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마당   >  

음악감상실

즐거운 편지/황동규


페이지 정보

작성자 마하심 작성일09-02-14 16:52 조회2,013회 댓글5건

본문

즐거운 편지 - 황 동 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일러스트=잠산

 
 

황동규 시인은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는다. 반 세기 동안이나 그는 우리말을 정갈하게 빚었고 우리말의 숨결을 세세하게 보살펴 고아(高雅)하게 했다. 놀랍게도 ‘즐거운 편지’는 황동규 시인이 1958년 ‘현대문학’에 발표한 그의 데뷔작이다.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과 ‘편지’ 등에서 낭송되어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이 시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의 원 제목도 ‘즐거운 편지’였다고 한다. 이제 이 시는 한국인의 애송시가 되었다. 만남과 이별의 회전 속도가 이처럼 빠른 시대에 이 시는 왜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가. 왜 여전히 막막하게 하는가. 헤어져 돌아가던 옛사랑의 뒷모습을 보게 하는가.

하늘이 먹먹하게 어두워지고 주먹눈이 막 내리는 날이면 어디 먼 산골이나 바닷가 민박집에라도 가고 싶어진다. 작은 넝쿨에 말라붙는 붉은 열매 같은 눈빛을 하고서 눈이 내리는 그 시간을 살고 싶어진다. 눈이 그치면 순백의 설원과 설원 위를 유행(遊行)하는 바람의 노래를 듣고 싶어진다. 그리고 멀리 두고 온 사람을 ‘가까스로’ 떠올릴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적막한 시간에 나를 선택하지 않은 사랑을 떠올리는 일은 아주 사소한 일이 될 것이다.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이 될 것이다. 너무 사소하여서 손을 놓고 아무 일도 하지 못할 것이다. 너무 사소하여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그렇게 이 세상에서 잊혀진 듯 살 것이다. 폭설에 갇힌 순한 산짐승처럼 우는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그대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건넨 이별의 말은 나의 가슴에서 깨끗하게 씻어낼 것이다. 겨울 하늘에 뜬 달이 천강(千江)을 비추어도 그대는 나를 생각하지 말라. 그대가 나의 사랑을 다시 받아 안는 날이 와도 내가 아직 저 산골짜기 깊은 산막에서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하는 그런 아주 짧은 후일에도 그대는 나를 생각하지 말라. 
문태준·시인

댓글목록

마음의선물님의 댓글

마음의선물 작성일

주말은 잘 보내고 계신지요?
날씨가 얼마나 따뜻한지,이젠 겨울을 말하기가 좀 어색하네요.
희망을 가득 품고 "뿅"하고 나타날 날만 기다리는
봄의 꽃망울들 처럼 부푼 희망으로 봄을 맞이하시길...^^

해 인님의 댓글

해 인 작성일

" 아이구 불쌍해라 노루야
    아이구 미안타 고라니야
   
    아이구 서서죽은 고라니야
    아이구 서서 얼어죽은 고라니야
    아이구  , 가슴아파라, 아이구 아파라 잉잉잉...
 
  하산 후
 
  명산콘도 옥싸우나 에서
  올라당 거시기 하고  목욕함.

  요즈음 겨울산 무척 황량하다우
  혼자 외지고 깊은 산 산행을 넘넘 좋아라 하우
  아무도 없는 깊고 깊은 골짜기에서 , 혼자서리, 오오 넘 행복 해랴~

  산더덕 (요즈음은 줄기보고 캠), 하수오(정력앤 짱, 생비아그라), 단풍마(고혈압에 신효) 등등
  많은 약초를( 아쭈 구리) 캐고 있음 즉 아마추어 주말 약초꾼 후후후
  늦봄부터 가을 까정은 채삼 꾼 후후후

  12월 3째 주인가 ..
  상당히 깊은 계곡 (양백지간 어름)을 헤매이다가 서리

  짧은 겨울 해가 뉘엇 지기 시작 (오후 4시 경)
  무심코
  작은 여울물을 따라 계곡을 빠져나가 는데
  발에 툭차이는 옹로(짐승잡기 위한 부비추렙; 군대 면제받은 분을 잘모를 것임)...

  글구 10여미터 전방에
  해인 허리정도 큰키의  노루 한마리 ...
  뒷 발이 옹로에 걸려 발버둥 치고 있었고

  글구 해인과 노루와 사투 ... 40분 정도
  난 그를 살려주려고 옹로 철사를 풀기위해 진땀을 빼는데
  정작 노루는 자기를 해치려은 줄알고 ..

  결국 철사를 풀어주었으나
  그러나 노루는 그자리에서 꼼짝않고 노려보고 있었고
 
  해인이 계곡을 빠져나올때 까지도 그자리에

  아이구 불쌍해 라 노루야
  발목 뿌러진 노루야 
  얼마나 오래 견딜수 있을까 노루야

  휴
  오늘 토요일
  노루재 인근 산 ...

