다 아무생각 없이 해를 본다
해도그렇게 나를 보다가 바다에 눕는다
일출봉에서 해를 보고나니 달이 오른다


달도 그렇게 날 보더니 바다에 눕는다
해도 달도 바다에 눕고나니 밤이된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바다에 누어서 밤이 되어 버린다

날짐승도 혼자 살면 외로운 것
바다도 혼자 살기 싫어 퍽퍽 넘어지며 운다


큰산이 밤이 싫어 산짐승 불러오듯
넓은 바다도 밤이 싫어 이부자리를 차내버린다


사슴이 산 속으로 산 속으로 밤을 피해가듯
넓은 바다도 물속으로 물속으로 밤을 피해간다

성산포에서는 그 풍요 속에서도 갈증이 인다
바다 한가운데에 풍덩 생명을 빠뜨릴 순 있어도
한 모금 물을 건질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그릇에 담을 수 없는 바다가 사방에 흩어져 산다

가장 살기 좋은 곳은 가장 죽기도 좋은 곳
성산포에서는 생과 사가 손을 놓치 않아 서로 떨어질수 없다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살아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워할 것도 없이 돌아선다


사슴이여 살아있는 사슴이여
지금 사슴으로 살아 있는 사슴이여
저기 저 파도는 사슴 같은데 산을 떠나 매 맞는 것
저기 저 파도는 꽃 같은데 꽃밭을 떠나 시드는 것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에 넋
파도는 살아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움도 없이 말하지 않지만

..성산포3님의 댓글

..성산포3 작성일

그리운 바다 성산포 3 / 이생진 

 
어망에 끼었던 바다도 빠져 나오고 ..
수문에 갇혔던 바다도 빠져 나오고
갈매기가 물었던 바다도 빠져 나오고
하루살이 하루 산 몫의 바다도 빠져나와
한 자리에 모인 살결이 희다
이제 다시 돌아갈 곳도 없는 자리
그대로 천년만년 길어서 싫다 

 

꽃이 사람 된다면 바다는 서슴지 않고 물을 버리겠지
물고기가 숲에 살고 산토끼도 물에 살고 싶다면
가죽을 훌훌 벗고 물에 뛰어들겠지
그런데 태어난대로 태어난 자리에서
산신에 빌다가 세월에 가고
수신께 빌다가 세월에 간다 

 

성산포에서는 설교는 바다가 하고 목사는 바다를 듣는다
기도보다 더 잔잔한 바다
꽃보다 더 섬세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바다가 더 잘 산다 

 

저 세상에 가서도 바다에 가자
바다가 없으면 이 세상에 다시 오자

..성산포4님의 댓글

..성산포4 작성일

그리운 바다 성산포 4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어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 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 나무에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나타난 버스에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을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취하라고
섬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 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 주었다

삼백육십오 일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 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약먹을시간님의 댓글

약먹을시간 작성일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병원갈시간님의 댓글

병원갈시간 댓글의 댓글 작성일

그래서 더 슬프죠?^^

사는동안님의 댓글

사는동안 작성일

오랜만에 들어보는 음악입니다...
국악과 양악이 어우려져
아주 멋집니다...

직접적으로 면대한 자리에서
칭찬의 말을 듣게 되면 아무리 얼굴 두꺼운 사람이라도
쑥스러운 표정을 짓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상대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족이나 친구 등
제 삼자를 들어 칭찬하여 만족케 하는
테크닉을 활용하면 좋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합니다.

국악과 양악이 어우려지듯
삶의 테크닉은 어우려야 제맛이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다와, 술과, 시와 취함이 있듯이.... 

_() () ()_

마하심님의 댓글

마하심 작성일

삶의 테크닉??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인데...
오늘은 또 어떤 테크닉을 발휘해 볼까 잠시 고민중...^^
바다와 술과 시와 취함...참으로 멋진 넘들이네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