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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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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승택 작성일11-11-13 10:26 조회2,889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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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성지순례 2011. 11. 6     

 

  불교대학에 입문한지도 어느덧 세월이 흘러, 벌써 마지막 성지순례 가는 날이다. 곧 11월 지나 12월이 지나면 졸업할 텐데 너무도 아쉽다. 도반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2011년 11월 6일. 오전 7시 50분. 청소년 문화센터 앞 집합. 8시 출발. 목적지는 합천 가야산 법보 사찰 해인사. 1·2학년을 각각 태운 버스는 2대.

  날씨는 칙칙하고 비마저 올 것 같았다. 봉화를 지나 영주, 안동, 의성을 지날 무렵에는 소리 없는 비가 버스 유리창을 적셨고, 와이퍼는 버스 유리창을 흔들고 있었다.

  동명 휴게소. 도반들 모두 화장실 가려고 버스에서 내린 순간 남영자 부회장님이 쓰러지셨다. 도반들 모두 모여 손을 따고 주물고 해도 의식이 없었다. 잠시 후 119가 도착하였고 남자 총무가 보호자 역할을 하였다. 소리 없는 비는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내리고 어디까지 갔을까. 남영자 부회장님이 의식이 돌아왔고, 동행했던 남자총무와 함께 택시를 타고 해인사까지 오기로 했다는 소식이 왔다. 비는 여전히 멈출 줄 모르고 버스는 가고 있다. 12시가 지나고 해인사 법보 사찰을 멀리 두지 않고 차는 막혔다. 가다서다 반복이었다.

  걷다가 점심을 먹었는데 꿀맛 같았다. 집합장소에 모여 정렬을 하고 준비를 하였다. 비는 여전했고, 머리를 적시고 옷을 축축하게 만들었다. 축서사 김계중 사무처장님이 나를 보시고 손수건을 주셨다. 나는 보시를 받았다. 받는 보시에 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스님의 법문을 들은 적이 있다. 정말 그럴까? 나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해인사 일주문을 들어서는 순간, 성철 스님의 원력과 영원히 숨 쉬고 있는 법보 해인사 장엄하고 거룩한 천상의 소리가 메아리치는 듯 감동적이었다.

 

     갈잎은 한 잎, 두 잎 고개 숙여 부처님 향해 삼배를 올리고

      말이 없이 조용한 비는 정화수 올려 공양하니

     천지가 감동하여 삼천대천세계 도반들이 이곳을 향해 몰려오네.

 

   팔만대장경.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팔만대장경. 마하를 초월하는 팔만대장경. 거룩하고 가슴 벅차 숨이 막힌다. 16년 동안 영원을 불태운 사람은 몇 명이며, 혼을 바친 사람은 누구인가. 장하고 거룩하시다. 가을의 소리를 들으며 겁은 흘러간다.

  천년관. 팔만대장경 만드는 과정을 하나하나 정성껏 자세히 보아야 하는데,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조금 아쉽다. 학감스님의 빠른 걸음을 따라 다니기가 힘들었지만, 지나가면서 슬쩍 보아도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지 닥나무, 목판 자작나무 바닷물에 2년 담금. 1년 건조. 높이 560m. 총무게는 약 300톤 넘는 걸로 보인다. 2.5톤 트럭으로 112대되는 물량을 본 것 같다. 그리고 목판을 한 장 씩 머리에 이고 가는 보살들의 행렬. 순수하고 성스럽고 아름답다. 역시 여래는 죽지 않는다.

  어느 시기에 어느 국토에 나타나서 법문을 설하지도 모른다. 열반은 쉬는 것이다. 부처님은 수명이 끝이 없는 걸로 나는 생각해 본다. 현상이 없으니까. 중생들은 열반하신 걸로 알지만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람의 색깔을 아느냐’는 자막을 천년관에서 보았다.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 늦은 가을바람의 소리를 들으면, 고운 옷 갈아입고 다음 가을 올 때까지?

 

 

2011 보현반 禪覺 김승택

 

 

댓글목록

혜안등님의 댓글

혜안등 작성일

결석한번 안하시고 늘 일찍 나오셔서 수업준비도 도와주시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차가 밀려 고생도 했지만 불평도 안하시고 잘 따라주신 우리 도반님들 모두 감사드려요.

또한 갑자기 달팽이관이 균형을 잃어 잠시 의식을 잃었던 부회장님과 물야도반님, 그리고 수명총무님께서는 특히 고생을 많이 하셨답니다. 모든 그날의 순간 순간들을 생생하게도 잘 묘사하셨습니다.
늘 모범생으로 법당에서도 공부를 잘 하시더니 성지순례를 다녀오시고도
이렇게 멋진 글을 써 주셨네요.
읽고 또 읽어도 감동 그 자체입니다.
고맙습니다.

이정희님의 댓글

이정희 작성일

좋은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아름답고 멎진추억 깊이간직하고
성지순례에 인연지어주신 님들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10기생 (자비행)~~~

이미경님의 댓글

이미경 작성일

관음반 반장입니다
너무도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항상법당에서 밝게 웃으시며 맞지해주시는 처사님
항상 감사인사 드려요^^
감동..감동..
추운겨울 건강조심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