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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통한 참회 - 절은 '나'를 비우는 참회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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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화심 작성일06-12-19 13:49 조회3,044회 댓글4건

본문

참회(懺悔)의 '참(懺)'은 범어 크샤마의 음역인 참마(懺摩)를 줄인 말이고, '회(悔)'는 범어 크샤마를 뜻으로 번역한 말입니다.
곧 크샤마는 '용서를 빈다', '뉘우친다', '인(忍)'의 뜻을 지닌 말로서, 오늘날까지 인도에서 '미안하다'고 할때 '크샤미아탐(내가 범한 죄를 참고 견디어 달라)'이라고 하는 것을 생각하면 참회라는 단어 속에 담긴 뜻을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불교의 참회는 크게 이참(理懺)과 사참(事懺)으로 나뉘어집니다. 이참은 진리와 하나가 되거나 죄업의 실상이 무엇인가를 깨달아 참회를 이루는 것이요, 사참은 과거와 현재에 지은 죄업과 미래에 짓게 될 죄업을 몸과 말과 마음을 쏟아 참회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참회를 한다'고 하면 이 사참을 가리킵니다.

현재 널리 행하여지고 있는 방법으로는 절·염불·경전독송·사경 등을 하면서 참회를 하거나, 참법(懺法)을 기록한 각종 의식문을 읽으며 그 절차에 따라 참회를 하는 것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널리 행하여지고 있는 참회법은 예배(禮拜), 곧 절을 통한 참회입니다.


【절은 '나'를 비우는 참회법】

'절은 절하는 곳이기 때문에 절이라고 한다'는 말이 있을정도로 불교에서는 절을 할 것을 많이 권합니다. 그럼 왜 그토록 절을 할 것을 권하는 것일까?
그 까닭은 모든 죄업의 근본이 되는 '나'를 비우고자 함에 있습니다.
우리는 참회를 할때 다음과 같은 구절을 많이 외웁니다.

지난 세상 제가 지은 모든 악업은 : 아석소조제악업(我昔所造諸惡業)
무시 이래 탐심 진심 어리석음이 :개유무시탐진치(皆由無始貪嗔癡)
몸과 말과 뜻으로 지었음이라 : 종신구의지소생(從身口意之所生)
제가 이제 남김없이 참회합니다. : 일체아금개참회(一切我今皆懺悔)

이 게송을 조금 더 자세히 풀이해 봅시다.
우리의 악업은 지금 이 생에서만 짓는 것이 아니라, 시작도 알 수 없는 아득한 옛날부터 지어왔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악업의 씨앗은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삼독심(三毒心)이며, 삼독심에 의해 몸과 말과 생각으로 갖가지 나쁜 업을 지었다는 것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 너무나 깊이 빠져 있습니다. '나'에게 맞으면 사랑하고 탐하며, 나에게 맞지 않으면 싫어하고 미워합니다.
'나'는 반드시 잘 살아야 하고, '나'는 손해를 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그 소중한 '나'에게 슬픔과 고난과 불행은 수시로 찾아듭니다. 오히려 나의 꿈, 나의 욕심, 나만의 사랑에 사로잡혀 사는 동안에는 행복이 쉽게 찾아들지를 않습니다. 짧은 한 순간의 성취는 있을지언정, 지속적인 행복과 자유는 더욱 멀리 달아나 버립니다.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나'라는 생각이 벽이 되어 '나'를 더욱 은밀한 밀실 속으로 가두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밀실같은 공간…….

그 공간이야말로 지옥입니다. 벽이 두터우면 두터워질수록 '나'자신이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좁아집니다. '나'에 대한 집착과 사랑과 이익과 욕심에 깊이 빠져들면, 마침내는 꼼짝도 할 수 없는 무간지옥(無間地獄)에 갇혀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공간이 너무나 좁아 몸을 쉽게 움직일 수조차 없다는 무간지옥!
어찌 이것이 땅 속 깊은 곳의 지옥세계에만 있겠습니까? '나'의 욕심에 사로잡혀 이기적으로 살고 '나'만의 굴레에 갇혀서 살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서서히 무간지옥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 ◈ ◈

제가 아는 사람중 맞벌이를 하는 부부가 있습니다.
연애결혼을 한 부부인지라 처음에는 매우 다정하게 살았는데, 아기가 생기고부터는 차츰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남편은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쉬는데, 아내는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등 모든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더욱이 연애할때는 공주처럼 대하였고 신혼 초까지만 해도 잘 도와주던 남편의 변한 태도에 대한 불만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아내는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부리며 잔소리를 하였고, 처음에는 묵묵히 잔소리를 듣고만 있던 남편도 술만 먹으면 행패를 부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침내 그녀는 결혼한지 10년만에 이혼을 결심하기에 이르렀고, 그 사연을 나에게 털어놓았습니다.
나는 마지막 방법을 써본다음 이혼할 것을 권했습니다.

