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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에 깃든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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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6-07-29 17:36 조회2,5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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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에 깃든 행복

겨울이 늦게까지 이어지는 태백의 준령인 절에서의 봄은 봄이 아니다. 여전히 겨울일 따름이지. 그런 날, 그와 몇몇의 직원들은 업무 차 추위를 느끼며 절을 찾았다. 차창에 기댄 손길마저 차다. 그런 손을 좌우로 포개며 그는 차 안에 동승한 직원들에게 “ 따뜻한 녹차 한잔 마시면 이 시린 손도 금새 따뜻해지겠지?” 그러자 함께 있던 직원이 건넨다. “ 사장님, 그럼 지난번 사장님께서 총무스님께 선물해주신 찻잔에 차를 얻어 마실 수 있겠네요” 하며 반문한다. “ 그렇겠지. 하얀 백자에 마시는 차 맛은 일품일거야 ” 대웅전을 참배 하고 큰스님을 뵌 후, 일행은 약속한 듯이 총무스님의 방으로 향했다. 반색으로 맞이해 주신 총무스님, “ 자~ 모두들 차 한잔씩 드세요 ” 그러나 기다렸던 백자 다구는 눈에 보이지 않고 이전에 쓰시던 짙은 빛깔의 잔에 연록의 찻물이 담겨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 스님, 선물해 드린 다구는 어쩌시구요? ”

“ 아, 보살님! 그거 제 절친한 도반이 다니러 왔다가 맘에 든다고 달라고 하기에 줬어요. 그 도반은 웬만해선 뭘 맘에 든다고 하는 성품이 아니거든요 ”아쉬움과 고마움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스님 역시 다구를 선물한 그와 많이도 닮아 있었다. “ 좋은 거 제가 쓰는 것 보다는 가까운 도반이나 사형이 쓰고 있다면 더 없이 행복하잖아요 ” 그것이 스님의 대답이었다.

사람마다의 습은 태어나 보태진 것이 아니라 태어나기 이전부터 이미 익숙했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선물 받은 다구를 다시 선물할 줄 아는 총무 스님도, 최초의 선물자인 그도, 그 광경을 흐뭇하게 지켜 본 사람들도 실은 선세를 함께한 지순한 인연이라는 것을 높푸른 하늘과 도량과 부처님은 알고 계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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