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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도전해 세상의 편견을 지우고 변화를 이끈 대중문화 단짝들 인터뷰.




허니제이가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탈락한 뒤 호주팀 AG스쿼드 리더 카에아에 다가가 '엄마는 강하다'는 뜻의 "마미 이즈 스트롱"을 영어로 말하며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Mnet 영상 캡처


Mnet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는 춤 경연 프로그램이다. 마지막까지 살아남기 위해 음모가 난무해야 할 서바이벌인데 되레 '공정' '존중' 같은 키워드로 주목 받았다. 2021년 시즌1으로 닻을 올인 '스우파' 시리즈는 K팝 아이 새마을금고 채용 돌 뒤 댄서들을 무대 앞 주인공으로 세웠다. 그 결과 허니제이, 모니카, 아이키, 리정, 바다 등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슈퍼스타K' 시리즈 등 장르를 불문하고 인기 서바이벌 예능이 오랫동안 예능적 재미를 참가자들의 숙소에서 뽑아낼 때 '스우파' 시리즈는 다른 길을 갔다. 참가자들 숙소에 카메라를 다는 대신 그곳에서 나오던 재미를 무대에서 집중적으로 개인채무자 뽑았다. "잘 봐 언니들의 싸움이야" 부터 1,600만 조회수를 넘어선 범접의 '몽경' 퍼포먼스까지. 무대에 늘 있으면서도 K팝 아이돌에 가려졌던 댄서들의 존재가 제대로 드러나자 세상은 이들이 쏟아내는 말과 몸짓에 환호했다.
"언니들의 싸움"을 응원하게 만든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래서 준비했다. '스우파' 시리즈를 빛낸 결정적 순간. 회생제도 시즌1과 시즌3에서 활약해 '스우파' 신드롬을 이끈 댄서 허니제이와 최정남 PD가 직접 촬영 뒷얘기를 들려줬다. 두 사람과의 인터뷰는 '환상의 콤비'를 주제로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진행됐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1에서 허니제이가 모니카와 경연을 앞두고 정액서비스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라고 웃으며 말하고 있다. Mnet 영상 캡처



#1.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제가 생각하는 리더팀의 워스트 댄서는 허니제이입니다". 시즌1에서 프라우드먼 리더 모니카가 이렇게 허니제이를 배틀 상대로 지목했다. 경연장은 순식간에 원리금균등분할상환 계산 꽁꽁 얼어붙었다. "무섭다" "내가 지릴 거 같다"는 속삭임이 동료, 후배 댄서들 사이 여기저기서 새어 나왔다. 모니카와의 1대 1 경연을 위해 무대에 올라온 허니제이는 웃으며 후배들을 향해 이런 말을 던졌다.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경연장을 환호로 뒤덮은 이 말은 '스우파' 시리즈 신드롬의 불쏘시개가 됐다.

"얘들아 울지마, 밖에 나가면 더 큰 세상이 있어"

허니제이: 경연을 하는데 다들 너무 예민해져 있는 거예요. 저랑 모니카 언니가 마지막 배틀이었는데 앞서 한 애들 다 울고 있고. 그런데 전 그때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얘들아, 여기는 작은 세상이야. 그렇게까지 슬퍼할 일 아니야. 여기('스우파')가 전부가 아니고 밖에 나가면 더 큰 세상이 있어', 이런 심정이었거든요. 그래서 분위기 좀 바꾸고 싶었어요. '그냥 즐기면서 해도 돼'라는 차원에서 "잘 봐 언니들의 싸움이야"란 말을 한 거고요. 그렇게 장난스럽게 얘기하니 그때부터 애들도 긴장을 풀고 경연 분위기가 살아서 막 소리 질러주고 그랬던 것 같아요. 모니카 언니랑은 워낙 친하니까 정말 재미있게 (배틀) 할 수 있겠다 싶었고요. 그랬던 제가 시즌3에서 그렇게 울었네요(웃음).
최 PD: 시즌1 기획할 때만 해도 댄서들 프로그램이 없었거든요. 코로나19 시기였고요. TV에서도 공연장에서도 볼 수 없는 상황이었던 거죠. 그래서 허니제이와 모니카한테 '이 (스트리트 댄스) 신을 위해서 너희들이 나와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설득했어요. 둘이 정점을 찍고 있을 때 나와서 보여줬으면 했거든요.



'스우파' 시즌3에서 미국팀 리더 말리가 한국팀 범접 모니카에 "아이를 낳고 여기까지 함께한 게 정말 대단하다"고 말하고 있다. 모니카는 만삭으로 이 경연에 참여해 촬영이 끝나기 전 출산했다. Mnet 영상 캡처



#2. "마미 이즈 스트롱" 엄마 댄서들의 분투
-'스우파' 시즌3엔 각국의 '엄마 댄서'들의 도전이 잇따랐다. 허니제이는 딸 출산 후 1년 6개월 여 만에 경연에 참여했고, 호주팀 AG스쿼드 리더 카에아에는 세 아이를 집에 두고 한국을 찾았다. 엄마지만 댄서로서의 '나'를 찾고 싶어서였다. 한국팀의 모니카는 출산도 '스우파' 시즌3 촬영 중에 했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미국팀 모티브 리더 말리는 "아이를 낳고 여기까지 함께하신 게 대단하다"고 말하며 모니카의 손을 잡았다. '엄마 댄서'들의 연대는 국경을 넘어섰다. 허니제이는 경연에서 최종 탈락한 뒤 카에아에 다가가 영어로 "마미 이즈 스트롱(엄마는 강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두 '엄마 댄서'는 서로 포옹하며 뜨겁게 정을 나눴다. 여기서 시즌3 무대 밖 이야기 하나. 허니제이 남편은 그의 아내가 감독한 '몽경' 영상을 보고 "저런 퍼포먼스를 짜고 실현한 사람한테 내가 정말 (살림) 잔소리해야 되는 게 맞나 싶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댄서 허니제이(왼쪽)와 그의 남편 정담씨. 허니제이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허니제이 "아이 낳고 춤 출 새로운 이유 생겨"

