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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사냥 본능과 질주 본능을 놀이로 승화시킨 고양이의 독특한 습성)’와 나무타기, 사냥 연습은 물론 자신만의 취미생활과 휴식을 위해 밖으로 나올 때도 있다. 아무래도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기엔 창고가 너무 좁고, 아쿠와 아톰을 괴롭히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일 터이다. 해서 녀석은 수시로 창고를 나와 텃밭에 붕붕거리는 날벌레와 마당을 어슬렁거리는재태크
집사를 사냥하느라 바쁘다. 한번은 마당 급식소를 드나드는 이웃집 고양이에게 무턱대고 다가갔다가 보기 좋게 하악질을 당해 꽁지가 빠져라 창고로 대피한 적도 있다.




창고의 터줏대감 고양이 아쿠와 아톰은 아기 고양이 람지를 가족으로 받아들여주었다. ⓒ이용한인터넷신천지
제공



그래도 다행인 점은 창고 안의 아쿠와 아톰이 ‘무데뽀’인 람지를 식구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아씨 형제는 보살이 다 되어서 람지의 괴롭힘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듯 보였다. 사실 그동안 아쿠와 아톰을 괴롭히지 못하도록 람지에게 혹독한 강아지풀 훈련을 시킨 집사의 피나는 빠찡코
노력도 있었다. 천방지축 날뛰는 아기 고양이의 체력과 기운을 빼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강아지풀을 흔드느라 집사의 견갑골은 늘 뻐근했다. 대부분의 고양이가 강아지풀 놀이를 좋아하지만, 람지는 특히 강아지풀 놀이에 진심이었다. 놀이의 효과는 확실했다. 놀이가 끝나고 한두 시간은 늘 창고 안팎이 평화롭고 자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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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놀이훈련을 받은 람지는 저만치 나가떨어져 낮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했는데, 주로 능소화나무 그늘이나 고구마덩굴 속이 녀석의 휴게소 노릇을 했다. 그리고 이때를 노려 집사가 하는 행동이 있었으니 바로 ‘꽃람지’ 촬영이다. 정신이 혼미한 순간에 녀석에게 꽃을 올려놓고 사진을 찍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대체 말괄량이 고양이를 어떻게 길들인 거냐고, 꽃을 올려놓는다고 가만있을 아이가 아닌데 어떻게 찍은 거냐고 묻곤 하는데, 다 강아지풀 덕분인 셈이다. 모든 고양이는 졸릴 때 관대한 법이니까. 한번은 아무리 찾아도 람지가 보이지 않아 텃밭을 뒤졌더니 부추밭에 숨어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부추꽃은 일렁이고, 그 안에 웅크린 람지는 새근새근 잠이 들고. 평화로운 풍경이란 바로 이런 거지, 하면서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구경했다.




한바탕 놀아준 뒤 아기 고양이가 기운이 빠진 틈을 타 꽃과 함께 예쁜 사진을 남겼다. ⓒ이용한 제공



돌아보면 정말 황당하고 정신없는 두 달이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람지는 자라고, 자랄수록 녀석은 세상 물정을 알아갈 것이다. 권력과 힘이 무엇인지, 아쿠와 아톰이 왜 그것을 휘두르지 않았는지도 조만간 녀석은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자기가 아기 고양이만의 특권을 누리고 있었다는 것을. 아쿠와 아톰 또한 알게 될까? 람지가 보여준 줄기찬 넉살과 익살이 결국 적응을 위한 절실한 방법이었다는 것을.

이용한 (작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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