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우리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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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길상화 작성일13-05-31 22:01 조회2,782회 댓글2건본문
- 한구절로 많은 생각을 끊어 버리니 일만 기틀이 고요하다 - 경청 스님
- 모든 생각을 내려놓아라
생각이 끊어진 자리에 진정한 자신이 드러난다 - 묘음 역
우리 마음의 평화를 해치는 것은 대개 나와 너의 관계에서 시작합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자신만의 종교와 같은 진리를 강하게 믿고 있습니다. 그것이 긍정적이고 행복한 생각이면 더 좋겠지만 거의가 부정적인 자아관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어런 벡(A. Beck)이라는 심리학자는 이들의 부정적인 생각들을 정리하여 ‘부정적 인지 3요소’라고 불렀는데 쉽게 말해 첫째가 ‘나는 문제다’, 두 번째가 ‘너(세상)도 문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미래는 어둡다’입니다. 아마 심한 우울증을 겪었거나 그 정도는 아니어도 거개의 우리들도 살아오는 동안 이러한 생각들도 하면서 살아왔거나 아니면 상당히 이런 생각에 눌린 채로 현재도 힘들어하며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티벳과 같은 곳에서는 자신을 못마땅하게 보거나 자기 비하를 하는 경우가 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모든 존재물은 있는 그대로 완전하고 소중한 것으로 보는 자비행이 그들의 기본적인 삶이기 때문에 자신에 대해서나 자신과 관계되는 타인과 타 존재에 대해 굳이 자신을 내세우거나 주장하지 않아도 차별되지 않는 평등한 사랑을 보낼 수 있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러나 우리들 대개는 우선 나와 너는 엄연히 구별되는 다른 존재물로 보고 나는 너와 달리 이러이러한 존중을 받거나 내 의견이 맞다고 보는데 너(세상)는 오히려 내가 잘못됐다, 그런 생각이 옳지 않다고 밀어 붙이면 한두 번 저항하다 제풀에 자신에 대한 존중감이 무력해집니다(나는 아닌데 내가 문제인가 봐).
나의 모습은 본래 아름답고 믿을 만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너(세상)는 그 모습이 참 모습이 아니라고 무시하거나 비난하거나 배신해버립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자신의 본 모습이 수용되지 못하는 데 대한 좌절감으로 나는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단절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세상도 별수 없어, 웃기고 있네).
그 좌절감 아래 깊숙이 잠재 의식속의 골방에 처박아 넣어버린 분노는 표출할 구멍을 찾지 못하고 늘 지구의 핵처럼 끓고 있고 이로 인해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온통 짙은 회색의 절망감만 느껴질 뿐 모든 감정이나 의지도 빛을 잃어버립니다. 또한 일상적인 세상사에 어지간해서는 자극을 느끼지 못하며 무기력해져 버립니다(세상은 나를 필요로 하지도, 나도 무엇을 필요로 하지도 않아. 그냥 암담한 블랙홀이기를 바래).
우리가 39° 이상의 고열로 비몽사몽일 때 우리는 언제쯤이면 이 열이 내릴지 알 수 없습니다. 그냥 몸이 알아서 치열하게 전투를 벌여 열이 내리기를 기다릴 뿐 병원의 물리적인 처치를 받지 않고서 내 의지를 동원하여 열을 식힌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와 같이 살아도 살아도 별반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나와, 이 나에게 유의미한 -중요한- 너의 시소게임은 어느 쪽이 이기고 어느 쪽이 지는 게임이 아닙니다. 필시 양편에 존재하는 긴장 에너지의 결과는 결국 어느 쪽에도 무익한 제로섬게임일 뿐입니다. 나와 너 어느 쪽도 실리를 얻지 못하는 게임이라면 이 소중한 삶을 아무런 이득 없는 게임에 목숨 걸고 내 모든 존재의 안녕과 행복을 담보로 도박에 빠져 살아갈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악마에게 내 영혼을 파는 것입니다.
진정 ‘너’로부터 또는'나' 로부터 ‘나’의 존재가 자유롭고자 한다면 우선 ‘나’부터 자유이어야 합니다. 나부터 자유이어야 한다면 진정으로 누가 나를 묶어두고 있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모든 것은 내 생각일 뿐입니다. 나는 본래 자유롭고 본래 평화로운 존재입니다. 너(세상)라는 쇠사슬에 꽁꽁 묶여 있는 불쌍한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쇠사슬도, 쇠사슬을 묶어두고 있는 기둥도, 나를 묶은 그 자도, 그리고 묶인 나도 없는 본래 자유, 본래 평화의 의식 상태를 계속해서 명상해야 합니다. 매일 3분, 10분씩이어도 훌륭합니다.
내 삶이 처해 있는 상황이 아무리 진흙탕이어도 시간이 흐르면 그 자체 생명력으로 색색의 아름다운 연꽃이 피고지고를 반복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찾아갑니다. 우리의 고달프고 가슴 아픈 삶으로 인해 우리의 바른 견해는 생겨나게 되고 마침내 피안의 언덕이 바로 이 지저분한 너와 나의 싸움터임을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지금 나와 씩씩대며 욕이 절로 올라오는 저이가 내 스승이고 법(法)입니다. 그분에게 그저 감사할 일입니다. 우리 모두 좌절하지 않고 쉬엄쉬엄 정진해 가십시다.
처처물물의 평안을_()_
댓글목록
하늘꽃님의 댓글
하늘꽃 작성일
보이지 않는 벽을 쌓고 벽 그 너머와 벽이 없는 벽자리에
아상을 가득 심어 가꾸고 있는 어리석음이 아닌지 가만히 살피는 합장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길상화님의 댓글
길상화 작성일
하늘꽃님 감사합니다.
100세 장수 누리세요.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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