「아마도 남편은 당신에게 받을 빚이 있는 사람인가 봅니다. 빚을 졌으면 빚을 갚아야지, 헤어진다고 해결이 되겠습니까? 정말 이혼을 하고 싶으면 하루 108배씩 백일 기도를 올려 심신을 맑게 한 후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절을 한지 20여일 후, 문득 그녀는 남편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생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기 내면 속에 짙게 깔린 이기심, 곧 내가 편하고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이 문제를 일으켜 도와주지 않는 남편을 미워하고 불평을 터뜨렸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늘 이기심의 안경을 끼고 남편을 미워했음을 느낀 그녀는 그날부터 108배를 할 때 한 배 한 배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하세요' 하며 참회하였고, 그 결과 다시 잉꼬 부부가 되어 잘 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처럼 '나'의 이기심을 곧추세우면 주위가 지옥처럼 변해가고, '나'를 돌아보면 서 '나'를 비우면 행복이 제자리를 찾게 됩니다.

우리 불교에서 절을 할 것을 권하는 까닭도 바로 이 '나'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탐욕과 분노에 어리석음을 일으키고, 그 삼독심으로 갖가지 악업을 짓는 '나'를 행복의 자리로 되돌리고자 함에 있습니다. 선종(禪宗)의 조사(祖師)이신 육조 혜능대사(慧能大師)께서는 특히 이를 강조했습니다.

◈ ◈ ◈

7세에 출가하여 항상 법화경을 외웠다는 법달스님이 어느날 혜능대사를 찾아와 절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법달스님의 머리가 땅에 닿지 않자 혜능대사께서 물었습니다.

「절을 함에 있어 머리를 땅에 붙이지 않으니 절을 하지 않는 것만도 못하구나. 정녕 네 마음속에 무엇인가가 있어 그러한 모양인데, 그동안 네가 익혀온 것이 무엇이더냐?」

「예, 법화경을 3천 번 외웠습니다.」

「만약 법화경 만 번을 외워 경을 뜻을 모두 알았다고 하자, 네가 그것을 자랑으로 삼지 않으면 나와 더불어 함께 하려니와, 그 일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면 모두가 허물이 될 뿐이다. 너는 그것을 모르는구나.」

그리고는 게송을 읊어 법달스님을 깨우쳐 주었습니다.

절을 함은 본래 아만의 콧대를 꺽자는 것
어찌하여 머리가 땅에 닿지를 않는가
나(我)가 있으면 곧 죄가 생겨나고
공(功)이 있으면 복이 비할 바 없다네

육조 혜능대사의 가르침 그대로 절은 '나'를 비우는 공부요, 참회법입니다.
'저의 가장 위에 있는 머리를 불보살님의 발 아래 대고 절하옵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목숨을 바쳐 절하옵니다.(지심귀명례 至心歸命禮)'

이러한 마음으로 절을 하게 되면 저절로 '나'의 이기적인 생각들이 비워지게 되고, 탐욕 등 그릇된 생각들이 비워지면 업장 또한 녹아내려 비할 바 없는 복이 저절로 깃들게 되는 것입니다.

나아가 '나'를 비우고 절을 하는 사람은 진실로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마음을 낼 수 있게 되고, 참된 봉사를 하면 '나'의 마음이 편안해질 뿐만 아니라 '나'를 대하는 모든 사람의 마음도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절을 하면서 참회를 하면 업장소멸의 참회는 물론이요, 모든 사람을 편안한 세계로 인도하는 대복전인(大福田人), 곧 큰 복밭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법공양에서 옮김

댓글목록

이정애님의 댓글

이정애 작성일

좋은글잘읽고갑니다..제자신도 돌아보게되었고요,,

심자재님의 댓글

심자재 작성일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위에 이정애님 6기생 이정애님 아니신가요? 하여튼 고맙습니다.  자주 들어 오세요..

연화심님의 댓글

연화심 작성일

정애님 감사합니다..() 저두 절은 하면서 참회하는 맘이 생기기 보다는 어느순간엔가 세상 만사가 머릿속에서 헤엄을 친답니다 ㅎㅎㅎ 언제쯤이나 진정한 참회의 절을 할수있을지~? 심자재님 이제 바쁜일은 좀 정리가 되셨습니까?

성장원님의 댓글

성장원 작성일

좋은 법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