허니제이: 우리 부부가 둘 다 프리랜서거든요. 그래서 제가 바쁠 때는 신랑이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고, 신랑이 바쁠 때는 제가 하고 그렇죠. 그런데 제가 '스우파' 시즌3로 4, 5개월 동안 한창 바빠서 그땐 집안일을 남편이 거의 다 하다시피 했거든요. 모든 직장인이 그렇겠지만, 시즌3 촬영하고 오면 너무 힘들어서 집에서 그냥 쉬고 싶은 거예요. 그렇게 집안일이 남편한테 몰렸는데 어느 날 신랑이 살짝 예민해지더라고요? 그때 '자기 너무 하는 거 아냐'라고 하면서요. 그러다 '몽경' 나온 거 보곤 저리 얘기를 하더라고요. 말이라도 고맙죠 뭐. 그렇게 얘기해 주니(웃음). 아이를 낳고 제가 춤을 춰야 하는 새로운 이유가 생겼어요.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거든요.
(허니제이는 "출산 3, 4일 전까지" 그룹 아이브의 '키치' 안무도 만들었다.)
최 PD: 한국팀 범접이 떨어지고 나니 그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은 미국 팀 모티브 담당 작가가 우는 거예요. 눈이 퉁퉁 부어 작가가 모티브 대기하는 방에 촬영하러 가니 모티브 멤버들이 '아니 우리 이겼는데 너 왜 울어?'라고 장난스럽게 물었다더라고요. 그래서 작가가 '내가 너희(모티브)를 담당하고 있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 봐'라고 답했고요. 그 얘길 듣고 모티브 멤버들이 위로해 줬다고 하더라고요. 어찌나 웃기던지.



한국팀 범접이 '스우파' 시즌3 국가별 단체 메가 미션에서 선보인 '몽경' 퍼포먼스. Mnet 영상 캡처





한국팀 범점 댄서들이 '스우파' 시즌3에서 선보인 '몽경' 퍼포먼스에서 저승사자 콘셉트로 춤을 추고 있다. Mnet 영상 캡처



#3. 흰 옷 입은 저승사자의 반전
-"최소한 이 미션에서만큼은 미안한 얘기지만 레벨이 달라요. 범접과 나머지 (국가) 팀들이". 가수 박진영이 '스우파' 시즌3 국가별 단체 메가 미션에서 한국팀 범접의 공연 영상을 보고 한 심사평이다. 일본팀 오사카 오죠 갱 멤버 이부키는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만들지? 거의 영화야"라고 감탄했다. 최약체로 여겨졌던 한국팀의 반전이었다. 역전의 비결은 한국 전통의 폭넓은 현대적 재해석. 시청자들은 '몽경 탐정놀이'에 빠졌다. 배우 노윤서가 영상 초반 누워서 잠을 자는 모습을 보고 "호랑이 한반도 형상이 떠오른다"며 온갖 해석들을 내놓고 영상을 즐겼다. 허니제이는 '몽경'에서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한국 민속 저승사자를 앞세워 꿈과 현실 그리고 혼돈을 다뤘다. 저승사자가 된 댄서들은 흰색 옷을 입고 춤을 춘다. 검은색 갓과 같은 색 도포를 걸친 모습으로 익숙한 저승사자와 다른 모습이었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속 융인.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살며 악귀를 잡는 카운터스를 돕는다. tvN 영상 캡처



"저승사자 고정관념 깨고 싶어... '경소문' 영감도"

허니제이: 일부러 옷도 검은색을 피했어요. 저승사자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고 싶었거든요. 검은색 갓과 도포, 입술에 검은색 칠을 한 채로 춤추면 너무 일차원적일 것 같아 '현대적으로 재해석 해 보자'라고 생각했죠.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020)에서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이자 두 곳의 조화를 담당하는 역할로 나오는 배우들이 흰 옷을 입고 나와요. 정장 스타일로요. '우리도 저승사자 의상을 아예 흰색으로 표현해보면 어떨까'란 생각에 멤버들에 제안을 했죠. 퍼포먼스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도 무대에서 검은색 의상을 입으면 잘 안 보이거든요. 미션 특성 상 많은 댄서들이 카메라에 원경으로 잡히는 데 그 때 검은색 옷을 입으면 점 같이 더 작아 보이기도 하고요.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하는 데 흰색 의상이 좋겠다고 판단했어요. 한복을 현대적으로 디자인해 겉옷을 흰색으로 만들었고요. 그리고 흰색 겉옷 안에 검은색 블라우스를 맞춰 입고 춤을 췄어요. 흰색·검은색을 겹쳐 음양의 대비를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사실 준비하는 과정에서 검은색 도포를 구하려고 노력도 해봤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흔한 한복이 아니라 100벌 이상을 구할 곳이 없었고요.
최 PD: '리더들 모여서 산으로 갈까 걱정이다' 이런 얘기 방송 전부터 엄청 많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시작해 보니 또 중심이 잡혀 있더라고요. 허니제이도 자기 선택에 믿음이 있는 친구거든요. 옆에서 보니 같이 하는 리더들이 '허니제이 제안을 존중해주는구나'라는 게 느껴졌고요. 물론 본인은 힘들었겠지만(웃음).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