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마당   >  

음악감상실

갑돌이와 갑순이/김세레나


페이지 정보

작성자 혜안등 작성일09-08-18 11:40 조회2,097회 댓글2건

본문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랑이 뒤엉키고 꼬인다. 하나가 죽었을 때 살아있던 다른 하나가 따라죽었고, 죽었던 하나가 다시 깨어나 죽은 다른 하나를 보며 다시 따라죽는, 삶과 죽음의 얄궂은 뫼비우스띠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계획했던 시나리오 대로 풀리지 않는 '장난의 운명'을 이보다 더 기막히게 보여줄 순 없으리라. 이런 사랑, 우리 나라에도 있다. 아사달과 아사녀의 사랑이 그렇다. 아사달을 그리워하던 아사녀는 물 속에 탑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다가 환각 상태에서 물 속으로 뛰어든다. 뒤늦게 돌아온 아사달은 죽은 아사녀를 따라 물 속에 뛰어들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그 자리에 아사녀탑을 세운다. 살아 생전 만나지 못하고 죽어서야 해후하는 연인들의 슬픔이야 영국이나 신라나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저렇게 운명이 장난친 거 말고, 인심의 우유부단함이랄까, 천성적인 부끄럼이랄까, 겉과 속을 투명하게 맞추는데 익숙하지 않는 내숭사회를 살아온 남녀들의 비극을 기막히게 다룬 건, 저 노래 <갑돌이와 갑순이> 이상이 없다. 갑돌이는 갑순이를 좋아하고, 갑순이는 갑돌이를 좋아한다. 두 사람의 사랑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그런데, 둘은 그저 서로 마음만 그럴 뿐, 말로 표현할 줄 모른다. 그야말로 '갑갑사랑'이다. 갑갑남, 갑돌이가 먼저 말을 걸었어야 했는데 갑갑녀, 갑순이가 혹시 거절할까 말을 못하고 냉가슴만 앓는다. 이 벙어리 사랑을 믿고 갑순이가 뭘 어쩌겠는가. 그냥 부모가 시키는 대로 눈물 죽죽 흘리며 결혼을 한다. 해놓고 보니 기가 막힌다. 행복해야할 첫날밤에 엉엉 우는데, 신랑은, 그저 제 부모 보고싶어서 우는 거려니 하고 신부 갑순이 등을 툭툭 두드려준다.



그래 놓고, 갑돌이도 홧김에 결혼을 한다. 하고 보니 이제는 더 이상 물릴 수도 없다. 이쪽 돌에 박히고 저쪽 바위에 박혔으니, 그 순정 100%의 원단 사랑은 이제 빼도박도 못하게 됐다. 마침 달이 떠서 새 신랑 갑돌이가 그걸 보며 엉엉 운다. 이렇게 속으로만 피었다가 죽을 때까지 발설하지 못하고 묻혀간 사랑이 어디 갑갑 커플 뿐이랴? 이 땅의 늙은 첫사랑은 다 그렇게 가슴에 박힌 못이다. 바보등신 연애라고 옛사람들을 비웃으면 못쓴다. 그땐 다들 비슷하게 그랬다.



송창식의 노래 중에서 <한번쯤>이란 게 있는데, 이게 갑돌이와 갑순이 재판(再版)이다. 1절에서는 골목에서 앞서 걷는 갑순이가, 갑돌이를 향해 속으로 중얼거린다. "한번쯤 말을 걸겠지." 그런데 계속 따라오기만 할 뿐 소식이 없다. 2절에선 뒤의 갑돌이가 중얼거린다. "한번쯤 돌아보겠지." 둘 다 서로에게 '행동 개시'를 미루며, 속을 끓인다. 결국 송창식 남녀는 어떻게 됐을까? 어떻게 되긴? 갑순이는 집 안으로 들어가고, 갑돌이는 그 앞에 서서 담배 한 대 핀 뒤 어깨 축 처져 돌아갔지 뭐. 바보등신같은 사랑. 이젠 유통기한이 지난 '연애법'이지만, 그 기막힌 그리움이 얼마나 간절했는지는, 나도 그 시절 언저리를 통과했는지라 대략 짐작한다.







갑돌이와 갑순이 / 김세레나



갑돌이와 갑순이는 한마을에 살았더래요

둘이는 서로서로 사랑을 했더래요

그러나 둘이는 마음 뿐이래요

그러나 겉으로는(으으으음~~x2)

모르는척 했더래요


그러다가 갑순이가 시집을 갔더래요

시집간 날 첫날밤에 한없이 울었더래요

갑순이 마음은 갑돌이 뿐이래요

그러나 겉으로는(으으으음~~x2)

안그런척 했더래요 안그런척 했더래요


갑돌이도 화가나서 장가를 갔더래요

장가간 날 첫날밤에 달보고 울었더래요

갑돌이 마음도 갑순이 뿐이래요

겉으로는 고까짓것 했더래요 고까짓것 했더래요

댓글목록

마갑순님의 댓글

마갑순 작성일

햇살이 좀 따가운 오후입니다.^^
그래도 머잖아 이 따가운 햇살이 그리워질테니
즐길수 있을 때 실컷 즐겨야겠지요~~~

위의 그림들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정말 갑순이가 되어보고 싶을 정도로 부럽기도 하고...

오늘 올라온 곡들은 장구의 장단이 꼭 필요한데
장구 처사님은 요즘도 장구 장단을 잘 익히고 계시는지...^^

보갑돌님의 댓글

보갑돌 작성일

달팽이 두 마리가 큰 양쪽 나무 가지에서 살았더래요..
한 마리는 이쪽 나뭇가지, 또 한 마리는 저쪽 나뭇가지에서,
서로가 서로를 쳐다보며 살았더래요..

두 달팽이는 서로를 좋아했지만,
서로 저 달팽이가 나를 좋아할까, 싫어할까 하며,
마음속으로만 애를 태웠더래요.

두 달팽이는 만나려면 가지가 벌여지는,
밑으로 서로가 내려와야 하는데...
한번 내려가면 다시 올라 올수 없을 정도의 긴 시간이
필요했더래요.

그래서, 서로가 내만 내려가고 저놈이 안내려오면,
나만 뭐 되는데..

하며, 서로가 서로의 눈치만 보며 한세월 다 보냈더래요
수명이 다해 나무 밑으로 떨어진 후에,
서로가 서로를 사랑했음을 알았더래요..

서로가 서로를 원망하며,
죽는 순간까지 니가 미리 내려오지 하고 싸웠더래요,
그래서, 달팽이는 X팔려 껍데기를 항상 쓰고 다닌다고 합니다.
누가 오면 쏙 숨어버릴라고.....

보갑돌 생각...  忽~惚~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