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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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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연화행(경북 봉화) 작성일06-06-11 14:54 조회2,5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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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모녀
김연화행 (경북 봉화)

우리절 축서사 대중은 모두 다 이쁩니다. 얼굴이야 못났든 어쨌든 맘이 다 이쁘고 하는 행도 다 이쁩니다. 그 가운데 어느 모녀의 이야기입니다.
해월화 보살님의 딸 유리(24)는 미술을 전공했지만 요리에 관심이 많아 한식, 양식, 제과, 제빵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누가 업어갈지 궁금한 복덩어리 유리는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요리와 문화를 결합시킨 신종 전문가가 되기 위해 공부 중입니다. 어느 날 유리가 대형사고를 내고 말았습니다. 겁도 없이 스님들께 만두랑 국수 공양을 해올리겠다고 약속을 한 것입니다. 그냥 스님들이 좋아서 뭔가 맛있는 걸 해드리고 싶은 순진한 맘으로 그런 것이지만 해월화 보살님은 이를 어쩌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유리는 즐겁기만 합니다.
인터넷을 뒤져 멋있는 만두 모양을 연구하고, 백련초, 호박, 쑥 등으로 천연염색을 한 만두피도 주문했습니다. 국수도 그에 맞춰 똑같은 칼라 국수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는 축서사에 올라가 밤새 삼백 개의 만두를 빚었습니다. 두 모녀만으로는 벅차서 공양주 보살님이랑 몇몇 보살님들이 거들어 주셨습니다. 모양낸다고 석류 만두도 빚어보고, 형형색색 꽃처럼 아름다운 만두를 빚었습니다.
국수 국물을 내는 일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도대체 뭘로 국물 맛을 내야 하나, 해월화 보살님은 막막한데 유리는 또 여전히 걱정 없습니다. 다시마와 무와 표고버섯 등 몇 가지 재료를 넣고 국물을 만들어 봅니다. 뭔가 2% 부족합니다. 모녀는 겨울에 먹으려고 꽁꽁 싸매두었던 송이버섯을 꺼내기로 의기투합했습니다. 송이를 듬뿍 넣으니 국물 맛이 확 살아납니다. 스님들 한 끼 공양 잘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에 환희심이 납니다. 스님들이 만두랑 국수랑 드시고 정진 잘 하시고 절집생활 잘 하시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3월의 환한 일요일 점심때, 스님들뿐만 아니라 축서사를 찾은 신도들까지 모두 감탄이 나올 만큼 빛깔 곱고 맛있는 만두와 송이 국물 국수를 공양받고 즐거워했습니다. 도량 가득 기쁨과 행복의 기운이 퍼져나갔습니다. 고단한 삶의 나날들 속에 이런 소박한 행복도 더러 있어야 하는 것이겠지요.
스님들이랑 신도들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지켜보는 유리도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타인에게 베푼 것이 자기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인과의 법칙 같은 걸 잘 몰라도 유리는 그렇게 세상을 푸근하게 만들고 자기 역시 행복하게 삽니다.
유리는 요리를 사랑합니다.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정말 멋진 사람입니다. 부처님께서도 재가불자들은 자기 하는 일에서 전문가가 되고, 최선을 다하라고 하셨지요. 사찰요리에도 관심이 많은 유리에게 원주 혜공 스님은 사찰요리책을 사서는 집에까지 가져다 주었습니다. 자기 일과 삶을 사랑하는 유리가 예뻐서 더 잘 하라고 격려해 주고 싶은 스님들 마음이지요. 이렇게 서로 돕고 나누는 사람들 풍경이 바로 축서사 도량에 피어나는 봄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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