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   종무행정   >   계간지   >   최근호및지난호

최근호및지난호

예정된 만남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시랑화 작성일07-02-25 21:52 조회2,590회 댓글0건

본문

우연찮은 기회에 찾게 된 축서사. 차에서 내려 가람을 올려다보는 데 ‘참 좋다’ 라는 말 외에는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 좋다…참! 부처님께 빨리 인사 드려야지~’ 하고는 급한 마음에 잰걸음으로 대웅전으로 먼저 향했다.

부처님께 참배 후 무여 큰스님을 친견하였다. 심장이 콩닥콩닥거린다. 내 마음을 꿰뚫어보시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겁이 좀 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큰스님을 뵙고 나니 축서사가 왜 맑고 정갈한 느낌을 주는지 알 것 같았다. 축서사와 큰스님, 서로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무소임을 맡고 계시는 혜산 스님은 큰스님의 생활 자체가, 행동 하나하나가 수행이라고 하셨는데, 곁에서 평상시의 모습을 뵌 적은 없었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더불어 내 삶의 방향이 조금 더 명확해지는 순간이었다.

내게는 몇 년 간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무엇이 인간답게 올바로 사는 길인가, 어떻게 하면 이기적인 내가 이 부처님을 닮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을 두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고민 끝에 나름의 결론을 내렸지만, 여전히 뭔가가 허전했다. 그런데 이번에 축서사에서 머무르는 동안 그 부족함을 채웠다. 답은 바로 내 곁에 있었는데 그냥 지나치며 살아온 것이다.

2004년 가을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친구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는 사진 한 장을 보았다. 파아란 하늘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진의 한 켠에는 법당 같이 보이는 건물이 참하게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유 없이 눈물이 났다. ‘이거 뭐야? 내가 왜 이러지?’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사진의 설명을 보니 보광전이라고 쓰여있다. ‘보광전? 어느 절일까?’ 궁금한 마음이 순간 들었지만 이내 잊어버리고 있었다. 축서사에 머무는 동안 문득 보광전에서 내려다 보았던 정경과 그때의 느낌이 너무나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확인을 해보니 같은 전각이었다. 축서사와의 인연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이다. 축서사와 무여 큰스님의 이야기도 숱하게 듣고 같이 가자는 제안도 수차례 받았었는데 이제서야 온 것이다. 시절인연은 무르익어야 한다는 데 내 경우도 그랬던 것 같다.

간절히 구하는 것은 반드시 알려주시고 보여주시는 부처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서울로 돌아온 지 벌써 2주, 여전히 축서사에서 보냈던 며칠간의 기억이 생생하다. 매일매일 수행하는 자세로 살겠다고 속으로 조용히 되뇌이며 삼보에 절을 올린다.


글쓴이/시랑화
영어 통번역을 하며 불교 서적 번역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신심 돈독한 불자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