  아는 지인이 갑자기 부탁을 해와서리
  집안어른이 고혈압으로 고생한다고 해서 (부탁을 받고서리)
  단풍마를 캐기위해서...

  산정상 7부능선 쯔음
  산돼지 길(짐승이 다닌는 : 산행을 오래하다보면 자주발견 할수 있음, 그길 따라가 면 편함)
  을 따라 가고 있었는데

  전방 10미터에서
  고라니 한마리가 꼼짝 않고 서있었음
  왠일인지 도망도 가지 않고

  어 ~ 이선수 혹시 고라니가 아니고
  저번에 구해준 노루가 고맙다고 기다리는 건 아닌지 ??
  아니다 , 아니었다

  인간이 짐승 다니는 길목에 걸어둔 옹로(철사)가 목에 걸려
  눈을 뜨고 그자리에서 서서 얼어 죽었다

  눈 크게 뜨고
  우 ...///////

  그자리에서 오체투시 삼배 올리고
  그냥 그냥 내래 왔다

  .......
  우 ~ 우~
  인간들아 인간들아 ....
 
  " 혹 내일 이나 시간나면
    축서사 보광전 부처님께 천도제나 지내고 싶군 ,
    아 ~그냥 절이나 하고 올까 , 미안타고 , 넘 미안타고, "

    후
    죽어 49일  바르도(중음) 자알 넘기고
    인간으로 태어나시든가,  바르도에서 바로 성불 하시던가 하십시요 ...
    아미타불 ///// 왕생극락///을 기원합니다..

    후
    깊고 깊은 히말리아 소왕국 시킴 강톡에서 번역되어
    세상에 나온 <티벳의 사자의서>를 읽어 줍시다....

    <치카이 바르도>
    아 고귀학 태어난 노루여, 고라니여 그대가 존재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순간이 다가 왔다, 그대의 호흡이 멋으려 하고 있다(아~벌써 죽었지)

    그대는 한때 그대의 영적 스승으로 부터 존재의 근원에서 비치는
    투명한 빛에 대해 배워 왔다 (수많은 환생중에)

    이제 그대는 사후세계의 첫번째 단계에서
    그 근원의 빛을 체험 하려 하고 있다

    그대여 이순간에 모든 것은 구름없는 텅빈 하늘 같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
    티없이 맑은 그대의 마음 중심도 둘레도 없는 투명한 허공 과 같아

    ........  계속 이어 진다..........


    PS :티벳 사자의서 (듣는 것으로 서 영원한 자유에 이르는 위해대한 가르침)

마하심님의 댓글

마하심 작성일

왜 겨울 산행은 하셔가지고...
해인님,이제 좀 참으셨다가 봄꽃 흐드러진,
그래서 봄처녀된 기분으로 산을 누비고 다니시지요...
그러다 보면 어디선가  봄총각이 나타날지...^^

조은거~님의 댓글

조은거~ 작성일

마음의 선물이라~
어느분께 드리는 건가요^^ 마님 성격상 드리고픈 분이 꼬옥 있을건만 같은디~
즐거운 편지 이 시 혹시 노래로는 안만들어 졌는가요^^
노래로 들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아유~
정말 마음 찡 하네요.
고귀하게 태어났던 노루여,고라니여 ~
티벳 사자의 서 ~
오늘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보내겠습니다.

해인님 복받으실 겁니다.
이리 좋은일을 많이 하시니...()...

조형~님의 댓글

조형~ 작성일

겨울산에는 옹로가 더 많은듯 합니다.
그네들은 먹을것은 없고 옹로도 조심해야하니
겨울이 정말 고행일것 같습니다.
영주 노보살님은 산에가거든 먹을만한 것들을 던져놓고 오라고.....

지금 아침마당을 시청하고 있습니다.
김연자씨의 간드러지는 노래와 함께 하며
숭그리당당 숭당당 김정렬씨의 또다른 옹로이야기하나...

어떤분과 산행을 하다가 옹로에 걸린 고라니를 발견하고는
그자리에서 해인과 다른점: 순간 가져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답니다.
그 고라니를 옹로에서 풀어서 친구와 둘이 사륜차 트렁크에 싣고갔답니다.
가다가 검문에 걸리게 되어 걱정을 하는데 옆에탄 사람이 갑자기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면서 내리더래요.
순간 확 깬  김정렬씨
"저기요 저 뒤에있는 고라니 가져가셔야죠^^;;
급당황~
결국 어디어디에 따라가서 조사를 받았답니다. ㅋㅋㅋ

해형~
이것 아니라도 미루어 짐작은 합니다만
그대의 순수하고 고결한 순백정신세계 가히 존경할만 합니다그려~ 허허허

웬닥쌀~~~
모를일 그저 모를일이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