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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호및지난호

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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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7-06-18 00:04 조회2,6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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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여래께서 49년 간 법(法)을 설하시면서 경(經)을 말씀하신 것이 300여 회에 이르는데, 모두 삼장 십이부 가운데 들어 있습니다. 삼장이란 경장(經藏), 율장(律藏), 논장(論藏)을 말합니다.
삼장에서 말하고 있는 바는 계정혜(戒定慧)의 삼학(三學)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다시 요약해서 말한다면, 인과(因果)라는 두 글자인데, 모두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포괄하고 남음이 없습니다. 인과의 두 글자는 일체의 성인과 범부(聖凡), 세간과 출세간이 모두 벗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인(因)이란 인연(因緣)이며, 과(果)란 과보(果報)입니다. 비유하자면 종자 곡식(種穀)과 같아서 한 알의 곡식이 인(因)이 되고 햇빛과 비, 바람은 연(緣)이 되며, 열매를 맺어 수확하는 것이 바로 과(果)가 됩니다.
일체 성현(聖賢)이 되신 까닭은, ‘인과를 밝혀 아신’데에 있습니다. 밝힘(明)이란 그 뜻을 다 이해하는 것이고, 앎(識)이란 그 뜻을 분명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범부는 과(果)를 두려워하나 보살은 인(因)을 두려워합니다. 범부는 오직 나쁜 과(惡果)를 겁내지만, 나쁜 과가 나쁜 인(惡因)의 연(緣)을 일으킨다는 것을 모른 채, 평소에 마음대로 함부로 행동합니다.
그리하여 한때의 쾌락을 도모하면서 즐거움이 괴로움의 인(因)이라는 것을 모릅니다.
그러나 보살은 늘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처음부터 신중하게 조심하므로 애당초 나쁜 인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어찌 나쁜 과가 닥쳐오겠습니까? 설사 나쁜 과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모두 먼 옛날의 전인(煎因) 때문이고, 일단 전인의 씨앗이 뿌려진 이상 후과(後果)를 벗어나기는 어려우므로, 과보를 받을 때에는 태연하게 순순히 받으며 조금도 두려워하거나 위축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과를 밝혀 안다’고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고인(古人)인 안세고(安世高) 스님은 다생에 걸쳐 수행하여 처음 한 생에 안식국의 태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오욕(五欲)을 버리고 출가 수도하여 숙명통(宿命通)을 얻었는데, 전세(前世)에 남의 목숨을 빼앗은 빚이 남아 있고 그 채주(債主, 채권자)가 중국에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하여 배를 타고 중국으로 와서 낙양(落陽)에 도착하여 사람 없는 넓은 들판으로 나갔습니다.
문득 한 소년을 만나게 되었는데, 몸에 강철 칼을 차고 있었습니다. 그는 멀리서 스님을 보더니 즉시 노기충천하여 곁에 다가와서 미처 말 한 마디 꺼내기도 전에 바로 칼을 뽑아 스님을 죽여버렸습니다.
스님은 죽은 뒤 영혼이 재차 안식국으로 와서 태(胎)에 들어 다시 태자가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또다시 발심 출가하여 그전처럼 숙명통을 얻었는데, 금생에도 아직 사람 목숨 빚을 갚지 못한 것이 있고, 그 채주가 이번에도 역시 낙양에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낙양으로 와서 전번에 자기 몸을 죽인 사람의 집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스님이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저를 알겠습니까?” 주인이 답하기를 “모르겠습니다.” 스님이 말하기를 “저는 바로 당신이 수년 전에 넓은 들판에서 죽인 그 스님입니다.” 하니 주인은 깜짝 놀라, 이 일은 제3자가 아는 사람이 없는데 이 스님은 틀림없이 죽은 혼령이 와서 내 목숨을 요구하는 것이다. 얼른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님이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저는 귀신이 아닙니다.” 그리고 연유를 설명한 뒤에 그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내일 어떤 사람에게 맞아 죽어, 옛날의 목숨 빚을 갚을 것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부탁드리는데, 당신이 내일 저를 위해 증인이 좀 되어 주십시오. 제가 남기는 말을 전해 주시되, 이것은 제가 당연히 그 사람의 목숨 빚을 갚는 것이니, 관(官)에서는 오살(誤殺, 과실치사)한 사람의 죄를 물을 필요가 없다고 말입니다.”
말을 마치고 각자 편안히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함께 거리로 나갔는데, 스님이 앞에 갔습니다. 스님의 앞을 보니 한 시골 사람이 나무를 지고 막 걸어가는 중에, 앞쪽의 나무가 갑자기 땅에 떨어지고 뒤쪽의 나무도 역시 땅에 떨어졌습니다. 이때 멜대가 뒤를 치면서 스님의 머리에 적중하여 스님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시골 사람은 관(官)에 붙잡혀 갔고, 관에서는 신문(訊問)한 뒤에 죄를 판정하려고 했습니다. 주인이 볼 때 이 일은 스님이 어젯밤에 말한 것과 일치했기 때문에, 즉시 관리에게 스님이 남긴 말을 진술했습니다. 관리는 그 말을 듣자 인과불매(因果不昧)임을 믿고, 곧 시골 사람의 오살(誤殺)의 죄를 사면했습니다.
그 스님의 영혼은 다시 안식국으로 가서 세 번째 생에도 태(胎)에 들어 태자가 되었고, 다시 출가하여 수행하였으니, 그가 바로 안세고 스님이었던 것입니다.
이로써 비록 성현이라 하더라도 인과는 매(昧)하지 않아서, 예전에 뿌린 나쁜 인은 반드시 나쁜 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도리를 밝혀내면 일상생활에서 순경을 만나든 역경을 만나든, 괴롭거나 즐겁거나 슬프거나 기쁘거나 간에, 일체 경계가 모두 전인(前因)이 있는 것이므로, 경계 속에서 허망하게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자연히 놓아버릴 수 있게 됩니다.
한 마음이 도에 있으며, 어떠한 무명공고(無明貢高, 어리석고 제 잘난 마음)와 습기모병(習氣毛病, 마음의 여러 가지 나쁜 습)도 모두 장애됨이 없어, 자연히 쉽게 도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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