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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사랑의 기도/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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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하심 작성일10-04-07 09:17 조회2,029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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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사랑의 기도 ♡ / 안도현

봄이 오기 전에는 
그렇게도 봄을 기다렸으나 
정작 봄이 와도 
저는 봄을 제대로 맞지 못했습니다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당신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해서 
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갓 태어난 아기가 응아,하는 울음소리로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듯 
내 입 밖으로 나오는 사랑해요,라는 말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남의 허물을 함부로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던 손바닥을 부끄럽게 하소서
 
남을 위해 한 번도 열려본 적이 없는 지갑과 
끼니때마다 흘러 넘쳐 버리던 밥이며 국물과 
그리고 인간에 대한 모든 무례와 무지와 무관심을 
부끄럽게 하소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하소서 
큰 것보다도 작은 것도 좋다고,
많은 것보다도 적은 것도 좋다고,
높은 것보다도 낮은 것도 좋다고,
빠른 것보다도 느린 것도 좋다고,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그것들을 아끼고 쓰다듬을 수 있는 
손길을 주소서 

장미의 화려한 빛깔 대신에 
제비꽃의 소담한 빛깔에 취하게 하소서 

백합의 강렬한 향기 대신에 
진달래의 향기 없는 향기에 취하게 하소서
          
떨림과 설렘과 감격을 잊어버린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 같은 몸에도 
물이 차 오르게 하소서 

꽃이 피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얼음장을 뚫고 바다에 당도한 저 푸른 강물과 같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댓글목록

마하심님의 댓글

마하심 작성일

그러하게 하소서...()...

사는동안님의 댓글

사는동안 작성일

오랜만에 들어와 봅니다.
바깥 날씨가 이제는 제법 봄티를 내고 있습니다.
내피 달린 잡바가 덥게 느껴 집니다.

봄이 오기 전에 그렇게도 봄을 기다리다가
정작 봄이 와도 제되로 봄을 맟이 하지 몬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사는동안 무언가 갈망하다가
정작 내 앞에 다가오면 움찔
뒤로 물러나는 게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함께하는 도반님들,
이 봄날이 다가기 전에 하고픈 일,
맘껏하고 살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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