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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서사에서의 특별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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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7-11-21 15:36 조회2,9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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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서사에서의 특별한 휴가

 

                                                                                            김정선 (경기 용인)

 

‘그해 여름은 특별했네’

어느 영화의 제목처럼 2007년 8월은 나에게 특별한 달로 기억된다.

‘수행’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삶의 중심이 된 화두와의 만남은 내 인생에 있어 분명 특별한 인연이다.

세상 속에서의 나의 삶은 늘 바쁘고, 정신없고 고단한 생활의 연속이다. 그래서 나에게 방학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정신적인 긴장을 늦추고 재충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결혼 전에는 주로 모임의 사람들과 MT를 가거나, 뜻 맞는 사람들과 놀러 다니는 방학이었다면, 결혼 후에는 공부하는 남편 덕분으로 마음 닦는 수련대회를 찾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이번 축서사에서의 휴가도 남편의 권유로 마음을 낸 거고, 4살짜리 딸아이를 20일간 거두지 않았다면 마음내기 어려웠을 터이다. 시아버지 생신을 챙겨 드리지 못하는 부담감과 어린 딸과 씨름할 남편, 그리고 나의 특별한 사정을 위해 근무 날짜를 조정해 준 직장동료 등 여러 분들의 덕택으로 마련된 이 기회를 정말 잘 보내야겠다는 각오가 생겼다.

그렇게 20일간의 첫 수행이 시작되었다. 이번 수행에서 나름대로 정한 약속은 수행의 기틀을 확립하는 것(화두참선), 108 참회를 꼭 할 것, 묵언 수행할 것, 규칙적으로 생활할 것 등이었다.

처음 일주일간은 수행이라기보다 차라리 고행이었다. 다리가 저리고 목도 뻐근하고 여기저기 신호가 오는데 참고 하려니 몸이 경직되고, 의심을 일으켜야 된다는 생각으로 상기되어 큰 스님을 친견하였다. ‘화두가 장땡’이라 하신 명쾌한 말씀을 듣고, 다시 발심이 되어 참선에 들어갔다. 몸 불편함과 수마와 싸우면서도 화두를 놓지 않으려고 예불 및 공양시간 전후 외에는 늘 보광전에서 참선을 했고, 1시간 정도 참선하고 20분 정도 쉬고 하다가 끝나기 3일 전부터는 한 번 앉으면 무조건 1시간 30분을 참선하기로 하고 마음먹고 지켰다. 그리고 내 자신을 단도리 하기 위해 매일 참선일지를 썼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참선하면서 참으로 많은 마장들과 함께 했다. 좌선하면서 인내의 한계도 느끼고, 수마 앞에서는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으며, 또 웬 번뇌망상은 그리도 많이 올라오는지….

그렇게 수마와 혼침, 산란을 반복하면서도 20일간 오로지 화두와 씨름한 시간들은, 나에게 있어서 대단히 의미가 깊다. 우선, 나를 찾아가는 평생 수행 방법으로 화두참선이 확실히 정해졌다는 것과,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인 수련이 아니라 스스로의 계획에 의해 수행을 했다는 것, 그리고 이번 집중적인 수행으로 세상살이에서도 수행할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회향하던 날 큰스님께서 ‘수행은 변화다’라고 하신 말씀이 깊이 가슴에 새겨진다.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오니, 바쁜 일상에 묻히게 된다. 온갖 주어지는 일 속에서 그때의 기억도 희미해지고 화두도 자주 놓치게 되지만 축서사에서의 그 특별한 휴가는 해이해 지려고 하는 나를 분발시키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 이 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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