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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인 구경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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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혜산스님 작성일06-06-11 14:45 조회2,4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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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인 구경 가세

지금으로부터 7~8년 전쯤 어느 날, 큰스님께서 혜산 스님을 부르셨다. 덩치는 황소만 하지만 수줍은 소년의 마음이 꽃망울처럼 숨어 있던 초보 스님 혜산. 난데없이 큰스님으로부터 받은 명이 쌀 두 가마니 지고 ‘모군 모면 모처에 사는 모처사에게 가져다 드리라’는 것. 물 한 방울, 종이 한 장, 전기 한 등 아끼고 아끼는 은사 스님께서 쌀 두 가마니씩이나(!!) 척 내주시는 걸 보니 대도인이 토굴에서 수행하고 있는 곳이 분명하렷다. 옳거니! 도인 구경할 일 생겼구나! 도인은 한 번 뵙기만 해도 전생의 업장이 녹는다는데, 쌀 두 가마니 지고 가니 공덕도 쏠쏠할 터, 아이구 좋아라~!! 순진무쌍한 우리의 혜산 스님 히쭉벌쭉 싱긋벙긋 웃으며 무거운 줄도 모르고 쌀 두 가마니 메고 바람처럼 날아간 것이었다!!
“출가 전 짝사랑하던 처녀 만나는 가슴이 이렇게 뛸까, 얼른 가서 도인 뵙자, 토굴에서 사신다니 덥수룩하시겠지?” 과연 그 모처사님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덥수룩하였다. 그런데 암만 봐도 도인의 풍모가 아니고 후줄근한 범부라, 혜산 스님 당황하여 돌아온 후 큰스님께 여쭈었다.
“저기, 크은스니임~ 그분이 도오인이 아니신가요?”
“누가 도인이라고 했소?”
“저기, 쌀을 두 가마니나 가져다 드리라시기에…….”
사정을 아신 큰스님, 웃으시며 ‘한때 축서사에 머물던 대중인데 절집살이를 참 못하고 심한 말썽만 피우던 박복하신 분이었다’고 설명하시니 혜산 스님, 갑자기 뿔딱지가 난다.
“큰스님, 귀한 삼보정재를 왜 두 가마씩이나 그런 사람 주고 그러십니까요?”
“그런 분을 우리가 안 도우면 누가 돕겠습니까?”
그 말씀에 우리의 혜산 스님, 그냥 할 말 없다. 쌀 두 가마니만큼 묵직한 배움을 큰스님께 얻고 가슴 뜨거웠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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