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마당   >  

음악감상실

오빠생각/하모니카연주


페이지 정보

작성자 마하심 작성일09-01-19 09:37 조회3,853회 댓글9건

본문

 

 

 

[이해인 수녀님 맑은편지]


법정 스님께...
스님,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립니다.
비오는 날은

가벼운 옷을 입고 소설을 읽고 싶으시다던 스님,
꼿꼿이 앉아 읽지 말고 누워서 먼 산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소리내어 읽어야 제 맛이 난다고 하시던 스님.
가끔 삶이 지루하거나 무기력해지면
밭에 나가 흙을 만지고 흙 냄새를 맡아 보라고

스님은 자주 말씀하셨지요


며칠전엔 스님의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이 나
오래 묵혀 둔 스님의 편지들을 다시 읽어보니
하나같이 한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닮은

스님의 수필처럼
향기로운 빛과 여운을 남기는것들 이었습니다.


언젠가 제가 감당하기 힘든 일로 괴로워할 때
회색 줄무늬의 정갈한 한지에 정성껏 써보내 주신 글은
불교의 스님이면서도

어찌나 가톨릭적인 용어로 씌어 있는지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수년 전

저와 함께 가르멜수녀원에 가서 강의를 하셨을 때도
'눈감고 들으면 그대로 가톨릭 수사님의 말씀'이라고
그곳 수녀들이 표현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왠지 제 자신에 대한 실망이 깊어져서

우울해 있는 요즘의 제게
스님의 이 글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고,

잔잔한 깨우침과 기쁨을 줍니다.
어느해 여름,
노란 달맞이꽃이 바람 속에 솨아솨아 소리를 내며

피어나는 모습을 스님과 함께 지켜 보던 불일암의

그 고요한 뜰을 그리워하며 무척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이젠 주소도 모르는 강원도 산골짜기로 들어가신 데다가

난해한 흘림체인 제 글씨를 늘처럼 못마땅해 하시고

나무라실까 지레 걱정도 되어서

아예 접어 두고 지냈지요.


스님, 언젠가 또 광안리에 오시어 이곳 여러 자매들과
스님의 표현대로 '현품 대조'도 하시고,
스님께서 펼치시는 '맑고 향기롭게'의 청정한 이야기도

들려주시길 기대해 봅니다. 

이곳은 바다가 가까우니

스님께서 좋아하시는 물미역도 많이 드릴테니까요

 

 

[법정스님 밝은편지]

이해인 수녀님께...
수녀님, 광안리 바닷가의 그 모래톱이 
내 기억의 바다에 조촐히 자리잡습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재난들로 속상해 하던

수녀님의 그늘진 속뜰이 떠오릅니다.
사람의, 더구나 수도자의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만 한다면

자기 도취에 빠지기 쉬울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어떤 역경에 처했을 때
우리는 보다 높은 뜻을 찾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그 힘든 일들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알아 차릴 수만 있다면
주님은 항시 우리와 함께 계시게 됩니 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고 그럴수록 더욱 목소리 속의

목소리로 기도드리시기 바랍니다.


신의 조영안에서 볼 때
모든 일은 사람을 보다 알차게 형성시켜주기 위한

배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그런 뜻을 귓등으로

듣고 말아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


수녀님, 예수님이 당한 수난에 비한다면
오늘 우리들이 겪는 일은

조그만 모래알에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옛 성인들은 오늘 우리들에게 큰 위로요
희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분 안에서 위로와 희망을 누리실 줄 믿습니다.


이번 길에 수녀원에서 하루 쉬면서 아침미사에 참례할 수 있었던 일을 무엇보다 뜻깊게 생각합니다.
그 동네의 질서와 고요가 내 속뜰에까지 울려 왔습니다.
수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산에는 해질녘에 달맞이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참으로 겸손한 꽃입니다.
갓 피어난 꽃 앞에 서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심기일전하여 날이면 날마다 새날을 맞으시기 바랍니다.
그 곳 광안리 자매들의 청안(淸安)을 빕니다 

 

 

 

 어느날의 커피-이해인-

어느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날 이런 마음을 
들어 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읽어 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 맞고 사는 세상 
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이고 
마시는 뜨거운 한 잔의 커피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친구여!  -법정스님-


나이가 들면

설치지 말고 미운소리, 우는소리, 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 소리,불평일랑 하지를 마소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도 적당히 아는 척,

어수룩 하소
그렇게 사는 것이 평안하다오 

친구여!
상대방을 꼭 이기려고 하지 마소
적당히 져 주구려
한걸음 물러서서 양보하는 것
그것이 지혜롭게 살아가는 비결이라오

친구여!
돈,돈 욕심을 버리시구려
아무리 많은 돈을 가졌다해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것
많은 돈 남겨 자식들 싸움하게 만들지 말고
살아있는 동안 많이 뿌려서 산더미 같은 덕을 쌓으시구려
친구여!
그렇지만 그것은 겉 이야기
정말로 돈은 놓치지 말고 죽을 때까지 꼭 잡아야 하오
 
옛 친구를 만나거든 술 한 잔 사주고
불쌍한 사람 보면 베풀어주고
손주 보면 용돈 한 푼 줄 돈 있어야
늙으막에 내 몸 돌봐주고 모두가 받들어 준다오
우리끼리 말이지만 이것은 사실이라오
 


           
                 오빠생각 - 하모니카연주

댓글목록

처음처럼~님의 댓글

처음처럼~ 작성일

좋은 아침입니다.^^
위의 글은 이해인 수녀님과 법정스님께서 주고 받으신 편지의 내용입니다.
시간 나실 때 천천히 읽어 보시길 바랄게요~부러우시죠?^^

월요일,행복하게 열어가시기 바랍니다.~

haein님의 댓글

haein 작성일

하하하

  보고싶은 마형
  어재 저녁 서재에서 우연희 눈에띤
  법정스님의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는 수필집을
  읽다 가 서리.~잠이 들었는디

  어쩜 ~
  제가 제일로 좋아하는 국산 작가들을
  손에 꼽아보라면, 
  법정 스님, 이원규(지리산 의), 박남진 (모악산 의) ....

