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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들의 봄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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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후스님(축서사 선덕) 작성일06-06-11 17:46 조회2,5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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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들의 봄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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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스님 (축서사 선덕)

축서사의 봄소식은 꽃향기보다는 산새들의 부리로부터 전해온다. 남쪽의 화신(花信)이 높고 먼 문수산 자락까지 올라오는 느림보 행군에 그네들이 참다 못해 선수를 치고 나오기 때문이다.

겨울 추위에 목이 얼어붙은 듯 허스키한 목소리를 뽐내는 뻐꾹새가 맨앞장을 서게 되면 뒤이어 낄낄거리는 기러기와 뱁새, 딱따구리와 종달새, 산까치들이 앞다투어 자기들 고유의 목소리로 봄기운을 반기면 마무리는 날개짓과 소리를 함께 섞은 장끼가 차지한다.

그 앙칼졌던 냉기를 맨몸으로 맞이하며 서걱거리는 풀섶에서 뜬눈으로 지냈을 그들 입장에선 따순 봄소식이야말로 생명선으로 잇대어지는 환희의 순간이며 살아 있음에 대한 경이로움을 몸채로 토해내는 은혜로움의 진한 표현일 것이다. 산새들의 노래소리! 그것은 진정 평화의 운율이며 변화와 발전의 메아리다.

그렇듯 온갖 산새들의 지저귐이 잦아져 하나됨의 화음을 이룰 때면 불빛만 빤하게 보이고 적막에 갇혔던 저 먼 아랫마을에서도 송아지와 닭 우는 소리가 봄기운에 함께 실려 아련하게 들려오고 비료를 갖고 가라는 이장의 안내방송도 희미하게 전해진다. 이처럼 봄소식은 기쁨의 노래를 부르게 하고 생명의 기운을 북돋워주는 대자연의 큰 몸짓이기에 모두들 푸른 희망을 가슴속에 숨기고 죽은 듯이 그 긴긴 겨울을 인고의 속살로 꼭꼭 채웠던가 보다. 노란 산수유와 개나리, 연분홍 진달래와 매화는 바로 그 춥고 아린 겨울을 용케도 잘 버티고 수용하여 참생명의 화사한 모습으로 환생한 것이다. 황색으로 얼었던 토양을 녹이고 붉음으로 식었던 심장을 데워가면서…….

그래서 사람들도 꽃향기에 취하게 되면 괜스레 마음이 들떠서 어디론가 무작정 혼자서 떠나보고 싶기도 하고 까맣게 잊고 지냈던 옛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여 때 묻은 수첩을 뒤적거려 보기도 한다. 자신을 얽매고 있던 평소의 틀에서 벗어나 꽃동산을 찾아가서 ‘다름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새로운 세계와 만나보는 것도 이 봄에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해마다 같은 꽃을 바라보건만 그 느낌은 해마다 다르다.”고 표현했던가.

문수산 축서사에도 이제 곧 진한 봄기운이 들이닥쳐 온갖 산새들이 봄노래를 더 크게 읊조리도록 부추길 것이다. 그들은 진정 무슨 뜻이 담긴 봄소식을 이곳에드나드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것일까?

“꽃을 사가는 이들은 그것의 모습과 향내만 맡으며 가져 가지만, 꽃집 주인은 죽은 꽃나무 가지까지도 사랑한다.”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 우리도 꽃집 주인의 마음으로 자신의 삶의 꽃밭을 가꾸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자신에겐 당당하고 상대엔 너그러운 봄꽃의 모습을 닮아 그 향기 뭇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게 될 때 우리들 삶의 주변은 더욱더 화사한 봄꽃의 모습으로 빛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부분보다 전체를, 외형보다 내면의 세계까지도 꽃향기가 스며들 때 이곳 축서사 산새들의 봄 노랫소리는 더욱 크게, 더욱 멀리, 더욱 신나게 퍼져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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