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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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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동석 작성일09-08-26 18:07 조회2,794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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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사는 법


어떤 사람이 완행열차를 타고 가고 있었습니다.
신간선 같은 특급열차에서는 감히 꿈도 못 꿀 일이지만
완행열차는 창문을 열고 강물을 바라볼 수 도 있고 고향같은 마을이
서서히 다가왔다가 멀어져 가는광경을 구경할 수 도 있었습니다.

시골의 한가한 역에는 코스모스가 한들거리고
역마다 다른 냄새까지 맡아가며 기차는 느릿느릿 가고 있었습니다.

그 기차안에 한 어머니와 어린 아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는 나무 지팡이가 하나 있었고
두 모자는 때로는 웃으며 창밖을 내다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서쪽에 붉게 지는 석양에 비친 아이는 무척 즐거워 보였습니다.

앞자리에 앉았던 사람이 무심코 말을 걸었습니다.
“웃는 얼굴이 참 보기 좋은 아드님이시군요.”
그 엄마는 빙그레 미소로 답을 했습니다.

“실례합니다만, 다리가 불편한 건 아드님입니까?
아 그렇습니까?
그럼 이 아드님에게는 앞으로도 계속 지팡이가 필요하겠군요.
그것도 모르고 가슴 아픈 일인데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고 말았군요.
그렇지만 그렇다 해도 너무 멋진 아드님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은 제 기억의 벽에 오래도록 걸어두고 싶은 정경입니다.
그런데 완행열차가 좀 힘드시지는 않은가요?
급행열차는 쉬지 않는 곳에 가시는가요?
이렇게 오래 걸리면 지치고 힘드실 텐데!”

엄마는 지팡이를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며 말했습니다.
“특급도 완행도 다 멈추는 곳이긴 하지요.
그렇지만 이쪽이 더 훤할 때 도착할 것 같아서요.
하지만 저는 이 아이에게 서둘러가도 천천히 가도
같은 곳에 도착한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어서요.

그리고 이 아이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추월을 당하면서 살겠지요.
많은 사람이 이 아이를 추월해 갈 것입니다.
하지만... 열심히 계속해서 걸어가면 멈추지 않고 한길로 걸어가면
이 완행열차와 똑같이 반드시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그 사실을 알게 하고 싶어서요.”

그렇게 말하고는 저녁 해에 물든 자탔?아이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에는 기도하는 듯한 표정이 담겨있었습니다.
“어머니.....”

불타는 저녁 해는 더 따스하게 두 모자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완행열차는 부드럽게 그리고
아주 느릿느릿 가던 길을 계속 가고 있었습니다.

댓글목록

심자재님의 댓글

심자재 작성일

시골길을 느릿 느릿 달려가는 완행 열차!!
다정한 두 모자!!

한 폭의 아름다운 영화가 그려지는 따뜻한 내용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