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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남기고 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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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쩍새 작성일09-09-17 16:46 조회2,719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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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남기고 간 편지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8년입니다.
신혼 때부터 남편은 밖으로만 돌았고
툭하면 온몸에 멍이 들도록 나를 때렸습니다.
둘째가 태어나도 달라지지 않던 남편은 언제부턴가
자꾸 숟가락을 놓치고 넘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정도가 심해져 진찰해 보니
‘소뇌 위축증’으로 운동능력상실,
시력장애에 이어 끝내 사망에
이른다는 불치병이었습니다.
병수발을 하며 생계를 잇기 위해
방이 딸린 가게를 얻었습니다.
남편의 몸은 점점 굳어 갔습니다.
그 와중에도 남편은 좋다는 약과 건강식품,
갖고 싶은 물건을 사오라고
고집 부려 내 속을 태웠습니다.
그렇게 8년을 앓다 ‘미안하다’말 한마디 없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월이 흘러 큰애가 군대 가던 날은
남편이 더 없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등록금이 없어 가게 된 군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건강할 때는 술만 먹고,
아파서는 약 값과 병원비에,
죽어서는 아플 때 진 빚 갚느라
아들 등록금도 못 내다니….
평생 짐만 주고 간 남편과
‘영혼 이혼’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작은아이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집을 팔고 청주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짐을 싸고 빠진 물건이 없나 살피다가 버리려고
모아 둔 책을 뒤적였습니다.
그 사이에 눈물인지 침인지로 얼룩진 누런 종이에
쓰인 글을 발견했습니다.

“애들 엄마에게. ..
당신이 원망하고 미워하는 남편이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나를 보살펴 주어 고맙소.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 날마다 하고 싶지만
당신이 나를 용서할까 봐 말 못했고.
난 당신에게 미움받아야 마땅하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는 말 같구려.
여보, 사랑하오! 나 끝까지 용서하지 마오.
다음 생에 다시 만나면
그때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겠소.”
손에 힘이 없어 삐뚤빼뚤하게 쓴 남편의 편지를
보는 내 얼굴에는 눈물
콧물이 범벅되어 흐르고 있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여태껏 자신만을 위하여 울어 왔습니다.
아직도 가슴 아픈 속울음은
언제나 나자신을 위하여 터져 나오니
얼마나 나이 먹어야 마음은 자라고
마음의 키가 얼마나 자라야
남의 몫도 울게 될까요?

댓글목록

으이그~님의 댓글

으이그~ 작성일

실연의 아픔을 맛본 자만이
참사랑의 소중함을 깨닫듯이

쓰디쓴 인생의 고난을 겪어본 자만이
삶의 의미 또한 알게 되겠지요.

그대여!

누군가를 사랑함으로 말미암아
겪어야 할 아픔이 두렵거든
차라리 사랑을 하지 말 것이며
내 삶 앞에 펼쳐진 고난이 두렵거든
아예 삶을 포기 하십시오.

사랑이 주는 아픔도
삶이 주는 시련도 풀어가야 할 인생의 과제이기에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부딪치십시오.

고난과 시련의 과정은 비록 쓸지라도
고뇌의 쓴잔을 마셔본 자만이
삶의 소중한 의미를 아는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날 테니까요.()_()_...

두견새님의 댓글

두견새 작성일

무슨 말을....ㅠㅠㅠ

조물주께서 100% 만족은 주지 않았다는 말
믿고 싶습니다.

뒤집어 놓으면 가정 가정마다 가슴 아픈 사연 하나씩
없는 집이 있을까?...

뒤 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할줄 알고 떠난 남편을
그 중에서도 다행이라 생각하고

그러길레 아내에겐 밉다가도 그리운 사랑으로
남아 있겠죠?

간 사람이 아깝다지만
산 사람의 고통도 .....

읽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혜안등님의 댓글

혜안등 작성일

진정 남의 몫까지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마음의 키가 언제쯤이면 다 자라게 될것인가~~~
감동의 글을 보며 생각해보는 아침입니다.

소쩍새님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오늘도 부처님의 가피 속에서 청명한 가을을 맞이하시기를....

도안문님의 댓글

도안문 작성일

가슴이 찡합니다.
서늘해진 날씨 탓인지 떠나보낸이들이 자꾸만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감동의 글 속에 주인공이 잠시 나자신이 아닐런지 생각해 봅니다.
먼길 떠나가신 부모님 생각에 자주 눈물을 흘리지만
그것이 나를 위한 눈물이 아니였는지...반성해 봅니다.

눈물에 얼룩진 남편의 편지가 깊은 사랑이 넘쳐보이네요
인연 따라 함께 하셨던 추억 오래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마음이 자라는 도반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