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장 민주당 예비후보인 조란 맘다니(왼쪽)와 뉴욕시 감사관인 브래드 랜더는 순위투표제 공동지지를 선언하며 “서로를 1·2순위로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사진은 지난 6월25일 뉴욕에서 열린 예비선거 파티에서 연설하는 두 후보의 모습. 뉴욕/AP 연합뉴스



갈등과 분열, 불신과 혐오로 흔들리는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다시 시민의 신뢰 속에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한겨레는 오는 10월23일 열리는 제16회 아시아미래포럼의 주제인 ‘민주주의의 미래’를 탐구하려, 미국·유럽·대만 등 세계 곳곳의 민주주의 혁신 현장을 찾았다. 순위투표제와 초당적 협력, 반극우·반차별 시민운동, 디지털 공론장, 시민의회 등 다양한 시도는 개인주식대출 민주주의를 되살리고 확장하려는 전선이다. 각국의 실험을 살펴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와 과제를 짚어본다.




미국 뉴욕시장 민주당 예비후보인 조란 맘다니(34·퀸스 지역구 하원의원 )와 브래드 랜더(56·뉴욕시 감사관 )가 지난 6월13일 오전 브루클린 지역 도서관 대구중고차대출 앞 광장에 나란히 섰다. 두 후보는 ‘우리를 1·2순위로 선택하라’(Rank Us #1 )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 앞에서, “맘다니와 랜더를 1순위, 2순위로 적어달라”고 공개적으로 호소했다. 뉴욕 예비선거는 순위투표제로 진행돼, 유권자가 최대 5명의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 이들은 “우리는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라며 “모두의 미래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 현대미소금융재단 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의 손에는 서로의 캠페인 로고와 이름이 적힌 전단지와 명함이 들려 있었다.
뉴욕시 2021년 순위투표 첫 시행
순위투표제(RCV)는 유권자가 여러 후보를 1순위, 2순위, 3순위 등 선호도 순서로 기입해 투표하는 방식이다. 종이 투표는 광학 스캐너로 디지털화해 자동 집계한다. 개표 과정에서 신한은행 자동차대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최저 득표 후보가 탈락하고, 그 후보에 1순위 표를 준 유권자의 표는 2순위 후보에게로 옮겨진다. 이런 탈락·재분배 과정을 반복해, 과반 지지 후보가 나올 때까지 집계가 이어진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연방 하원과 대부분 주와 지자체 선거에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순위투표제가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곳은 1915년 오하이 차량유지비지원 오주 애슈터뷸라지만, 전국적 주목을 받은 현대적 실험의 시작점은 뉴욕시다. 뉴욕시가 2019년 주민투표에서 73.5%의 압도적 지지로 순위투표제를 도입하면서 경쟁 후보가 함께 찍어달라는 진풍경도 가능해졌다. 뉴욕시는 2021년에 이어 올해 예비선거(본선거 후보자를 뽑는 선거)에서도 순위투표제를 실시하며, 미국 최대 도시답게 이 제도의 상징적인 무대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본선거에서는 기존 다수제(한명만 선택) 가 적용된다.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 속에서 순위투표제는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유권자의 다양한 선호를 반영해 선거 신뢰를 높이는 한편, 진영 간 대립 구도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유색인종·청년 당선 크게 늘어
순위투표제 효과는 수치로 확인된다. 첫째, 뉴욕시의회에서 2021년 이전에는 여성 의원이 14명(전체 51명 중 약 27%), 유색인종(백인을 제외한 아시아계·흑인·히스패닉 등) 의원은 22명(약 43%)에 그쳤다. 그러나 순위투표제 실시 이후 시의회 의원 중 여성은 31명(61%), 유색인종은 35명(69%)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여성 의원 중 26명(51%)이 유색인종이었다. 올해 선거에서도 그 비중은 유지되는 추세다.
둘째, 35살 이하 젊은 의원 역시 2021년 이전 5% 미만이었으나, 순위투표제 시행 첫해 12명(24%)으로 늘었다. 올해는 14명(27%)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젊은 유권자의 투표율이 꾸준히 상승했다. 보통 본선거에 비해 예비선거 투표율이 크게 낮은데, 뉴욕시 예비선거 전체 투표율은 2021년 약 12%에서 올해 14%로 올랐다. 특히 18~29살 젊은 유권자 투표율이 2021년 약 4%에서 2024년 기준 5~6%대로 증가했다. 여러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폭넓은 선택권을 제공해 투표 참여 동기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대학 총학생회 등에 이미 순위투표제가 활발하게 쓰여, 젊은 유권자들이 새 투표 방식에 익숙하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2020년 10월31일,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아이린 라이언이 코스튬을 입고 순위투표제를 홍보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그도, 나도 괜찮다’…비방 선거서 협력 선거로
순위투표제 도입을 이끌어온 시민단체 페어보트(FairVote)의 데브 오티스연구원은 “젊은 세대가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냉소할 때, 근본적 시스템 변화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선거 캠페인 방식에서 드러났다. 한인 출신 정치인인 뉴욕주 상원의원 론 김(46)은 “과거엔 상대 후보를 비방해 그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오지 못하게 하고, 자신이 승리하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흔했다. 그러나 순위투표제 도입 이후에는 ‘그 후보도 괜찮고 나도 괜찮다’는 긍정적 협력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올해 뉴욕시장 민주당 예비선거에서는 맘다니·랜더의 ‘교차 지지’ 전략이 순위투표제 효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라운드 개표에서 맘다니 43.5%,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 36.4%, 랜더 11.2%를 기록했고, 이후 하위 후보의 표가 탈락·재배분되는 과정에서 랜더 표 상당수가 맘다니에게 이전됐다. 최종 3라운드에서는 맘다니가 득표율 56%로 과반을 돌파해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쿠오모는 44%에 그쳤다.
데이터 분석 결과, 랜더를 1순위로 지지한 투표자의 대다수가 후순위에 맘다니를 선택했고, 맘다니 지지자 65%도 랜더를 2순위로 올렸다. 페어보트의 윌 맨텔연구원은 “후보들이 서로 지지하며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자, 유권자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적극 호응했다”고 분석했다.
정보 부족한 저소득층 교육 필요
순위투표제에도 단점이 있다. 우선 투표 방식이 복잡하다. 기존 단일 다수제와 달리, 유권자는 최대 5명의 후보를 순위별로 선택해야 하기에 심리적·정보적 부담이 생긴다. 특히 저소득층·이민자 등 정보 접근이 어려운 유권자들에게는 이러한 복잡성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뉴욕 시민단체 ‘민권센터’의 트리샤 김 커뮤니티 연대 어소시에이트는 “이민자는 주류 정치 소식에서 소외되고, 언어 장벽으로 인해 후보 정보를 얻기 어렵고 선호 기준을 정하기도 쉽지 않다 ”며 “순위투표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선거 정보 안내와 현장 교육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유권자 교육은 거리 캠페인, 커뮤니티 설명회 등 전통적 방식뿐 아니라, 마트에서 라면을 순서대로 고르거나 커피를 여러 잔에 나눠 담는 등 일상 행위를 활용한 영상 콘텐츠까지 다양하게 이뤄진다.
또 다른 단점으로는, 후보가 많을 경우 집계, 재배분, 표 검증 과정이 복잡해져 결과 발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 꼽힌다. 올해 뉴욕시장 예비선거의 경우 6월24일 투표 뒤, 최종 결과가 일주일 뒤인 7월1일에야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순위 재배분 과정이 늘어나면 당선자 확정까지 한달 가까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2025년 6월24일, 뉴욕에서 진행된 뉴욕시장 예비선거의 순위투표용지에 민주당 후보 조란 맘다니와 앤드루 쿠오모 등 시장 후보들이 보인다. 뉴욕/AP 연합뉴스