  히히 손님이와서리 ...

마하심님의 댓글

마하심 작성일

손님은 왜 하필 그때에 오셔서
바람처럼 사라지시면서 오자만 남기시고...
댓글이라 오자 수정도 안 되는데 제가 고쳐드리지요~^^
덕분에 시도,시인도 많이 알고...제가 좀 똑똑해 지는 것 같습니다.ㅎㅎ


흰 부추꽃으로

 

                      "박남준"


 

몸이 서툴다 사는 일이 늘 그렇다

나무를 하다 보면 자주 손등이나 다리 어디 짖기고 긁혀

돌아오는 길이 절뚝거린다 하루해가 저문다

비로소 어둠이 고요한 것들을 빛나게 한다

별빛이 차다 불을 지펴야겠군


 

이것들 한때 숲을 이루며 저마다 깊어졌던 것들

아궁이 속에서 어떤 것 더 활활 타오르며

거품을 무는 것이 있다

몇 번이나 도끼질이 빗나가던 옹이 박힌 나무다

그건 상처다 상처받은 나무

이승의 여기저기에 등뼈를 꺽인

그리하여 일그러진 것들도

한 번은 무섭게 타오를 수 있는가

 


언제쯤이나 사는 일이 서툴지 않을까

내 삶의 무거운 옹이들도 불길을 타고

먼지처럼 날았으면 좋겠어

타오르는 것들은 허공에 올라 재를 남긴다

흰 재, 저 흰 재 부추밭에 뿌려야지

흰 부추꽃이 피어나면 목숨이 환해질까

흰 부추꽃 그 환한 환생

조은거~님의 댓글

조은거~ 작성일

스님과 수녀님
제가 젤로 좋아하는 두분의 편지글은 첨 봅니다.
기막힌 마하~

두분이 스님과 수녀님이기에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그냥 일반 서민들하고는 사뭇 다른
영적인 공감대가 누구보다 더더욱 두드러지는 분들이니까요...

종교인들의 존경받는 스승님들 이시므로
오늘의 영예가 있는 것일거고서리....

법정스님 물미역 좋아하시는 군요...
찬 겨울 바닷바닥에서 스님을 위해 자라나고 있는 미역,
따보고 싶따 흥흥~~

혜안등님의 댓글

혜안등 작성일

마하심님!
언제나 수고가 많네요.
그대가 있기에 우리 축서사는 더욱 빛납니다.

법융님의 댓글

법융 작성일

우리 축서사 큰마음보살님은 재주도 좋으셔
 온통 예술품만 남기시니 ...
 이곳에 들르면
 세상일이 어려워 피곤하여도
삶에 의욕이 충전됩니다
 감사합니다..

마하심님의 댓글

마하심 댓글의 댓글 작성일

국장님께서도 자주 음악방에 들리시어
충전 만땅하셔서 저희들에게도 든든한
등대가 되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해 인님의 댓글

해 인 작성일

마형 (늘 그리운이 여)
  조형 (항상 보고픈 이여)  등등

  다가오는 설 명절에
  사랑하는 그대들의 섬섬옥수에
  한 며칠은 물이 마를 겨를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아픔니다

  그렇다고 나 해인이 도와줄수 있는 상황은 아닌것으로 사료되고

  방법이 있다면
  손없는날 연통을 주시면

  과메기에 쐬주에, 물미역에, 상추, 깻닙, 마른김, 초고추장 듬뿍 곁들여서, 한입 털어 넣고 서리
  한잔 거하게 .........
  글구 2차 는 노래방에서 ......
  등등  , 한잔 거하게 쏠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민족의 최대 명절 . 추석 .각종 전통 예법 ,
  전통 재래 종가에서의 각종 불천위 제사를 비롯한  각종 제례
  종손들의 주임무인 "봉제사 ,접빈객"
 
  이 모든 전통 예법과 절차를 받들어 유지하는 근저에는
  하해와 같이 넓고 큰 아량을 가지신우리 내 부녀자들( 보살 마하살 등)
  이 계심으로 서  ...... 

  더 말해서 무삼하리요
 
  하여튼, 어째뜬,
  올 설 명절에도
  마형, 조형, 혜안형, 심자재, 해월화, 등등
  축서서사 보살 마하살 여러분 수고 많이하시고요

  나 해인,  특별히 시간을 내어서리
  보광전 부처님깨 여러 분들의 가내에
  행복이 항상 그득하기를  오체투시 삼배로 기원하겠습니다...

 ~ 즐겁고 행복한 설 명절 지내시기를 ~

그리운이님의 댓글

그리운이 작성일

과메기 먹고 싶당~^^
설 전에 또 봐야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