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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출발을 위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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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축서사 작성일09-02-10 16:52 조회2,7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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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출발을 위한 준비

최상애_영주

 

우리 부부는 삶이 부여하는 하루하루의 가치를 헛되이 하지 않으려 축서사 보탑성전 앞에서 수없이 많은 발자국을 남기며 기도하고 노력했다. 우리 부부에게 주어졌던 모래알갱이처럼 많은 시간들, 그 많은 세월의 흔적들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까.

분에 넘치도록 받았던 많은 사랑을 이웃과 함께 나누면서 늘 내가 먼저 한 발 다가서려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 혼자서만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기에 더불어 함께하며 나, 너, 우리 모두 하나 됨을 기억하면서.

그리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이 아니라 여유와 낭만도 함께 묻어 갈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내가 추구하는 것들을 위하여 노력하는 삶을 말이다.

지난 한 해는 우리 가족에게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살아온 삶을 다시금 뒤돌아볼 수 있게 한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참된 인생 공부를 하며 나 자신을 많이 낮추는 것을 배운 아름다운 나날들이었다.

아들 녀석을 군에 보내고 하루를 일 년 같이 마음아파하고 힘겨워하던 시간들. 나는 그 시간을 축서사와 인연을 맺고 불교대학에 입학하면서 조금씩 극복할 수 있었다. 더불어 꽁꽁 닫혀 있던 마음의 문도 조금씩 열어 보일 수 있었다.

발길이 이끄는 대로 축서사에 들러 부처님 전에 무릎 꿇고 기도를 올렸다. 그러한 기도의 힘으로 아들 녀석이 자대 근무한 지 3개월이 지나는 동안 번뇌망상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조금은 덜 채워진 듯 하게 마음을 비우고 넉넉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그리고 한 발 뒤로 물러 설 수 있는 여유와 생각을 늘 머릿속에 담아두고 실천하련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길 위에는 수많은 삶의 방식들이 펼쳐져 있다. 각기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그들 곁으로 다가가는 방법을 깨달아 가며 살아야겠다. 내 주위의 많은 삶을 한번쯤 돌아 볼 수 있는 여유라도 갖게 되었으니 나는 늘 행복한 여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삶에 평온함을 가져다준 귀한 인연들에게도 감사한 마음뿐이다. 언제나 함께할 인연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서로에게 그늘이 되어주며 많은 불자님들과 함께하고 싶다. 그리고 고통, 슬픔, 갈등, 번뇌 등에 연연하지 말고 한 번 왔다가는 인생을 아름답고 귀하게 여기며, 흐르는 시간들이 부여하는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련다. 또한 불자로서 살아온 시간들이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서원한다.

무여 큰스님의 법문 중 가슴에 새길 구절이 있다.

“생사가 둘이 아니기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죽음을 향해 잘 사는 것은 안락을 맛보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인연 없는 중생이라서 부처님으로부터 버림받아 구원받지 못한다고 원망 섞인 투정을 부리다가 눈 크게 뜨고 살펴보니 반(般)야(若)지(智)가 눈앞이라. 내가 나를 구원함이니, 인연이 어디서 비롯되기에 인연 없다 말하는가. 인연은 메아리 같은 것이어서 크게 소리치면 크게 답하고 크게 발심하면 크게 눈을 뜰 것입니다.

그러나 구경(究竟)에는 부르는 소리도, 돌아오는 메아리도 없음이라. 한 생각 일어나니 미혹한 중생이요, 한 생각 스러지니 부처일세. 온갖 휘황한 욕망에 눈이 어두워 바로 보지 못함을 참회합시다.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하도록 재물을 모아도 아침 이슬같이 허망한 것, 삼천갑자 동방삭 같이 긴 수명을 누린다한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온갖 부와 명예와 권력을 손에 거머쥐고 있다 생각하지만 깨고 나면 허망한 봄날 꿈만 같은 겁니다.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가고 나면 그뿐, 남은 것은 이름 세 자뿐입니다. 그 이름조차도 백천만겁이 지나고 나면 허공에 흩어지고 맙니다. 중생의 어둡고 허망한 삶은 아침 이슬 같고, 허깨비 같고, 그림자 같고, 물방울 같아 잡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어서 빨리 발심하여 지혜 광명의 깃발을 세워야 한다는 겁니다.”

너무나도 가슴속에 담고 싶은 이야기이다. 스스로 빛이 되는 삶, 스스로 빛을 나누어 주는 인생이 우리 불자님들의 나아갈 길이라 생각한다.

‘자기 인생을 기도하듯이 성심 성의껏 진심으로 발심하면 한 방울의 믈이 떨어져서 돌을 뚫을 수 있고 또한 자기를 만들어가는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움직이고 만물도 다스린다.’는 큰 스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활기찬 2009년을 준비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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