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아이콘매치에서 FC스피어 와 실드UTD가 대결해 실드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우승 세레머니 기념 사진. /김정수 사진작가


지난 9월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은 6만여명 관중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손흥민이 뛰는 A매치도, 유럽 명문 클럽의 친선 경기도 아니었다. 국내 게임사 넥슨이 마련한 이벤트 경기 ‘아이콘 매치’가 열린 날이었다. 입장권(4만9000~45만원)은 예매 시작 20분 만에 매진됐다.



2025 아이콘매치를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들어서는 관객들의 뜨거운 열기. /

티빙모먼트
2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는 축구의 전설들을 공격수 팀 ‘FC 스피어(창)’와 수비수 팀 ‘실드 유나이티드(방패)’로 나눠 맞붙이는 독특한 방식으로 치러졌다. 드로그바, 앙리, 퍼디난드, 푸욜 등 지난해에 이어 다시 서울을 찾은 레전드들에 더해, 호나우지뉴, 제라드, 부폰이 새롭게 합류했다.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감독과 라파엘 베니테스 ef론카드 연체 전 리버풀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게임 같은 발상’이 현실로 구현됐다.



2025 아이콘매치에서 중거리 슛으로 득점한 웨인 루니가 환호하고 있다. /


경기가 끝난 지 열흘이 지났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넥슨이 교사급여압류 어떻게 이런 경기를 가능하게 했나” “선수 섭외 비화는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이 오간다. 아이콘 매치의 기획자이자 총괄 책임자인 박정무 넥슨 사업부사장에게 궁금증을 물었다.
게임 회사가 왜 이런 초대형 축구 이벤트를 열었나?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다. 아이콘 매치는 단순한 흥행용 이벤트가 아니다. 넥슨은 오 자녀학자금 랫동안 ‘FC 온라인’과 ‘FC 모바일’을 서비스해 왔고, 두 게임의 세계관 자체가 축구다. 유저들은 축구 팬이면서 동시에 게이머이고, 양쪽 세계를 연결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아이콘매치를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을 하는 디디에 드로 부산대학교 대학원 그바(왼쪽)와 넥슨 박정무 부사장(가운데), 리오 퍼디난드(오른쪽) /


우리는 그동안 유소년 축구 지원, 해외 명장과의 협업 콘텐츠 같은 다양한 캠페인을 해왔다. 이번 아이콘 매치는 그 연장선에 있다. 게임에서만 볼 수 있는 ‘꿈의 매치’를 현실로 구현해주면,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된다. 실제 매출 증가나 트래픽보다는, 축구와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즐기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올해 아이콘 매치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첫 대회가 ‘레전드들의 귀환’을 보여줬다면, 올해는 한층 강화된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맞췄다. 부제가 ‘창의 귀환, 반격의 시작’이었는데, 작년에 패했던 FC 스피어가 전력을 보강해 반격에 나서는 설정을 담았다. 제라드, 베일, 호나우지뉴 같은 스타들을 합류시켜 서사를 풍성하게 했다.
올해 처음 도입한 ‘아이콘 매치 클래스’도 큰 차별점이다. 경기 결과와 팬들의 응원이 게임 내 능력치로 실시간 반영됐다. 팬들이 외치는 응원 구호가 곧바로 게임 데이터에 반영되는 경험은 전 세계 어디서도 없던 방식이다. 단순히 ‘보는 경기’가 아니라 ‘참여하는 축구’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아이콘 매치의 의미가 더 깊어졌다.”
호나우지뉴 같은 세계적 레전드를 어떻게 섭외했나?
“섭외는 언제나 가장 큰 과제다. 단순히 유명세만이 아니라 실제로 90분을 뛸 수 있는 체력, 상징성, 그리고 팀 밸런스를 다 고려했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선수는 호나우지뉴였다. 한국에서 비슷한 이벤트가 무산된 전례도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실무진을 브라질에 직접 보내 신뢰를 쌓았고, 긴밀한 조율 끝에 합류를 확정할 수 있었다. 한국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피레스 섭외다. 원래 리베리가 합류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불참하게 됐다. 급히 대체 선수를 찾아야 했는데, 피레스가 후보군에 있었다. 컨택부터 계약까지 불과 4시간 만에 성사됐다. 그만큼 현장 상황은 긴박했고, 동시에 선수들이 아이콘 매치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행사 준비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에피소드는?
“개인적으로는 제라드와 한 팬의 만남이 가장 인상 깊었다. 하프타임 이벤트에서 리버풀 시절 그의 상징이었던 8번 유니폼을 입은 팬이 그라운드에 올라왔고, 제라드와 직접 마주했다. 그 순간 경기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세대와 세대를 잇는 축구의 힘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콜리나 심판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작년에도 섭외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올해도 쉽지 않았지만 꾸준히 연락을 이어가며 선수 명단을 보여줬고, 결국 긍정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 콜리나가 등장했을 때의 환호는 정말 잊을 수 없다. 팬들에게도, 우리 스태프에게도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는 순간이었다.”
현장에서 선수들과 팬들의 반응은 어땠나?
“선수들은 한국 팬들의 열정에 놀랐다. ‘잊을 수 없는 경험’ ‘다시 이런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 오랜만에 동료들과 뛰며 즐거워했고, 팬들과 직접 호흡하는 순간을 소중하게 여겼다. 팬들의 반응은 더 뜨거웠다. 특히 10대 관중이 많았다. 이들은 레전드들의 전성기를 경험하지 못했지만, 게임을 통해 먼저 만났다. 경기장에서 실제로 보니 꿈만 같았다고 했다. 부모 세대는 추억을, 자녀 세대는 새로운 경험을 공유하며, 아이콘 매치가 세대 간 연결 고리가 되는 걸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콘 매치가 글로벌 팬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갔다고 보나?
“이번 경기는 단순히 국내 이벤트가 아니었다. 태국, 베트남 등에서 생중계했고, FC 모바일 이용자들은 게임 접속을 통해 실시간 관람이 가능했다. 총 260만 명의 글로벌 팬들이 함께했다. 해외 팬들은 ‘꿈의 매치가 현실에서 펼쳐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한국에서 이런 이벤트가 가능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세계적인 스타들이 서울에 모이고, 수만 명이 열광하는 모습은 한국 게임 산업과 스포츠 문화의 역량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아이콘 매치는 한국 팬들만이 아니라, 전 세계 축구·게임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글로벌 축제였다.”
내년에도 아이콘 매치를 이어갈 계획이 있나?
“솔직히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올해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고, 지금은 숨을 고르는 단계다. 다만 팬들의 성원과 기대가 워낙 크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여러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중요한 건 아이콘 매치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축구와 게임이 결합해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장치라는 점이다. 그 의미를 더 확장할 수 있다면, 또 다른 방식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아이콘 매치는 단순한 레전드 친선 경기가 아니었다. 공격수 팀과 수비수 팀이라는 게임적 발상, 경기 결과와 팬 응원이 게임 데이터에 반영되는 실험, 그리고 세대와 세대를 잇는 연결. 넥슨은 게임의 경험을 현실로 확장해 보여줬고, 축구와 게임이 서로의 세계를 키우는 방식을 증명했다. 행사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이콘 매치가 남긴 여운은 여전히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