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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안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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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하심 작성일09-05-11 13:01 조회2,489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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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시인*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자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불일 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려면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 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

최후의 처녀림 칠선 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 만 오시라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 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시라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 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안치환

댓글목록

무념님의 댓글

무념 작성일

주말은 잘들 보내셨지요?
그럼 이번주도 잘들 보내십시오.
딱히 쓸 얘기가 없어서...^^

상념님의 댓글

상념 작성일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모셔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리산은 언제보아도 아름답습니다.
이노래를 신청한 이유는
다음주말에 지리산종주를 계획하고 있는데
그분들께 미리 지리산의 중후하면서도 깊고 폭넓은 맛을 조금  뵈주려고...

철죽군락이 얼마나 황홀한지, 물없는 뱀사골, 안개끼면 섬칫한 고사목 군락지,
통천문을 통할때의 지릿지릿한 쾌감,한국인의 정기 운운 비석등등..

비박 이박이일 야간산행 경험으로 고생고생,다시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럴수록 그리움으로 당기는 마력이 지리산에는 있는것 같습니다.
그땐 열발가락 물집에 케이투 경등화를 하나 해먹었었습니다. 걷고 또 걷고...
그때 되뇌였던 말... 지루지리 지리산...ㅎㅎㅎ

걱정됩니다. 무사히 오를수 있을지가...
마하님
감사드립니다.

비오는 날 오후~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