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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호및지난호

새들의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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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손한순 작성일06-01-23 13:57 조회3,3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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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는 야생 꽃이나
새, 동물들이 많다. 그들이 번식할 수 있는 숲과 공기가 풍부하고 신선하기
때문일 것이다. 매일 우리 농장을 찾아오는 새들은 생각만큼 크기도
다양하다.


제일 큰 놈으로는 흰
빛깔의 왜가리 종류(Heron)로서 주로 물가에 서식하는데, 굳이 이곳
숲속까지 찾아드는 까닭은 금붕어 양어장 때문이다. 일반 새들이 숲속으로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해질 무렵부터 헤론들의 사냥은 시작된다. 긴 주둥이로
양어장의 그물을 뚫고 들어와서 한 켠으로 몰아간 금붕어들을 스푼같이
생긴 넓적한 부리로 양껏 잡아 먹는다. 역시 도둑들이라 한낮은 피하고
어스름에 숨어 들어오는 농장 하루의 마지막 손님들이다.


I1_GALAH.jpg


갈라(Galah)
손한순
작 수채화


새벽 동이 트면
첫 손님으로 까마귀가 까악 까악 거리며 먼저 나타나서 지난 밤 집 주변에
깔겨놓은 오리알을 찾아 먹으러 온다. 우리가 새 먹이통을 들고 바위
정원에 나가면 큰 나무 위에는 벌써 여러 종류의 새가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예닐곱 군데에 먹이를
나누어 놓으면 몸집이 크고 목소리가 거친 칵커투(Cockatoo)가 머리
위에 씌어진 노란 창관을 뽐내며 내려와서는 옥수수 알이나 해바라기씨
같은 큰 씨앗들을 골라 먹는다. 그들이 떠나고 나면 회색 몸통에 분홍빛
가슴을 한 갈라(Galah)가 다정하게 짝을 지으며 내려온다.


칵커투와 갈라’ 눈치만
살피며 주변을 맴돌던 킹 패럿(King Parrot)들도 빠알간 머리통을 흔들면서
해바라기씨를 잽싸게 까먹는다. 그들과 몸짓이 비슷한 갈색의 산 비둘기들도
이때 끼어든다. 이들마저 다 먹고 나면 조그만 로빈(Robin)이나 블루
렌(Blue Wren), 그리고 항상 재잘거리며 노래를 잘 부르는 윌리 위그
테일(Willie Wigtail)같은 작은 새들이 땅 위를 통통거리며 뛰어다닌다.


큰 새들이 주변에
흘려 놓은 작은 씨앗들을 주어먹기 때문이다. 호주의 대표 야생 새인
쿠커바라(Kookaburra)도 쿠쿠...바...라라라 하고 멋지게 노래를 부르며
나타나지만 씨앗 종류에는 관심이 없고 땅에 기어다니는 벌레 종류만
낚아채 간다. 우리집 복숭아는 열리자마자 열매종류를 좋아하는 하니
이터(Honey Eater)와 킹 패럿(king Parret)들이 다 쪼아 먹는다.


3_KOOKA.jpg



패럿(king Parret)


호주와 뉴 기니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새틴 바워버드(Satin Bowerbird)도 과일 열매를 즐기는데
우리 숲 속에서 가끔 볼 수 있다. 새 중에서도 가장 미적 감각이 뛰어
나다는 이들의 수컷은 둥지를 멋있게 만들기로 유명하다. 아름답게 만들어지는
이 둥지들은 알을 부화하기 위한 암컷의 둥지가 아니고 다만 수컷들이
암컷과의 사랑을 만들기 위한 둥지이다.


사랑의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을 보면 수천 개의 잔가지들을 물고 와서 먼저 바닥에 깔고
침대를 높게 디자인 한다. 그리고 벽을 만들어서는 숯덩이를 씹어서
색칠까지 한다. 이렇게 완공하고 나면 입구엔 여러가지 파란 색깔의
잡동사니를 늘어 놓는다. 그 잡동사니들은 항상 북쪽에서 남쪽으로 진열되어
있다고 한다. 혼자서 목수 일, 벽돌, 타일, 페인트, 인테리어 장식까지,
이 건축가는 재료가 모자란다 싶으면 이미 지어놓은 다른 수컷의 집에서
몰래 훔쳐 나르기도 한단다. 더러는 집주인이 없는 틈을 타서 남의 침실을
고의적으로 파괴해 놓기도 하는 심술쟁이이기도 하다.


2_BLUEW.jpg


블루
렌(Blue Wren)


어느 날, 양어장 뒷
숲을 산책하던 중, 새틴 바워 새의 침실을 발견한 적이 있다.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집주인의 행동을 쫓아 보았다. 남의 새소리 흉내를 잘 내기로도
유명한 수컷 한 마리가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며 별별 소리를 다 지르고
있었다. 광택이 흐르는 푸른 새틴색깔과 검은 색의 깃털이 섞인 아름다운
몸매를 뽐내며 암컷을 부르고 있는 중이었다.


잠시후, 카키색에 가까운
초록빛의 암컷 한마리가 조심스럽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쭈빗거리며
수컷의 침실로 들어가 본다. 가만히 보니 침실 앞에는 온갖 파란색 쓰레기(?)가
널려 있다. 거기엔 파란 빨래 집게, 파란색 연필, 파란 플라스틱 조각과
천 조각, 파란색 뚜껑 그리고 파란 일회용 면도기까지 별의 별 것을
다 모아 놓았는데 모두가 파란색 계통이다.


이 파란 색의
장식이 흥미롭다. 수컷들은 아름다운 파란 눈을 가지고 있는데 그 파란
눈이 암컷에게 매력을 느끼게 한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들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더 많은 파란 색을 침실 앞에 모아 놓고
암컷들을 유혹한다. 어떤 책에는 이 파란 색 장식이 자신의 영토를 알리기
위해서 일 것이라고도 씌어져 있지만, 기실 전자 쪽이 더욱 보편적인
이유로 알려져 있다.


4_SATIN.jpg


새틴
바워버드(Satin Bowerbird)


얼마 전에는 이층 유리창에
비친 나무숲 그림자를 보고 날아든 쿠커바라 한 마리가 창에 머리를
부딪히고 떨어졌다. 잠시 혼절한 것 같은 놈을 개들이 건드리기 전에
우리집 쌍둥이 아이들이 목욕탕 마루바닥에 수건을 깔아 눕혀 놓고 안정을
시켰는데, 잠시 후 열어 놓은 창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들 생명 하나
하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아이들이 더 많이 자라나고 있는 세상이 된다면
우리가 없어져 버린 훗날에도 여기 이 자리에 또 누군가가 앉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연의 이 아름다움과 그 오묘함이 계속될 수 있도록
지켜준 이름없는 보살님들께 감사드릴 것이다.


오랜 그 옛날부터 벌레
한 마리도 눈이 멀까 봐 뜨거운 물을 함부로 버리지 못했던 보살님들,
상처 입은 새의 날개를 보살펴 준 보살님들, 다리 다친 동물의 발을
치료해 준 보살님들, 풀 한 포기라도 더 심어서 생명을 주려고 했던
보살님들, 그런 보살님들 덕분에 우주의 한 구석 이 농장에서 건강한
흙 냄새와 맑은 공기를 마시며 이 몸 또한 흘러가는 옛 사람이 되기
위해서 새들과 함께 새해 아침을 또 맞는다.


5_BOWER.jpg


새틴
바워(Satin Bo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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