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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호및지난호

공양간에서 종무소까지 처처가 법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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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실 작성일06-08-09 15:38 조회2,6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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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간에서 종무소까지, 처처가 법당입니다”
- 축서사 종무소 호법심 보살님


초여름,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시다. 사계절 아름다운 곳이 이 곳 문수산이지만, 이맘 때의 문수산은 유달리 생기가 넘쳐난다.
가는 봄의 연두빛 사랑스러움과 오는 여름의 초록빛 싱그러움이 조화를 이루어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자연의 색으로 눈을 즐겁게 하고, 그 푸르름 속에 둥지를 튼, 숫자도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이 귀를 즐겁게 하여 마치 극락세계와도 같은 상쾌한 아침을 열어준다.
“또 닦으세요 ? ”
“아이고, 애기보살님 신경 쓰지 마세요. 나는 지저분하게 해놓으면 마음이 안 놓여요. 특히 종무소는 신도들이 항상 오는 곳이잖아요. 신도 분들이 와서 기분 좋게 계시다 가시면 내 마음이 좋아서 그래요.”
잡티 하나 없는 고운 얼굴, 정갈하게 빗어 올린 단정한 머리, 흐트러짐 없는 옷매무새. 조금은 부끄러운 듯 소녀처럼 얼굴이 빨개지며 행여나 상대방이 신경을 쓰고 부담스러워할까 봐 손을 더욱 빨리 움직이는 호법심 보살님.
종무소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공양간 옆 선열당에 위치하고 있다가 심검당으로 공간을 넓혀 이사를 왔다.
문을 열면 바로 부처님 사리를 모신 오층 사리탑이 한눈에 들어오고, 축서사를 찾는 분들을 놓치지 않고 맞이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리다. 예전의 종무소 공간은 오직 종무 업무만 할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아 방문하시는 불자님들이 많을 경우 편안히 업무를 봐드리기에 조금 불편했으나, 지금은 열 사람 정도가 동시에 들어오셔도 넉넉할 정도로 공간이 여유롭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듯이 공간이 넓은 만큼 청소하고 정돈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종무소에서는 항상 사중 식구들을 비롯해 많은 대중들이 오가는 자리이기 때문에 말과 행동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늘 미소로써 맞이해야 하는 데, 특히 말이라는 것은 때론 약이 되기도 하고 또 때론 독이 되기도 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호법심 보살님은 모든 사람에게, 그리고 한참 나이 어린 나에게도 항상 존대를 한다. 실수로라도 말을 낮추는 법이 없다.
“아, 그러세요. 제가 이렇게 했어요. 그렇게 할게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편하게 말씀을 놓으시라고 해도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저는 저희 절에 오시는 부처님들 모두 편하게 있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제 앞에 오시는 부처님들께 존대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라고 얘기한다. 대중 생활에서 하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는 단 며칠만 지내봐도 알 수 있다.
종무소 소임을 보기 전에 호법심 보살님은 3년 동안 우리 절에서 공양주 소임을 맡아보셨다.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부처님 전에 예불을 올리고 5시에 아침 공양 준비를 시작해서 130여명에 달하는 사중 식구와 불사를 하는 일꾼들의 새참까지 빈틈없이 준비하셨다.
난생 처음 1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식사를 준비하게 된 보살님은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 당신이 부족해서 제대로 된 공양을 준비하지 못할까 항상 걱정이셨단다. 그때마다 부엌 한구석에 가서 “부처님, 제가 공양을 잘 지어 올릴 수 있는 지혜를 주세요.” 라고 간절하게 기도하곤 하셨단다.
“부처님 전에 올려진 시줏돈은 함부로 쓰면 요다음에 죽어서 소가 되어서라도 갚아야 한다잖아요? 그래서 콩나물 한 뿌리, 보시 받은 깨진 두부 한조각도 함부로 하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그러다가 성의 없이 음식을 만든다고 오해를 받은 적도 많아요(웃음).”
3년간의 공양주 소임.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밥 짓고 설거지 하는 일이 뭐 그리 힘드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집에서 살림을 하는 어머니들은 충분히 이해하고 남을 것이다.
한 가정의 일도 그렇거늘, 우리 절처럼 규모가 제법 있는 절의 공양주 살림의 어려움이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재라도 있는 날이면 산처럼 쌓인 설거지 거리만 잠시 도와도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그 공양간을 책임지는 공양주로서 매일 매일 세 끼마다 스님과 대중들에게 올릴 반찬 생각에 고민이 말이 아니다. 게다가 공양간 마당에 돋아나는 풀도 뽑고 쓰는 등 늘 공양간 주변도 정갈히 해야 하니 일상이 분주하다.
또 절에 들러 이런저런 궁금한 점들을 물으며 다가오는 모든 이들을 미소로 맞이해야 한다.
절에서는 마당을 쓰는 일에서 불을 때고 밥 짓는 일까지가 모두 수행이다. 특히 공양주 소임은 지극한 정성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혹에 빠져 헤매던 중생들에게 한 줄기 밝음의 길을 몸소 열어주신 부처님 전에 마지를 지어 올리고, 우리 중생들을 위해 인생을 걸고 수행하시는 스님들이 건강하게 공부하시며 불편함이 없도록 보이지 않게 도와드리는 또 하나의 수행이다.
호법심 보살님은 이제 3년간의 복된 공양주 소임을 잘 회향하시고 다시 종무소에서 소임을 맡아 감로법문을 듣기 위해 먼 길을 찾아오는 지친 이들을 불교의 세계로 안내하는 천진보살로 보살행의 첫 걸음을 떼고 있다.
성 안 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아름다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변함없는 부처님 마음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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