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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호및지난호

신심과 결심이 어우러진 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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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후스님(축서사 선덕) 작성일07-08-10 14:50 조회3,0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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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글자그대로 ‘빈다’는 뜻으로 인도의 불전에선 거의 나타나지 않는 용어로 다만 중국의 경전 주석서에서 비로소 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니 동양인의 사고체계에서 중요하게 형성된 불교수행법의 하나로 자리했다고 이해해야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빈다는 것은 어떻게 해서 일어나며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이며 우리 불자들은 어떻게 해야 올바른 기도를 할 것인가의 문제는 개인적 인격 성숙의 과정에서나 우리 불교 교단의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그렇다면 현실 속에서 욕구 충족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 기도하는 자세와 불보살님이 원하는 비는 마음을 비워야 진실된 기도라고 인정하는 저간의 거리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좁힐 수 있으며 궁극엔 비는 마음을 쉬게 되는 경지까지 갈 수가 있을까? 역설적이지만 이것 역시 간절한 기도로써 가능한 일이다. 마치 어린이들이 크게 떠들 때 더 큰소리로 떠들지 말라고 해서 조용하게 하듯이…
그러나 현실적 삶을 영위함에 있어서 당장 부처님의 본질적 세계를 향한 기도를 하기란 한국 사회에선 어려운 일로 신도들 역시 이 부분에서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우리들은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떤 자세로 기도해야 불자로서 부처님의 커트라인에도 들고 자신의 터분한 마음도 개운해질 수가 있을 것인가? 가끔씩 들려오는 주위를 살펴보면 지금 행해지고 있는 기도의 자세와 방법이 너무나 다양하고 광범위해서 무슨 기도를 어떻게 해야 될지에 대한 의문은 기도를 많이 하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 심하게 일고 있으니 정말로 딱한 노릇이 아닐 수가 없다. 우린 이 부분에서 선각자들의 도움 말씀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 유명한 기신론에서 마명과 원효는 기도의 기본 자세와 용심에 대해서 분명하게 제시했다. 우선은 믿는 자세가 확립되어야 된다고 하였다.‘믿는다’는 것은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최소한 인과의 도리를 분명하게 믿는 바탕에서 기도해야 기도 성취가 바르게 빨리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이 부분에서 우리 기도인들은 자신의 믿음의 정도를 깊이 있게 가늠해 보아야 될 일이다. 그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목적의식(원력)을 분명하게 세워서 기도해야 지속적일 수가 있으며 이해와 실천이 함께 해서 구경엔 뜻하는 바의 기도가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이것은 화엄이론의 수행 체계인 신信, 해解, 행行, 증證과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대승불교에서 끝없이 제시되는 일관된 수행방법이다. 그런데 우리 불자들은 첫 단계인 믿음의 자세에서부터 어정쩡한 모습으로 이 기도 저 기도를 번갈아 가면서 행하면서 횡설수설 하고 있으니 올바른 기도 성취를 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은 저 멀리 산불 보듯이 훤히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에 원효는 인과를 믿는 것이 오락가락 하면 선근 공덕을 부지런히 심으라고 하였다. 그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굳은 신념이 생기면서 발심을 하게 되어 기도가 잘 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도 선근의 우열이 있어서 기도의 성과가 지속적인 이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어서 뒷걸음치고 싶은 상태도 오기 때문에 그런 때일수록 더욱더 간절하게 참회하고 정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신론大乘起信論』 본문에선 그런 상태가 되면 ‘부처님 공경하기를 게을리 하질 않아 아직 일만 번을 다 채우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그러는 도중에 좋은 계기를 만나면 제법 결심을 발할 수가 있고 또 부처님의 아름답고 숭고한 육체적 특징(삼십이상 팔십종호)을 보고 경배함으로써 발심할 수가 있으며 혹은 스님들을 존경하고 섬긴 탓으로 결심을 낼 수가 있으며 또는 어진이의 행동을 보고 신심을 낼 수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와 같이 해서 생긴 결심은 모두 다 불확실한 것으로 좋지 않은 인연을 만나면 곧 뒤로 물러서 참 인간이 되는 대승의 길에 들어서지 못하고 현실 도피적, 이기주의적 수행의 길로 접어들고 만다.’라고 하였다. 결국은 만법의 근본인 자기 마음에 신심이 굳지 못하고 그 어떤 타율적인 대상으로 인한 신심은 언제든지 흔들릴 수가 있기 때문에 우리 기도인들은 자신의 주체적인 마음가짐이 분명한 상태에서 기도를 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제라고 원효는 힘주어 말하면서 이에 세 가지 마음을 당부한다.
첫째는 구부러지지 않은 마음(直心)으로 기도하는 이들은 이것과 저것을 나누어 따지지 않는 평등한 마음씨의 소유자가 되어야 하고, 두 번째는 깊은 마음(深心)으로 모든 선행을 즐겨 행할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져야 되고, 마지막으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大悲心)으로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어야 된다고 강조하였다.
오늘날 우리는 사찰과 가정에서 다양한 기도를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면서 행하고 있는데, 위에 든 인과를 분명하게 믿고 세 가지 마음씨를 바탕으로 해서 절실한 자세로 정진하고 있는지를 되새겨 보아야 될 것이다. 혹시 그렇지 못한 상태라면 선각자의 말씀을 의지해서 맑은 도량 축서사 법당에서 간단없이 기도하고 큰스님 법문을 빠짐없이 심장에 새겨서 신심과 결심이 함께 어우러져 큰 발심을 할 때까지 끝없이 정진해야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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