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맹정진‘ 템플스테이] 봉화 축서사
작심삼일을 비웃지만 사흘 열심히 살면 그 사흘이 어디 가지 않는다. 경험이 되고 끈기가 되어 삶의 어느 한편에는 쌓인다. ‘3일 동안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초발심자경문).’라는 말씀도 있지 않나. '산사에서의 하룻밤'은 템플스테이의 모토인데, 물론 소중한 체험이지만 하루만으로는 불교의 참맛을 느끼기엔 자못 모자라다. 쉬는 것도 좋고 마음을 비우는 것도 좋은데 불교의 궁극적 목표는 결국 깨달음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축서사(鷲棲寺) 템플스테이를 찾는다. 간화선 수행에 집중하며 하루 10시간씩 화두를 든다. 3일만 닦아도 훌륭할 것을 7일에 걸쳐 닦는다. 인생이 2배는 더 나아질 것이다.
1주일·하루 10시간 ‘화두만 판다’
축서사는 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다. 터미널 주변이면 그래도 가장 활기차야 할 풍경이지만 시설도 사람도 노후하다. 늙고 남루한 마을을 빠져나가다 보면 크고 거친 자연이 점점 다가오는데 문수산(文殊山)이다. 태백산맥의 한 귀퉁이로 정상은 해발 1200미터. 800미터 고지 기슭에 축서사가 서 있다. 그 어떤 산사가 안 그렇겠냐마는 유난히 웅장하고 정갈하다. 땅만 보고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자, 대웅전 뒤쪽 거대한 장막 같은 산이 멍석말이하러 달려드는 줄 알았다. 이 신묘한 도량에 17명의 재가 수행자들이 모였다. 날씨가 풀리면 30명 가까이 모인다. 1주일간 이어지는 ‘쉬고 쉬고 또 쉬고2’ 템플스테이 기간이다. 중간 지점인 3월6일 수요일에 찾았다. 낮에는 봄이 거의 다 왔는데 저녁이면 금세 겨울로 되돌아간다. 칼바람이 따갑다. 산줄기도 아직 얼어서 허옇게 갈라져 있다. 사람들의 기백은 그보다 더하다.
템플스테이 일정은 매우 단순하다. 오직 참선만 한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에만 하지 않는다. 새벽 4시에서 6시까지, 아침 8시부터 11시까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하루 10시간이다. 일과의 시작은 예불인데 일과의 끝은 굳이 취침이 아니어도 좋다. 더러는 밤을 샌다. 원래 매월 셋째주 토요일은 철야정진이다. 철저히 묵언하면서 말하고 속삭일 힘까지 끌어모아 자신의 온몸을 참구(參究)에 밀어넣는다. 분위기는 결연하고 오롯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홈페이지 소개 글에는 “‘쉬고 쉬고 또 쉬고2’ 템플스테이는 참선 수행형이므로 휴식형이나 문화체험형과는 많이 다르다”고 쓰여 있다. 투지가 보이고 긍지가 보인다.
화려함과 번잡함에 중독된 것이 현대인이다. 지극히 단조롭고 질박한 축서사의 하루하루는 누가 시켜서는 절대로 해낼 수 없는 일상이다.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고 삶이 달라지니까 기꺼이 하는 일이다. 일반 템플스테이에서는 젊은 여성 참가자들을 많이 보는데 이곳에는 나이 지긋한 이들이 더 많다. 선연(善緣) 불자(본명 이필희)는 5년 전부터 참선 수행을 하고 있다. 절이 첫 수행이었고 염불과 주력도 해봤다. 참선이 수행의 종착지이고 최종적인 해답이란다. 한 달에 두 번은 꼬박꼬박 축서사에 오른다. 교직 생활을 오래 했다. 주야장천 칠판에 글씨를 쓰느라 뒤틀어진 오른쪽 어깨를 바로잡았다. 가부좌를 통해 자세를 교정하니 정신도 가지런해졌다. “건강해지고 당당해졌다.” 마음이 고요해져서 잘 흔들리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더 이상과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다. 삶의 해법은 참으로 간단한 것이었다.
불교의 용맹은 ‘휴전’에 있다
법현(法現) 불자(본명 홍현표)는 부산에서 철강업을 하고 있다. 틈나는 대로 축서사에 오르려 한다. 사업은 그 무엇보다 바쁘고 또한 불안한 직업이다. 참선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나니까 이제는 차분해졌다. 당장 눈앞의 상황에 연연하지 않는다. 더 멀리 내다볼 수 있고 묵직하게 기다릴 수 있다. 그는 집중력 향상을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그 일의 결과나 내막이 아니라 그 일의 실상(實相) 자체에 몰입할 수 있다. 마음의 전체를 온전히 쏟아부으니 자연스레 사업이 잘 된다. 언제 어디서나 냉철하게 처신할 수 있다. 화두 드는 맛에 푹 빠져버렸고 화두는 보답을 했다.
일요일에 입재해 토요일에 회향한다. 마지막 날에는 선지식으로 존경받는 축서사 문수선원장 무여스님이 소참(小參) 법문을 해준다. 불교와 깨달음을 설명하면서 질문을 받고 조언을 내린다. 각자의 성격적 기질과 성장환경에 대해 듣고는 그에 맞는 화두도 내려준다. 참가자들은 그 힘으로 또 화두를 든다. <화엄경>에 ‘통만법명일심(通萬法明一心)’이라고 했다. 인생과 세상이 제아무리 꽉 막혀 복잡하다 한들, 본래는 그저 마음이 한번 움직여서 벌어진 현상이다. 무여스님 역시 “온갖 번뇌 망상을 없애고 마음을 고요히 유지하는 일이 간화선(看話禪)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직장인에게 적합한 화두로는 ‘만법귀일(萬法歸一) 귀일하처(歸一何處)‘를 권했다. 부지런하고 유능하다는 건 그만큼 이런저런 생각이 많다는 것이니까. 며칠 동안 잠을 안 자면서 치열하고 옹골지게 끌어가는 수행을 ’용맹정진‘이라 한다. 그리고 불교의 용맹은 돌진이 아니라 멈춤에 있다. ’쉬고 쉬고 또 쉬고.‘ 남들이 저만치 달려갈 때 조급해하지 않고 과감하게 한번 쉬어보는 것이다. 그러면 행여 알게 될지도 모른다. 달리지 않아도 이미 이르렀다는 것을. 그들이 벼랑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는 것을.
쉬고 쉬고 또 쉬고 2(참선 집중수행 6박7일)
일요일 오후 3시부터 토요일 오전 11시까지. 하루 10시간 정진. 매월 셋째주 토요일 철야참선. 최소 3박4일 이상 신청해야.
쉬고 쉬고 또 쉬고(가볍게 수행 체험, 1박2일)
오후 3시부터 다음날 11시까지. 숲길 걷기 명상, 스님과의 차담, 108배 등
찾아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