유권자 76% “순위투표 확대해야”
하지만 순위투표제를 활용해본 유권자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올해 뉴욕시 예비선거 직후 페어보트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유권자의 96%는 “순위투표제는 간단하다”고 답했다. 또 76%는 “앞으로도 계속 쓰거나 더 많은 선거에 적용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뉴욕시의 성공적 도입 이후 순위투표제는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메인주와 알래스카주 등 2개 주, 3개 카운티, 47개 도시에서 시행 중이다. 맨텔연구원은 “뉴욕시가 순위투표제를 운용한 뒤 버펄로 등 뉴욕주 주요 도시들도 도입에 나섰고, 메인주 역시 최대 도시 포틀랜드에서 도입한 뒤 주 전체로 확대되는 등 도시→주 전체→연방 선거로 확산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메인주와 알래스카주는 대통령 선거에서도 순위투표제를 사용한다. 맨텔 연구원은 “대통령 선거야말로 순위투표제의 완벽한 적용 사례”라며, 특히 2000년 대선에서 플로리다주를 예로 들었다. “당시 녹색당 후보 랠프 네이더가 약 10만표를 득표하며, 공화당 후보 조지 부시가 민주당의 앨 고어를 500표 차로 승리했다. 만약 순위투표제가 도입돼 네이더 지지자 대다수가 1순위는 네이더, 2순위는 고어를 선택했다면, 좀 더 공정하고 대표성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뉴욕·워싱턴/정은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기자 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