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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과 연구하고 싶어서 한국까지 왔는데…언제쯤 함께 연구할 수 있을까요."
세계 정상급 석학을 한국으로 데려올 때는 든든한 지원을 약속하지만 정작 '그 이후'를 책임지는 기관이 없다. 부족한 환경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외로운 사투를 벌이는 건 맘껏 연구에 매진하게 해준다는 약속만 믿고 삶의 터전을 옮긴 연구자다.
최근 GIST(광주과학기술원) 캠퍼스에서 만난 박사후연구원 A씨(필리핀 국적)는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에서 화학을 연구하다 올해 3월 한국으로 왔다. A씨는 분자상태를 초단위로 들여다보는 현미경처럼 화학연구의 핵심이 미성년자신용불량 되는 연구장비를 만든다. 그가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9명 배출한 일본 국립 기초과학연구기관 RIKEN을 떠나 광주로 온 건 지도교수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변환연구단 개소와 함께 28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김유수 GIST 화학과 교수(IBS 양자변환연구단장·사진)다.
김 교수는 계면화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최고이자율 그는 RIKEN에서 6개월 계약직 연구원으로 시작해 최고직위인 수석과학자까지 오른 전설적 인물이다. 2022년엔 일본 도쿄대 응용화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김 교수는 "과학자로서 교육자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 한국의 기초과학 인재를 발굴하고 일본 내 두터운 학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양국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싶다"고 했었다.
하지만 서울시 대학 한국에 온 지 1년이 지나도록 연구는 시작도 못했다. 김 교수 밑에서 연구하고 싶은 해외 젊은 과학자들이 연구단의 문을 두드리지만 단 한 명도 새로 받지 못했다. 제대로 된 연구환경을 제공해주기 어려워서다.
연구단에는 핵심 연구장비 설치공간이 부족하다. 연구자들이 RIKEN 시절 구축해둔 장비를 한국으로 들여와야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할 차량유지비기준 수 있는데 김 교수 영입 당시 학교가 약속한 장비동 건설을 착수조차 못했다. 다행히 김 교수가 RIKEN의 연구자직을 유지하고 있어 연구자들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일부 연구를 수행한다.
가장 난감해 하는 이들은 일본을 떠나온 박사후연구원들이다. 1~2년 계약직이어서 하루빨리 연구성과를 저명한 학술지에 올려야 자리잡을 수 있다. 김 교 3년이내 수는 "젊은 친구들이 나를 믿고 한국에 왔는데 너무 미안할 뿐이다. 어떻게든 제대로 연구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GIST는 무진동실험실을 내년 말까지 완공해 안정적 환경을 양자변환연구단에 제공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2023년 편성한 예산이 기획재정부에서 '수시배정 대상사업'으로 묶여 집행되지 못했다. 수시배정은 사업수행이 실제로 어렵다고 판단된 경우 집행을 보류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장비구축 부분이 문제가 돼 국가연구시설·장비심의에서 탈락했다. 연구단에 약속한 실험동이 무기한 연기된 배경이다.
김 교수는 "학교의 노력은 너무 잘 안다"면서도 "실험동이 늦어지는 구체적인 설명과 뚜렷한 계획이 제시되지 않아 미래에 대한 부담은 오롯이 단장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해외인재 유입에 박차를 가한다. 최우수 박사후연구원을 국내로 영입하는 '이노코어사업'이 시작됐다. 또 해외 석학에 연봉 20억원을 지원해 데려오는 '인재유치 프로젝트'(Brain to Korea)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사후관리가 미비한 상황에선 수천억 원을 투입해도 실효성과 지속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해외 연구자의 상황을 좀 더 꼼꼼히 살펴보고 하루라도 빨리 연구에 착수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