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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몽쇄언(꿈과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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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가람지기 작성일15-05-07 18:21 조회4,4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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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우리 현대인들은 생활이 복잡하고 기계 문명의 압박을 느껴, 
어딘가 가슴이 답답하다. 그러나 인생살이에 쫓겨, 고요히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사색할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기 쉽다.

이 기회에 한번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을 지금 어디를 향하여
어떻게 달리고 있는가를 살펴보기로 하는 것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앞만 향하여 달리는 것은 좋다.
그러나 이따금 높은 곳에 서서 유연한 마음으로 가고 있는 방향을 살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인생은 한낱 꿈이다.
현세의 부귀빈천과 영고성쇠가 모두 환상이라고 하는 인생관에 직면할 때,
우리는 자칫하면 허무감을 갖게 되고 염세 사상厭世思想을 일으키기 쉽다.

더구나 "인생 일장춘몽이니 아니 놀지 못하리라."식의 퇴폐의 구렁으로 떨어지기 쉽다.
또 이와는 달리, 아주 초연超然하고 고상한 태도를 가장假裝하면서 세상에 대한
근면勤勉과 노력을 포기한 채 안빈낙도安貧樂道라는 핑계 밑에 인생의 패배敗北를
감수甘受하는 경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술몽쇄언>이 바라는 본의는 아니다.
<술몽쇄언>에 따르면, 인생은 시비선악是非善惡을 인생의 테두리 안에서
따지려는 것이 아니고, 인생을 인생의 밖에서, 높은 위치에서 굽어보면서 가르치려고 한 것이다.

'삼십삼천三十三天'을 말하고 '삼세육도三世六道'를 말하는 불가佛家의 눈에 비친 인생이란,
정말 하나의 꿈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게 무상하고 환상幻像에 불과한 인생에서, 부귀와 영화를 얻기 위하여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갖 부정과 악덕을 감행하는 일부 세상 사람들의 태도는 어리석은 것이며, 

사랑과 미움과 분노와 기쁨에 집착하고 연연하는 태도는
우스꽝스러운 노릇이라는 것을 크게 깨닫게 하려는 것이다.
즉 어디까지나 권선징악의 설교인 것이다.

그러하기에, "분수를 편안하게 여기고 천명에 순종하면서, 착한 일을 닦고
맡은 직무職務를 부지런히 하라(安分順命 修善勤職)."고 말하였고,
사후死後에 죄업罪業이 산처럼 쌓이는 일이 없게 하라고도 하였다.


또 "복덕을 쌓아 자손에게 남겨 주라(積福德遺子孫)."느니,
"일을 처리하는 것은 의儀로써 하고 남을 응대하는 것은 자비심으로 하라
(處事以義應物以慈)."고도 하였다.

 우리는 아직 내세來世가 반드시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따라서 현세現世의 죄업罪業이 과연 응보應報를 받아 삼세육도를
윤회輪廻하게 된다는 것도 믿지 못한다.

그러나 적어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한낱 꿈같고
허무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짧은 인생 일대를 선량하고 착실하게,
그리고 깨끗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올바른 견해일 것이다.
독자는 모름지기 가슴에 손을 얹고 고요히 이 고차원적이고도
청량음료처럼 가슴이 후련하여지는 명문장을 음미吟味하여 주길 바란다.

반드시 <술몽쇄언>은 우리의 가슴에 무엇인가 안겨 주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하는 의도도 여기에 있다.


                                갑인甲寅 중춘仲春 무학산장에서
                                                              南 晩 星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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